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김경순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8년 10월 25일 | ISBN 9788983922915

사양 260쪽 | 가격 9,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2030 싱글걸의 과감한 성 이야기

<섹스 앤 더 시티>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21』에 ‘공감’할 때!

 

『21』은 「쇼윈도」로 <제2회 문학수첩문학상>을 받은 김경순의 장편소설로, 이삽십대 여성의 사랑과 연애, 성性 의식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생기 있게 그렸다. ‘성’을 이야기하면서 ‘도발’을 넘어 센스 있고 유쾌한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이끌어 냈는데, 소설가 권지예는 “감각적이고 센스 있고 위트로 넘친다. 재미있게 웃으며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읽은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과감한 성 이야기로, 세대 담론이 정착된 느낌”이라며 신진 작가의 역량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주인공 정지희는 섹스칼럼니스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와 같다. 둘은 같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캐리가 뉴요커의 상징으로 자리하며 뭇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정지희는 어디 가서 섹스칼럼니스트라고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한다. ‘섹스’는 빼고 그냥 칼럼니스트라고 말할 때가 많다. 당당해지자고 마음먹다가도, 섹스칼럼니스트라고 밝혔다가는 어디 한번 화끈하게 즐겨 볼까, 라고 생각한 남자들이 당장이라도 모텔로 끌고 가려 할 것이라는 편견이 머릿속 아주 깊숙이 박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환호가 ‘쿨’한 그녀들을 동경하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면 이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21』 속 정지희의 방황과 선택은 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공감과 위로를 줄 것이다.

 

‘성性 아노미 세대’, 수면 위로 떠오르다

 

주인공과 더불어, 대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도로교통사감정사 공부를 시작하더니 연애 사업이 더욱 바빠진 수진, 논리정연한 데다가 진지하기까지 한 공싱(공부만 하는 싱글)이었다가 정치학과 전임강사 애인이 생긴 진경, 세 친구의 성 담론은 성과 사랑에 대한 관점과 사고를 수면 위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나, 수진, 진경은 70년대생을 일컬어 ‘성 아노미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 의식에 있어 60년대생을 순응적인 스타일, 80년대생을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는 반면 70년대생은 마음은 자유롭지만 행동에 있어서는 기존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낀 세대라는 것이다.

 

“21세기 최첨단 진보 여성임을 자처하는 수진조차 원시시대의 DNA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존재해서 자신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통탄했다. 80년대생들이 보상 없이 오로지 섹스 자체를 즐긴다는 풍문을 전해 들을 때면 일찍 태어나 DNA 희석이 덜 된 미개인인 것에 분노했다.

‘지네들이라고 별 수 있겠어? 거기서 거기겠지.’

풍문의 대상인 80년대생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심통을 부리곤 했지만 우리야말로 성에 있어서 낀 세대이다. 성 아노미 세대이다.” _본문 64쪽

 

세대 차이는 성 의식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여동생과도 다른 게 많아서 ‘맛’이 아닌 ‘멋’을 위해 쓰디쓴 다크 초콜릿을 먹는다는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왜 100%에 도전하는 줄 알아? 85%만 해도 크레용 씹는 기분이야. 근데 언니. 그거 입에 집어넣는 순간, 나는 트렌드의 여자가 되니까. 그게 왜 안 쓰겠어? 좋아하는 척하는 거야. 그래야 내가 감각 있는 여자가 되니까.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고, 멋있어서 먹는 거지. 쿨하고,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_본문 69쪽

 

[줄거리]

 

섹스칼럼니스트 정지희, ‘찌질한’ 남자들을 거쳐 마침내 연하의 킹카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했는데, 큰일이다! 동생의 애인 H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자친구와 만난 지 이백 일 되는 기념일, 정지희는 특별한 날을 위한 저녁 식사 메뉴로 샤브샤브를 준비한다.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로 국물을 내고, 없으면 안 넣고 말아도 되련만 굳이 십 분 거리의 편의점까지 뛰어가 비린 맛을 잡아 줄 땅콩 소스를 사다가 소스도 만든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하나 있다. 오늘의 기념일이란 정지희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동생과 동생의 남자친구 H가 만난 지 이백 일 되는 날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섹스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달리 ‘나’의 연애는 신통치 못하다. 원래 동생의 애인 H는 나의 대학 동창생이다. 십여 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뒤 가끔씩 만나 술 한잔씩 하고 집에 바래다주곤 했는데, 느닷없이 동생과 H가 사귄단다.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좋아하거나 하는 감정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동생과 연인 사이를 선언한 다음부터는 H에 대한 관심이 솟아나면서 괜히 애인을 동생에게 뺏긴 것 같은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상처 받지 않으려고 가망도 없는 짝사랑에나 목매고 좋은 남자가 나타나도 ‘저런 멋진 남자는 어차피 나에게 관심도 없을 거야’라고 돌아서는 신포도 증후군을 가진 게 틀림없다는 친구 수진의 말마따나, 연하에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와 만남을 시작하지만 마냥 마음이 불편하고,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건 동생의 남자친구 H다.

세련된 패션 감각에 상위 10% 안에 드는 외모, 능력 있는 데다 나이까지 어린 마 과장과 이별을 고하고 결국 H를 선택하는 건 다만 멋있어 보인다는 것만으로 다크 초콜릿을 먹으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나’에게 필요한 건 “먼저 문자 보내면 나이 들어 집착하는 것 같고, 답장 바로바로 하면 자존심도 없는 것 같고, 자존심 좀 세우려고 튕기면 뻣뻣한 게 나이 든 티내는 것 같고, 데이트하면 젊은 여자애들이 다 이 남자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것 같은 자격지심”을 느끼게 하여 나를 단련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부드럽게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는 H의 따뜻함인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 나이에 소개팅을 했다고 달떴던 내 자신도 서글펐고, 남자에게 환상을 심어 주는 여자가 될 기회를 상실한 게 서글펐고,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했다고 서글퍼지는 것도 서글펐다. 이 남자와 애초부터 잘 안 될 걸 알았으면서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자신감이 없어지는 건 대학 신입생 때와 어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십 년도 더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나는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에 대한 그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게 화가 났다. 예순이 넘고, 일흔이 넘어서도 이웃집 할아버지나, 노인정 할아버지로 인해 일희일비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내 여성성이 끔찍했다. 모든 생각을 접고 택시 뒷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순간, 집까지 나올 택시비를 생각하니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자기가 택시비 내줄 것도 아니면서, 왜 택시는 덥석 잡고 난리야?” _본문 36~37쪽

 

“세상의 모든 곳에 신이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면, 세상에 악마가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게 동생일 것이다.” _본문 39쪽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외로움으로 통칭되는 감정이다. 외로움은 끊임없이 주변의 이성에게 안테나를 곤두세운다는 점에서, 언제쯤 솔로에서 벗어날까 자학성 궁상을 동반한다는 면에서 고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_본문 42쪽

 

“왜 나를 만나는 남자들은 한결같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명품 핸드백이나, 잘 짜인 여행 패키지 같은 걸 툭 던지지 않는 걸까. 물로 내 스스로 뭐 그런 델, 뭘 그런 거씩이나, 손사래를 치긴 한다. 그건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무나? 사 달라고 앙탈을 부리나? 참 소탈하군요, 혹은 요즘 여자들 같지 않네, 하면서 남자들은 나를 감자탕집으로, 선술집으로, 바람 쐬러 가 봤자 한강공원 등으로 데리고 다닌다.” _본문 87쪽

 

“제아무리 밭다리 안다리 걸기 고수면 뭐 하냐고. 괜찮은 남자들이 아예 모래판에 올라서지 않는 담에야 헛발질하다 세월 보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걸.” _본문 132쪽

 

“부끄러워할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콤플렉스가 아니다. 하등의 부끄러울 게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콤플렉스다 그래서 병이다.” _본문 190쪽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크게 성공할 줄 알았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든지, 박사가 돼서 이름만 대도 존경을 받는 인사가 되든지, 내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다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권력을 가지든지, 최악의 경우에 비슷한 것이라도 가지게 될 줄 알았다. (……) 기껏 동생 애인이나 넘보는 인간으로 전락했다. _본문 205쪽

리뷰

『21』에 대한 평가

 

재기발랄하고 재미있어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성에 부여된 신화적 의미나 메타포 같은 기존의 고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는 게 장점이다.  -구효서(소설가)

감각적이고 센스 있고 위트로 넘친다. 재미있게 웃으며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읽은 작품이다.   -권지예(소설가)

동생의 애인을 빼앗아 버리는 과감한 30대의 성 이야기, 세대 담론이 정착된 느낌이다.

-김미현(문학평론가)

<섹스 앤 더 시티>의 문법을 따르고 있어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복거일(소설가)

『21』신문. 인터넷 관련 기사

<조선일보> 2008-10-24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24/2008102401397.html

<중앙일보> 2008-10-25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8/10/25/3230352.html

<네이버 뉴시스> 2008-10-22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2340627

<네이버 연합뉴스> 2008-10-21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2324928

목차

욕망을 욕망하다 7

나도 데이트라는 거 할 줄 알거든 24

밀러, 그리고 21 41

청바지 돌려 입기 55

다크 초콜릿 vs 화이트 초콜릿 67

사랑은 비를 타고 80

밀러 라이트 95

연애의 기술 112

진실 혹은 거짓 133

몸 154

창립 리렙션 그리고 슬픔 172

딱 한 번만 184

분노의 포도 195

릴리스 콤플렉스와 모계사회의 상관관계 209

길을 잃다 222

호모팔락스 235

작가의 말 257

작가

김경순 지음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다녔고, 2004년 「쇼윈도」로 문학수첩 신인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장편소설 『21』, 『춤추는 코끼리』를 출간했으며, 제8회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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