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김종철문학상 수상자 발표 : 양애경, 『읽었구나!』

 

제4회 <김종철문학상> 수상자 발표

양애경, 『읽었구나!』(현대시학사, 2021)

 

3월 15일, ㈜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는 제4회 〈김종철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양애경 시인의 시집 『읽었구나!』(현대시학사, 2021)를 선정하고 발표하였다.

〈김종철문학상〉은 ‘못의 사제’로 불리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故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시문학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상이다.

예심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2년 동안 출간된 신작 시집을 심사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전회 수상자인 허연 시인을 비롯해서 문혜원(문학평론가, 아주대학교 교수), 김병호(시인, 협성대학교 교수), 이병일(시인) 등 4인이 심사를 맡았다.

1월 말에 진행된 예심에서 예심위원들은 2년 동안 출간된 시집 중 주목할 만한 미학적 성과를 보이거나 시문학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시집들을 개인별 2~4권씩 추천하였고, 장시간의 심층적 논의를 통해 일곱 권의 시집을 선정하여 본심으로 넘겼다.

본심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 진행되었다. 2월 말에 진행된 본심은 감태준(시인, 『시와함께』 편집인), 최영철(시인), 정과리(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교수) 교수 등 세 분이 참여하였다. 다만 최영철 시인은 심사 당일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심사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실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참여하였다. 이미 본심 대상 시집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심사에 임한 심사위원들은 이전 심사와 다르게 막판 두 권의 시집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의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임승유 시인의 시집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문학과지성사, 2020)와 양애경 시인의 시집 중 어느 한 권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못했는데, 두 시인의 시집 모두 각각의 개성적 세계를 유지하는 한편, 한 권은 화려한 은유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정서에 대한 도도한 탐색의 미덕을 보였고 다른 한 권은 현실에 뿌리내린 채 일상과 소통하는 서정시 본연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치열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양애경 시인의 시집을 제4회 〈김종철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선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심사위원들은 두 시인이 지향하고 이뤄내는 고유한 시세계를 균형 있게 인정하면서도, ‘못’으로 상정된 현실세계의 상처와 슬픔, 극복과 나아감을 지향했던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을 상기하였고, 지역 문단을 지키며 일상의 삶에서 시를 찾아내는 양애경 시인의 그간의 노고를 귀하게 여겼다. 한 심사위원은 양애경 시인이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는 의미도 작지 않으나 이를 심사 내용에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후일담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1회 심재휘, 2회 이선영, 3회 허연 시인에 이어, 4회 양애경 시인의 시집이 선정되면서 〈김종철문학상〉은 우리 시단의 허리를 구축하고 있는 우수한 중견 시인들을 각별하게 주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심사를 참관했던 ㈜문학수첩의 강봉자 대표는 〈김종철문학상〉이 한국 시의 미학적 정점들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는 권위 있는 장(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이번까지 배출한 네 분의 수상자를 통해 〈김종철문학상〉이 무엇을 지향하는 어떤 상인지 이제는 독자들이 선명하게 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김종철문학상〉의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7월 중으로 예정되어 있다. 심사평과 수상 소감, 작품론 등은 반연간 문예지 『문학수첩』 하반기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본심 대상 시집 목록

호시절(김현, 창비, 2021)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민구, 아침달, 2021)

나비가면(박지웅, 문학동네, 2021)

여름밤위원회(박해람, 시인의 일요일, 2021)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신미나, 창비, 2021)

읽었구나!(양애경, 현대시학, 2021)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임승유, 문학과지성사, 2020)

 

양애경 시인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대학원 졸업.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읽었구나!』가 있음. <충청남도문화상>, <한성기문학상>, <애지문학상> 등 수상.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역임. ‘시힘’ 동인.

 

 

심사평 발췌

 

“양애경의 시집 『읽었구나!』 역시 일상성을 기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성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이며 튼실한 현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담백하고 절제된 서술을 통해 일상을 서술하면서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은 유쾌하고 활달한 진술을 통해 고단한 삶을 견디는 자의 건강한 태도를 잃지 않은 덕분이겠다. 양애경의 시는 새롭고 생경한 느낌이 없는 대신 시의 독해를 방해하거나 현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생경한 은유도 없다. 은유에 기대는 대신 일상을 따뜻하게 수용하면서 정제된 스케치를 실행함으로써 현실세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서정시가 가지는 본연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양애경의 시가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이다.” ―최영철, 심사평 일부

 

“양애경 시인의 시에는 그 어른의 과정이 외적 조절의 형식으로가 아니라, 내적 경험의 결과와 추억의 형식으로 개입한다. 즉 그는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든 어린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마주하는 모든 경험들을 생의 질료로 삼아 한껏 “발산의 형상을 구하”(김수영의 시구를 빌리자면)는데, 그 몸짓이 실은 현실 속에서 빈번히 꺾이고 지워지고 말았다는 아린 경험을 갈수록 두껍게 비축하게 된다. 그로부터 아픈 기억들의 위안과 현실에 대한 은근하고도 냉정한 비판이 저 생동하는 몸짓 안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걸 목격할 수 있는데, 그러나 이 착한 노인의 시선은 발랄한 아동의 기운을 입고서, 은근한 나무람을 담은 자애로운 용서의 자세를 취하게 된다.

물론 시인이 그렇게 하는 것은 못된 현실을 방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일이라도 어찌 됐든 스스로 고쳐 살아 좀 더 나은 현실로 바뀌기를 바라서인데,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인간의 몸 안에서 여러 번 되풀이해 또 나타날 조짐이 다분하기에 독자들에게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닥칠지도 모르니 마음에 담아두라고 귀띔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으로써 양애경 시들은 “그래도 그런대로 재미있는 삶”(「단추고르기」)이라는 말 속에 ‘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따가운 경고를 담고서 독자를 깡총거리며 뛰어가는 흥겨운 소풍으로 초대한다.”

―정과리, 심사평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