2015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자 발표!

2015년 꽃 피는 봄,  계간 <시인수첩>이 신인상 당선자로 조미희, 김태우 두 사람을 선정해 발표했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시인수첩』 신인상은 개성적 미학과 참신한 가능성을 갖춘 능력 있는 신인을 발굴 육성하여 우리 시문학의 뿌리를 튼실히 하고 그 열매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상으로 매년 1회 당선자를 선정, 봄호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종합문예지였던 『문학수첩』부터 시전문계간지로 새롭게 출발한 『시인수첩』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신혜경, 안숭범, 이진희, 이병일, 황수아, 박소란, 배수연, 오성인, 석미화, 이병철, 평론가는 강정구, 정주아 등이 당선, 우리 문학사의 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제 몫을 해가고 있지요.

이번 해 시인수첩 신인상의 심사위원으로는 문혜원(아주대 교수). 최현식(인하대 교수). 김병호(협성대 교수)께서 수고해주셨답니다.

여기 그 영광의 얼굴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66년생, 불혹의 늦깍이 나이에 문단에 입성한 조미희 님!

조미희1조미희_서울 출생. mihui203@naver.com

계간 <시인수첩> 봄호에는 총 5편의 당선작품이 실려 있어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에는 그중 한 편만 사알짝~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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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산동네를 잘라 색종이를 만들었다

가장 화려한 십이월의 누더기가 천장에서 달이 되어 흔들렸다

세 개의 계절은 늘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는 겨울에서 오래도록 연체되었다

숫자들의 악랄한 소진 법,

챙긴 것들이 없다고

앙상한 숲의 간격들을 내보이지만

겨울은 챙기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계절

잡목 숲은 오감을 잃은

나목들이 피부로만 숨을 쉬었다

십이월은 나무들만 추운 게 아니다

입김의 계절은 아주 조금씩 무너지지만

영하의 빗방울은 헐벗은 고드름을 선물 했다

그것은 투명하다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푹신한 눈이 겨울에는 맞다

숲이 버리고 간 목소리를 주워 밤이면 바람의 흉내를 냈다

방안의 모든 사물들이 흐느꼈다

함께 흐느낀다는 건 따뜻한 이불 같다

목도리가 알알이 빛나고 있다

일에서 십이까지의 숫자들을 꽁꽁 묶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겨울까지 돈 벌러 온

계절 직종의 위장술

주머니는 다 어디 갔는지

아무리 뒤져도 일밖에 없는 계절이다

걷어내지 않아도 천장의 색은 바래고

공기는 수요와 공급처럼 약삭빠르게 자리를 바꾼다

최저 임금 상승만큼 살짝 올라가는

1월의 기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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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희 당선자님의 시를 심사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서는

 "조미희의 시는 현실과 언어, 감각의 탄착점 형성에 의미 있는 솜씨를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일상을 날 것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 번쯤은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각의 운용이 돋보인달까. 궁핍한 자들의 12월을 “산동네를 잘라 색종이를 만들었다”는 표현은 어떤가. 이 ‘색종이’는 화려한 색상 뒤에서 한 번도 꺼내지지 않았을 침묵의 파편들이겠다. 그러나 이 침묵의 모나드들은 우울하지 않고 현실을 향해 늘 투명하려고 분주하다. 조미희 당선자가 “아무리 뒤져도 일밖에(물론 시의 일!) 없는 계절”을 명랑하게 통과하기를 바란다." 

는 평을 해주셨답니다.

 

다음은~~~

20대 초반,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청년 시인의 등장입니다!

김태우김태우_대전 출생. 전북대 국문과 4학년. ktw4011@naver.com

역시 계간 <시인수첩> 봄호에 실린 당선작품 중 한 편만 사알짝~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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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지왕

놀이터를 내주고 골목대장 칭호를 얻었다 동네 개미들이 신발 바닥으로 모였다 운동화 구멍에 발톱이 걸렸다 발가락이 개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발톱을 구하려 아이들이 개미를 밟았다 엄지발가락을 덮은 하늘이 붉었다

손에 든 딱지로 아이들을 물리쳤다 놀이터 모래가 흐늘거렸고, 마을 어귀에 부딪힌 비명은 방향을 잊었다 개미 무리를 밟고, 아이들을 뒤쫓는 목소리가 다가왔다 굵은 표정이 딱지를 뒤집었다 골목대장 호칭이 그네를 타고 하늘로 흩어졌다 젖은 운동화만 주인을 찾았다

아이들이 두꺼운 목소리로 딱지를 접었다 딱지왕은 옷장에 걸린 빨간 종이를 접었다 애송이가 개미를 넘겼다 빨간딱지가 뒤집은 어린비명이 놀이터와 멀어졌다 거친 그림자가 빨간딱지를 찢었다 신발에 붙은 개미가 사라졌다

빨간딱지가 앉은 장독대가 사라졌다 아이들 입에서 골목대장도 실종됐다 개미만 운동화 구멍에서 발견됐다 아이들이 놀이터를 멀리했다 빨간딱지는 홀로 떨었다 빨간딱지로 가득 한 운동화 주인집이 낯선 애송이의 놀이터가 됐다 더 이상 빨간딱지 주인은 딱지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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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당선자님의 시는

“김태우의 시에는 억압이 없다. 수다한 언어와 과도한 수식, 분열적인 주체를 드러내는 시들과 상반되는 단순성과 비완결성이 오히려 돋보였다고 할까. 예컨대 「딱지왕」은 본인의 경험일까 싶을 만큼 고전적인 소재를 취하고 있다. 딱지치기, 놀이터, 골목대장 등의 소재들은 시 쓰기를 시작하는 누구나 한번 씩은 거쳐 가는 단골 메뉴가 아닌가.

김태우의 시는 그래서 오히려 호감이 갔다. 어깨 너머로 익힌 테크닉을 사용하지 않고 대상에서 이야기를 스스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시의 서두 즉 말문을 여는 데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놀이터를 내주고 골목대장 칭호를 얻었다”는 표현 등 자연스럽게 그 이면의 이미지 혹은 사건들의 연관성을 환기시킨다. 시에 대한 ‘촉’과 군데군데 발견되는 신선한 표현들이나 대상의 아이러니를 포착하는 능력도 돋보인다.”

는 평을 얻었답니다.

앞으로 시 문단을 이끌어나갈 신진 시인 두 분의 등장을 환영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