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축복

오가와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8년 7월 10일 | ISBN 9788983922755

사양 208쪽 | 가격 9,0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오가와 요코가 새롭게 창조한 몽환적 메르헨의 세계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축복’은 우연처럼 찾아온다!
‘축복’은 우연하게 다가와 인생의 한순간을 통과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우연한 축복은 어린 시절 부러워하던 동화의 주인공이 겪는 것과 같은 극적인 것이 아니라, 자칫하면 지나쳐 버릴 것만 같은 사소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치는 작은 ‘우연한 축복’을 ‘나’는 고립되고 절박한 상황 덕분에 오히려 민감하게 캐치한다. 이 책이 밝고 경쾌한 것이 아닌 다소 어둡고 슬픈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났을 때 우울함에 빠지는 게 아니라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연한 축복』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가슴속이 뻥 뚫려 버려,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구멍(공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삶을 포기하지도 위악을 가장하지도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며, 더 이상 희망은 보이지 않고 ‘이것이 한계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우연에 의해 구원을 경험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메르헨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의 해피엔딩을 그리는 것이라면, 오가와 요코의 세계는 이처럼 그것을 약간 비켜서며 몽환적이고 따뜻한, 새로운 메르헨의 세계를 연다.
가슴속에 작은 공동(空洞) 하나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시 말하면, 이것은 삶의 쓸쓸함을 알아 버린 성인을 위한 위로의 동화인 것이다.
권남희 씨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부하다 못해 잔소리 같은 교훈이지만, 세상 사는 게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누구에게든 그 삶 속에서 우연한 축복은 찾아온다는 사실을 새삼 되뇌게 된다. 물론 그게 축복이었는지 아닌지는 후에 알게 되는 것이므로 일단은 우연에 몸을 맡기고 볼 일이다.”

리뷰

『우연한 축복』에 대한 평가
아쿠다가와상 수상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아사히 신문》 서평
‘신간이 나오면 반드시 구입하는’ 작가가 몇 명 있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는 내게 있어 그 중 한 사람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작가, 라고 말하면 좋을까? 추종하는 작가, 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순전히 내 마음대로 추종하는 작가가 몇 명 있는데 그 작가들의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행복하다.
추종하는 작가의 작품 가운데 ‘어느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말 곤란하다. 작품은 극히 미세하지만 극적으로 변화해간다. 그 변화의 단계 모두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우연한 축복』의 수록 작품 가운데 하나인 「키리코의 실수」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가정부인 키리코와 주인공 소녀의 신비한 교류를 그린 이야기이다. 드문 일이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오가와 요코의 단편 중에서 지금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키리코의 실수」라고.
굳이 말하자면 오가와 요코는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작가이다. 어느 시기의 작품 속에서도 ‘오가와 요코적인 세계’는 고차원적이고 기분 좋은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키리코의 실수」란 작품 속에서도 이 세계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무언가가, 미묘하게.
‘잃어버린 것들의 세계’라고 나는 오가와 요코의 세계를 부르고 있다. 잃어버린 것들의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모든 소설 속에서 경질(硬質)적인 문체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키리코의 실수」란 작품 속에서는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잃지 않을 무언가의 존재가 있다. 잃어버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며 주변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것, 그런 존재들이 작품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오가와 요코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이는 애초부터 오가와 요코의 작품 속에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미숙했기 때문에 다만 내게 보이지 않았을 뿐. 원래부터 가장 좋아하는 걸 결정하고 싶어하는 것도 미숙함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고 나는 단언해보려 한다. 단편집이라면 『우연한 축복』이 오가와 요코의 작품 중에서 나만의 베트스 초이스라고.

 

일본 독자들의 평가(인터넷 서점 독자 서평)
 -불길해 보이는 단어가 때때로 등장하지만, 이 단어들은 표백 되어 오가와 요코가 그려내는 세계에 촉촉하게 젖어들어 간다. 처음으로 단편집을 읽었지만 이 작가의 단편소설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단편들이 서로를 침해하지 않아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7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완성되는 부분에 감탄했다. 역시 오가와 요코답게 빼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인생에는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럴 때에 찾아오는 우연은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축복이다. 하지만 우연이 결국 축복이 되었음을 깨닫는 건 분명 나중의 일이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우연에 몸을 맡겨도 좋다. 당신의 인생에는 지금까지 어떤 우연이 찾아왔고 앞으로 어떤 우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당신 인생에 다가올 우연을 사랑하라.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이 소설을 읽기 바란다.
-오가와 요코의 문장을 은밀하게 맛보는 건 비밀스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오직 오가와 요코만이 이 같은 아련한 세계를 그려낼 수 있다.

목차

수록 작품 소개 실종자들의 왕국 한밤중에 소설을 쓰던 주인공은 자신의 주변에 늘 있어왔던 실종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새끼 양의 털가죽을 구하기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떠난 융단 집 딸의 삼촌, 치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뭔가가 갑자기 생각난 듯 진찰실을 나간 할아버지, 빈을 여행하던 중 갑자기 사라져 버린 양호선생님의 애인, 각종 항공사의 구토 봉지를 모으던 외로운 고모의 실종.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불쑥 행방을 감추고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도작 동생의 죽음을 시작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는 주인공은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우연히 한 여인에게서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동안 쓰지 못했던 소설을 다시 쓰게 된다. 칠 년 후, 정신과 병동에서 자신이 쓴 소설과 같은 제목의 영문판 소설을 우연히 발견하는데, 그 소설은 ‘내’가 여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쓴 것과 똑같은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키리코의 실수 리코더가 없어져도, 소중한 만년필이 소각장에서 불타 버려도, 작가의 어린 시절 가정부였던 키리코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들을 되찾아 온다. 귀중한 도자기를 속아서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게 되었지만 ‘나’의 만년필은 내게로 되돌아왔다. 키리코 씨는 무언가를 쓰는 것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해 준 첫 번째 사람으로서 작가의 창작 세계로 향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영영 잃어버리지 않을 무언가를 ‘나’에게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다.
에델바이스 작가의 남동생이라고 자청하며 작가의 모든 책을 몸 여기저기에 지니고 다니면서 핥듯이 읽고 또 읽는 남자의 이야기. 실제 작가의 남동생은 스무 살 무렵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끈질기게 작가를 쫓아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더 많이 뽑아내어 소설로 쓰라고 채근한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갑작스레 사라져 버리고, 작가는 더 이상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음을 낀다.
누선수정결석증 어느 날 작가의 애견 아폴로가 병에 걸린 듯 앓는다. 공휴일이어서 동물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간신히 문을 연 곳을 찾아 유모차까지 끌고 나서지만, 비가 거세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그때 검은색 승용차가 옆에 서더니 ‘나’와 개와 유모차까지 차에 태우고 자신이 수의사라며 개의 병세를 봐 주더니,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마치 누선수정결석증 개를 찾아다니는 여행자처럼 사라진다.
시계 공장 깊은 숲 속의 살풍경한 공장에서 장인이 조금의 오차도 없는 시계를 만들어 내듯 ‘나’는 소설을 쓴다. 잡지사로부터 여행기를 청탁받고 떠난 남쪽의 어느 섬에서 만난 할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함께이던 지휘자 애인과의 첫 만남이 현실과 꿈의 세계를 오가며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임신을 한 ‘나’는 지휘자 애인을 만나러 연주회장에 찾아가 조용히 리허설을 보고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소설을 쓰는 공간(시계 공장)으로 돌아오고 만다. 
소생
아들의 고환에 물혹이 생겨 수술로 떼어낸 지 이 주 만에 ‘나’의 등에도 똑같은 것이 생긴다. 그것을 떼어낸 후로 ‘나’는 말의 샘을 잃어버린 것처럼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한편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아나스타샤’라고 소개하고, 러시아 혁명 때 참살 당한 로마노프 가의 이야기를 마치 자기 이야기인 양 이야기한다.

작가

권남희 옮김

일본문학 번역가. 저서로 《번역에 살고 죽고》 《길치모녀 도쿄헤매記》 《번역은 내 운명》(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어쩔 수 없는 물》 《채굴장으로》 《다카페 일기1, 2, 3》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무라카미 라디오》 《빵가게 재습격》 《밤의 피크닉》 《퍼레이드》 《슈거타임》 《우연한 축복》 《미나의 행진》 《젖과 알》 《카모메 식당》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봄, 이윽고 겨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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