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 편을 보다

박향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5년 6월 28일 | ISBN 8983921811

사양 340쪽 | 가격 9,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타성화된 여성주의 소설에 새로운 충격

 

1980년대 중반 페미니즘 이론의 유입과 더불어 촉발된 사회운동의 영향으로 우리 문학에도  본격적인 여성문학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의 문단에는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생 작가들의 선도 아래 다채로운 개성과 특징을 지닌 여성 작가들이 문단의 주류를 형성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여성문학의 질적 도약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등단 11년 만에 첫 창작집『영화 세 편을 보다』을 펴낸 박향은 이러한 여성문학 질적 도약의 모범이 되고 있는데, 여성 소설에서 흔히 다루었던 불륜이나 연애, 미시적인 일상에 대한 통찰뿐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세계를 자신의 작품 안에서 펼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는 현대 사회의 환경적 모순 속에 서 있는 여성으로서의 번민과 고뇌를 살피는 한편, 현실도피적 정서에 빠진 언어유희적 세계를 탈피하여 현실세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인식의 통로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이전에 등장한 여성 작가들에 비해 변별되는 괄목한 만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삶의 수수께끼와 그것을 풀어가는 소설적 행로

 

우선 이 작품집은 부부관계를 포함하여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형제자매를 포함한 동기간들 간의 관계 및 그러한 다양한 관계들을 상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친족관계 속에서 가족이라는 운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럴 경우 통상적으로 그 운명은 다분히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구성의 조건에 맞춰질 때 더 이야기성을 더하게 되는데, 「어머니의 자리」에서는 난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를 둔 주인공의 현재가 문제되고 있으며, 「아버지의 여자」에서는 지아비가 다른 여인을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평생을 모른 척 살아온 한 어머니의 늘그막이 그려진다. 또한 「은빛보기」와 같은 작품에서는 소경 어머니를 둔 아들의 혈연적인 고뇌가 그려져 있으며, 「압정」과 「침 뱉기」, 그리고 「연대표 속의 전쟁」에서는 6․25동란의 상처라든가 지난 8․90년대 운동권 아들을 둔 가족의 집단적 상처가 전경화되어 있기도 하다.

더 나아가 작가는 부부관계마저도 가족관계의 불투명성 혹은 근본적인 수수께끼성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집요함을 보여고 있는데 「덫」과 「본래면목」이 그러한 예들이다. 이들 작품에서는 사회계약의 변형으로서, 혈연적인 가족관계와는 조금 먼 거리에 있는 듯한 부부관계의 문제성이 정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변두리 인물들의 힘겨운 삶의 기록들은 일정 부분 소재의 힘의 차원에서만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될 위험도 있고 또한 다분히 감상적이라는 비판 또한 받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련의 다른 작품들을 함께 감안해본다면, 작가의 시선이 가족 성원들 내의 상처의 확인이나 위무의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단계를 지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이러한 인식은 삶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인간 삶의 매 국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이 없고서는 얻어지기 힘든 것이다. 1990년대 일군의 여성문학작품들과 비교해볼 때 박향은 기혼여성들의 내면을 걸러내는 데 남다른 특장이 있으며, 작가는 이런 특장을 통해 점차 타성화되어가고 있는 여성주의 소설에 하나의 새로운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본래면목

영화 세 편을 보다

먼 길

나는 노크를 한다

길동무

아버지의 여자

어머니의 자리

연대표 속의 전쟁

은빛 보기

압정

침 뱉기

작품 해설 / 김경수

작가

박향 지음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으며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하였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연대표 속의 전쟁>으로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1999년 <어머니의 자리>로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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