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만찬

송영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5년 2월 23일 | ISBN 8983921749

사양 272쪽 | 가격 8,5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우수문학도서(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5년 2분기 소설)

책소개

현대의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소외된 인간들의 자아 찾기

 

 

한국 단편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온 중견 작가 송영의 소설집이다. 1967년 등단 이후 삶의 밑바닥을 꿰뚫는 냉철한 인식과, 진솔한 체험, 세련된 묘사를 통해 빛나는 작품들을 발표해온 송영의 이번 소설집은, ‘구원을 위한 소외’라는 인간의 원천적 주제를 찾아가는 송영의 실존주의적 경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집이다.

 

첫 소설집 『선생과 황태자』(1974)에서, 번잡한 일상 속에서 잃어가는 젊음의 순수와 고뇌에의 열망을 독자들에게 불러일으켰던 작가는, 이후의 작품들을 통해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 속 인간의 한계적 정황들을 살피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은 한계적 상황에 빠져있는 인물들의 불안과 암울의 내면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문체로 서술하고 추잡한 현실들과 인간의 무의미성을 꾸준히 드러내왔다.

 

소설집 『새벽의 만찬』은,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어선 작가 송영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한편, 청년 송영의 모습, 세월의 흐름에도 결코 지워지지 않은 ‘송영다움’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40년 가까운 작품 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회의식과 리얼리즘의 한국 현대소설의 문학적 전통을 잇고 있는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즐거움이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가령 그의 외로움은 30대나 이제나 한결같은 송영다운 모습이긴 하지만 젊은 시절의 외로움에는 열망과 절망이 숨겨져 있지만 노년의 그것에는 쓸쓸함과 따뜻함이 배어 있다. 그것은 어쩌면 나이 들어가면서 다가오는 외로움을 함께 맞아들이며 그 쓸쓸함을 더불어 같이하고 싶다는, 그래야 한다는, 같은 세대로서의 아픔의 공감일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은 이번 작품들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외에서 벗어나는 길,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하여

 

소설집 『새벽의 만찬』에는 「새벽의 만찬」, 「부활」, 「정화된 밤」, 「숲 속 궁전 이야기」, 「염산의 은빛 종탑」, 「미금역에는 무엇이 있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의 단편 7편과, 「사막의 오솔길」, 「꿈의 집」, 「줄리아」, 「엿듣기(비밀)」, 「신도 어쩔 수 없었다」, 「기적의 손」 등의 미니픽션 6편이 실려 있다.

 

우선 표제작 「새벽의 만찬」은 이웃한 원룸에 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을 비춰 보는 도시생활의 비정함과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묘출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단절되고 소외된 상태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며, 감출 수 없는 인간관계의 진상이라는 증언을 섬뜩하게 내던진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의 것,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을 찾아가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의 연어와도 같은 작업을 병행한다. 작가는 41년 전에 떠난 염전 고향 마을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염산의 은빛 종탑」과 어린 시절 그를 황홀하게 만들었던 옛 친구를 찾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묵묵하고 외로우며 쓸쓸한 모습의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더 깊은 고독과 상실감에 닿게 되고 만다. 이러한 고독과 상실감은 소외라는 실존재론적 명제와 부딪치게 되는데, 학교와 도로 시설을 확충해줄 것을 요구하러 시청에 가는 한 소시민의 싱거운 에피소드인 「숲 속 궁전 이야기」와 은퇴한 주인공이 식당과 기원과 빵집을 돌며 지내는 한가한 일상을 묘사하는「미금역에는 무엇이 있나」등에서 사회의 주류에서 비켜난 나이든 사람들의 소외를 드러내고 있다.

 

그가 이 소설집을 통해 에둘러 말하고 있는 소외란, 하나의 정형을 지닌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존주의의 존재론적 불안에서 올 수도 있고 고향 상실의 안타까움에서 찾아올 수도 있으며, 그리고 도시적 생활의 상투적인 삶에서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송영은 변두리 아파트에서 지금 그 증상 속에서 살고 있고, 원룸의 독신자 남녀들을 통해 그 고독한 삶의 형태를 보며 그 비정함을 안쓰럽게 그러안기도 하며, 염산으로 그 증상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 앓고 있음이 어떤 형태이든, 그리고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차원에서든, 그는 소외란 인간의 조건이며 극복해야 대상이고 그를 통해 자아를 구원해내야 할 매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20대의 곤혹스러운 시절을 보내며 몸으로 겪는 존재론적 불안감이 60대에 이른 지금에도 끈질기게 원초적인 인간 상황으로 고독한 작가 송영을 싸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외는 소외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구원을 위한 소외’라는 인간의 원천적인 주제를 「사막의 오솔길」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에 찬 전망을 암시한다. 행사 참석을 위한,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의 긴 고속도로 여행길에서 말없이 버스 차창만을 바라보던 30대의 시인 김달은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사람들의 우려 속에 사막에서의 일주일을 보낸 뒤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훨씬 밝아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가 일주일 동안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송영은 시인 김달을 통해 ‘소외를 벗어나는 길’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멋진 시’, 자유로운 ‘창작 행위’였다. 소외된 삶 속에서 소외를 통해 소외를 극복하는 것, 그것이 구원이면서 창조적인 예술 행위임을 송영은 시인 김달의 모습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아, 자유롭고 싶다’라고 지금도 말하곤 하는, 그리고 ‘무엇을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유롭고 싶어서’ 글을 써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작가 송영, 그의 글쓰기는 ‘어둡고 춥고 황량한’ 세계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지평선 끝 하늘이 맞닿은 ‘사막의 오솔길’과 같은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새벽의 만찬

부활

정화된 밤

숲 속 궁전 이야기

염산의 은빛 동탑

미금역에는 무엇이 있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사막의 오솔길

꿈의 집

줄리아

엿듣기

신도 어쩔 수 없었다

기적의 손

작가

송영 지음

1940년 전남 영광 출생

196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졸업

1967년 <창작과비평>에 단편 투계를 발표하고 작가활동 시작

1987년 제32회 현대문학상 수상

저서로 창작집 <선생과 황태자> <부랑일기><비탈길 저 끝방>, 장편 <또 하나의 도시><금지된 시간><은하수 저쪽에서>, 음악산문집 <무언의 로망스><송영의 음악여행>, 동화 <순돌이 이야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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