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에서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

박호영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5년 5월 5일 | ISBN

사양 124쪽 | 가격 7,000원

분야 시집

책소개

문학평론가에서 시인으로, 삼십 년의 설렘이 시집으로 꽃피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후, 활발한 평론활동을 하면서도 시인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박호영 교수(한성대 한국어문학부)가 삼십 년의 세월 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꿈을 펼쳤다.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된 박호영은 문학평론가 박호영’이나 ‘박호영 교수’라는 호칭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이미 2002년 조병화 선생의 추천으로 <시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대학 시절 <창작시대>라는 동인활동까지 했던 문청 시절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천명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꾸준히 작업해온 시 60편을 한 권의 시집으로 꾸리게 된 것이다. 

 

등단 당시 추천을 하였던 조병화 선생은 “박호영 씨의 작품엔 어느 작품들이나 잔잔한 물결처럼 시상(詩想)이 흐르고 있으면서, 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언어들이 조화를 이루어 주제 표현에 무리가 없습니다”라고 그의 시를 평가해주었다.

그리고 선후배의 삼십년지기 인연으로 이번 시집 해설을 맡은 이숭원 교수(문학평론가, 서울여대)는 시인이 삼십 년 전에 문학회 회원들에게 읽어주고 학교 교지에도 발표했던 시를 기억해내며 20대의 젊은 시인 박호영이 지녔던 의식의 윤곽을 읽어주었다. 이숭원 교수에 따르면 당시 시인은 따스하고 도타운 인간관계를 동경하였고, 격의 없이 사귀며 돈독한 정을 나누는 인간적인 만남을 그리워하며, 어떤 유별난 격절(隔絶)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성정(性情)이 균형을 이루는 정상적인 생활 속의 삶, 평범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평정(平靜)이 회복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삼십 년이라는 세월 간극에도 불구하고 시인 박호영의 시정신은 여전하다. 양미리를 이면수라고 착각하고 뼈까지 발라 먹는 부인을 타박하는 시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 작품 「착각」에서 시인은 교환가치의 세계에 익숙해져 사물의 참된 가치를 보지 못하는 자신의 무명(無明)을 깨닫고, 이런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정과 무욕의 세계로 가기를 꿈꾼다.

이미 오십 대 중반에 이른 도시인인 시인이 도시의 속박을 벗어나 드맑은 세계로 가기를 꿈꾸며, 훼손된 세계에서 훼손되지 않은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시쓰기밖에 없다.

「휴식을 위한 몽상」에서 읽을 수 있듯이, 겉만 말쑥한 신사의 단정한 차림인 시인은, ‘도시의 속박’에 결박당해 ‘일상의 무거움’에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다. 이렇게 내면까지 훼손된 시인이 꿈꾸는 것은 지극히 소박한 자연 교유(交遊)의 즐거움이다. 시인은 이러한 교유를 ‘휴식’이라고 하는데, 정선의 허름한 민박집에서 별 총총한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는 것, 조양강 여울로 바지를 걷고 들어가 싱싱한 강물의 숨소리를 자유롭게 감촉하는 것을 그는 소망한다. 그러나 시편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휴식’이 그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낭만주의적 동경의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 몽상 속에 유년의 마을을 산책하면서 얻는 평화로운 안식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낭만적 몽상이 그치고 현실의 자리로 돌아오면 내면의 삭막함은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지점에서 기인한다. 내면의 공허감은 더 커지고 그만큼 낭만적 동경은 더욱 강렬해지니 말이다. 이때 시인은 다시 과거 지향적 몽상에서 벗어나 미래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공허감을 메울 무엇인가를 찾게 되는데, 시인에게는 영혼의 순례를 정신의 지향으로 바꾸어 현실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구도, 유년의 몽상으로 도피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에 도달하려는 필사적 몸부림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시인 박호영은 훼손된 세계에서 벗어나 참된 가치의 세계로 가려는 열망은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정신의 확고한 지향으로 내세우지 않고 영혼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실현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정신의 시인이라기보다는 영혼의 시인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일상의 굴레와 번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낭만적 동경을 매개로 이용하고 있는 시인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어하는 공간은 순수하고 정갈한 평정의 공간이며, 이때 시(詩)는 시인을 일상의 세계에서 진정한 가치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견인차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지천명이 지나 시인된 그에게 시는 소박한 꿈이 아니라 필사의 질주이다.

목차

1. 산사로 가는 길

분별

산사로 가는 길

만어사

관음죽

무심

고찰

목련

어느 화제

착각

현자

불이선란도

백담사에서

겨울의 초상

겨울의 초상

대칭

2. 각시붓꽃을 보노라면

각시붓꽃을 보노라면

가을 산책

안부

우물의 추억

이별

옛 사랑의 추억을 찾아

나무꾼과 선녀

봄눈 오는 날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

겨울의 자작나무 숲에서

유년의 강

3. 휴식을 위한 몽상

여정

조난

조난

조난

안개의 나라

강마을을 찾아서

은어를 낚으며

강릉 수해 현장에서

미천골에서

보길도에서

주문진항

휴식을 위한 몽상

폐가

큰 강은 울지 않는다

4. 목마는 어디로 가고

통로

목마는 어디로 가고

술래잡기

분리수거

꿈꾸는 삶

우울증 환자 K에게

이장

화해

백일몽

노아의 방주는 다시 뜨는가

문상

만남

요지경 세상

작가

박호영 지음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저서로 평론집 [몽상 속의 산책을 위한 시학] 외에 [한국현대시인논고]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서정주][현대시 속의 문화 풍경]등이 있다.
문학수첩에서 펴낸 저서로는 시집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가 있다. 

현재 한성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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