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를 걷다

김윤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4년 11월 25일 | ISBN 8983921692

사양 140쪽 | 가격 7,000원

분야 시집

책소개

통과의례의 섬, 그 여성성을 찾아가는 진지한 사유

 

198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순수 원형의 실체를 늘 잃지 않고 정진해 온 김윤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여성성과 욕망을 잘 형상화한 「빈 간장 항아리」를 비롯해 「엑스레이 속에 숨어 있는」, 「貞烈夫人 다듬잇돌」 등 62편이 실려 있다.

 

김윤 시인은 이 시집에서 오래 담금질해 온 날선 감성을 통해 잃어버린 여성성, 나아가 인간의 삶을 새롭게 찾으려 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특히 여성성의 통과의례를 겪는 여성들의 삶은, 결코 모범답안지 안에 가둘 수 없다. 문학이란 그와 같은 인간의 내면을 진실하게 보여주고,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이 세상의 존재들과 관계하며 인간다움을 실현하기 위한 주체성을 회복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김윤 시인의 시세계 또한 자신의 여성성을 찾으려는 진지한 사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김윤 시인은 「손톱 밑에 방죽이 있다」, 「그 섬은 그물 안에 갇혔다」 등과 같은 시를 통해 유교적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에 대한 역할과 책임에 동의할 수 없어 어머니를 동정하고 옹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자각, 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섬’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김윤 시인에게 섬은 인간 밖에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뒤섞이는 장소이다. 다시 말해 섬은 어머니의 품으로부터 탈출해서 닿고자 하는 욕망의 상징체로 작용한다. 시인이 사회적 존재로서 설 수 있는 토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한 섬은 또 다른 섬으로 선택되고 결합되어 확장되어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죽음’과 ‘흔적의 시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여성성이 결코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라는 것을, 지향한 섬을 거치면서 터득한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윤 시인은 그 밖의 시를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지키려고 하는 욕망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있는데 시인의 그러한 열정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이고 그리고 절대적인 욕망임을 내비치고 있다. 불만족을 채워가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부단히 채워가는 것으로 결국 시인은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고 끝없이 섬을 찾아간다. 이러한 통과의례를 통해 결국 김윤 시인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지고 수용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품으로부터 벗어나 섬을 지향하며 떠도는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어머니를 포용한다. 어머니를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성숙한 인간 정신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모성은 여성성을 버리거나 상실한 것이 아니라 포용하며 품은 것이기에 그 무게가 더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듯 김윤 시인의 시집은 여성성에 대한 닫힌 의식의 문을 열고 트인 길을 보여준다.

목차

1. 그 섬은 그물 안에 갇혔다

키 큰 후박나무

그 섬은 그물 안에 갇혔다

숯막

지붕 위를 걷고 있다

가을 도피안사

문 밖에 서 있던

우면산

빈 간장 항아리

엑스레이 속에 숨어있는

몽혼

칠목

알타이 초원의 말

칼 가는 남자

난지천에 잠긴

노란 타워 크레인

상자들은 모두 뚜껑이 있다

잊어버리라고 눈이 온다

미소

서울 무지개

토란

저 자두나무

 

2.수몰촌 빈집

수녀님은 캥거루 주머니를 가졌다

어라연 가는 길

수몰촌 빈집

플래카드

별 여인숙 그 여자

동진 조선소

대정마을

상원사 쇠박새

살구가 익는 두만강

빈 황태 덕장

명사산

희방폭포

우박

갯능쟁이

석류나무 한 그루

남대천

산 아래 공터

찔레꽃

겨울 개암사

 

(이하 생략)

작가

김윤 지음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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