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거울을 찾아서

장경렬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4년 4월 7일 | ISBN 8943921579

사양 408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현대문학총서 3 | 분야 인문/사회, 비소설

책소개

이 책은 문학 평론뿐만 아니라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영문과 장경렬 교수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주례사 비평 등 소위 ‘비평을 위한 비평’이 난무하는 문단에서 ‘문학을 위한 비평’으로 문학작품과 평론은 물론 작가와 평론가의 위치를 재확인해 온 그가 이번 평론집에서도 문학작품, 특히 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번역과 기획, 평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첫 비평집 『미로에서 길 찾기』를 낸 지 7년 만에 두 번째 비평집을 내는 것 또한 다름 아닌 문학비평에 대한 그의 철저함과 신중함에서 기인한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의 시대를 그 어느 때보다도 탈신비화되어 있는 세계, 즉 신비감이 제거된, 삭막하고 메마른 삶의 세계라 규정하고 이때 문학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묻고 있다. 그래서 그가 문학이라는 ‘보이는 글에서 보이지 않는 의미를 찾는’ 비평의 몸짓은 문학비평 그 이상의 의의를 지닌다. 비록 그 의미를 읽어 낼 기회가 허락되지 않더라도, 그런 희망을 버릴 수 없는 한, 문학의 세계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유한하면서 무한한 절대자 또는 신을, 진리를, 본질을,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를 한꺼번에 그리고 동시에 비춰 줄 신비의 거울을 찾아 헤매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그가 밝히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비평집은 바로 그와 같은 헤맴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개별적인 시인들의 시 세계에 접근하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2부는 문학 현장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시 읽기를 담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시인의 정원에서’에서는 시조 시인 조인, 김상옥 외에도 정지용, 김종길, 이상범, 황동규, 한승원, 송수권, 오세영, 신달자, 안영희, 최승호, 김재혁 등의 작품 세계를 세밀하게 분석해 내고 있다. 조운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답의 세계로 남아 있는 그의 작품에서 장경렬 교수는 시인의 역동성과 빼어난 언어 감각을 적절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 밖에도 이미지즘과 ‘詩畵一如’의 시론 측면에서 접근한 정지용의 작품 세계를 비롯해 김상옥이 시조 형식을 어떻게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내용상의 일관성을 추구했는지, 또 김종길의 시에서 고고한 선비의 이미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상범의 시가 지닌 화두, 선, 불심의 근원적인 측면, 황동규의 시가 사랑과 서정에서 초월과 해탈의 경지로 넘어가는 과정, 한승원의 시가 딛고 있는 자연과 문명, 자유와 구속이라는 현실과 이상, 송수권의 시가 뿜어내는 인식의 전경화와 시적 소재로서의 언어, 오세영의 시에서 시적 자아가 응시하는 대상과 자기 자신의 세계, 신달자의 시가 보여주는 ‘靜’과 ‘動’ 사이의 대비와 긴장, 안영희의 시가 보여주는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 최승호의 시가 갖는 그로테스크한 풍경과 그 안에서 자기 자신 되돌아보기, 김재혁의 시가 갖는 독특함과 그 가능성을 장경렬 교수 특유의 시각으로 폭넓게 짚어 내고 있다.            

2부 ‘시 읽기의 현장에서’에서는 장경린, 이승하, 함민복, 차창룡, 박용하, 심보선 등의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젊은 시’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고 되묻고 있다. 이 밖에 김정환, 김혜순, 이정주의 시를 시간과 공간의 좌표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김지하, 고재종, 강형철, 채호기, 한승원, 신경림의 시를 상상력과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또한 김명인, 천양희, 이승훈, 정양, 임동확의 시를 일상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서정주, 윤재철, 배주환의 시에서 시의 자연스러움과 마음의 깊이를 짚어 내고 있다. 나태주, 권오운, 박재삼, 정진규의 시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는지, 큰 것을 어떻게 작게 보는지, 작은 것을 어떻게 크게 보는지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화은, 김언희, 이정록의 시에서는 은유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김춘수, 이양희의 시는 어떻게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구현하고 있는지 분석해 낸다. 마지막으로 2001, 2002년도 신춘문예 시를 통해 새로운 시인들의 시적 시선을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장경렬 교수는 이번 평론집에서 문학 어딘가에 아직 존재해 있을지도 모르는 신비의 지점을, 신비의 순간을, 신비의 거울을 찾으려는 순수하고도 근원적인 몸부림을 희망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금의 현실이, 역사가, 문화가, 문학이 그 본래의 모습을 읽어 가고 있어 그가 밀고 나아가는 비평이 비록 무망한 몸짓이라고 하더라도, 어린아이 시절 만화경의 세계에 빠져들어 그 세계를 헤매던 때의 바로 그 순수함을 읽지 않은 채 계속되어야 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목차

제1부 시인의 정원에서
제2부 시 읽기의 현장에서

작가

장경렬 지음

인천 출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에서 The Limits of Essentialist Critical Thinking: A Metacritical Study of the New Criticism and Its Theoretical Alternatives라는 논문으로 영문학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평론집으로 『미로에서 길찾기』(문학과지성사), 『숨은 신을 찾아서』(문학수첩)가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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