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탑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 이영미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8년 12월 10일 | ISBN 9788983923004

사양 264쪽 | 가격 9,8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수상작

끝도 없이 치닫는 기상천외한 망상의 대향연

 

『태양의 탑』은 2003년에 혜성처럼 등장해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최강의 천재이자 변태 소설가’ 등의 수식어로 문단과 독자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모리미 도미히코의 데뷔작이며, <제15회 판타지소설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또한 국내에 이미 출간된 두 작품을 비롯해, 이후 발표한 작품들의 독특한 작풍을 정립한 첫 작품으로서도 의의가 크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기 없고 별 볼일 없는 대학생의 한심한 일상을 고풍스러운 문체와 시니컬한 유머로 엮어 낸 ‘자학청춘소설’쯤이라 할 수 있겠다. 과잉된 자의식에서 솟아나는 자기 정당화가 장황하게 서술되며, 비대해진 내면과 시시하고 하찮은 일상의 어긋남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해학이 넘쳐나는 고상한 어휘와 의고체(擬古體)로 묘사되는 뒤틀린 심사, 동정심을 절로 유발하는 허울뿐인 객기, 곤두박질치는 처절한 자학상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끝까지 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탄탄한 뒷심과 매력이다.

실제로 『태양의 탑』은 작가가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 일이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동아리 노트에 긁적인 내용이었고, 주위 사람들이 읽고 웃는 모습을 보고 소설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시시하고 평범한 청춘 군상을 이토록 재미있고 굴절되게 조리해 낼 수 있는 작가는 달리 없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괴짜 ‘사천왕’의 망상이 꿈틀댄다

아! 이것이야말로 청춘의 열기

 

교토대학 농학부 5학년이자 현재 휴학생인 ‘나’는 예전 애인이었던 ‘미즈오 씨’를 연구하기 위해 관찰을 거듭하며 240장에 이르는 대작 리포트를 작성 중이다. 미즈오 씨는 주인공에게 세계 유일한 연구자라는 자긍심을 심어 준 연구 대상이며, 연애지상주의를 경멸하는 주인공이 한때 착란상태에 빠져 부끄러운 줄 모르고 행복에 겨워하는 우를 저지르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녀로부터 일방적으로 ‘연구 중단 선언(결별 통보)’을 받지만, 자신의 조사능력과 연구능력, 그리고 상상력을 활용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주인공은 이 ‘연구’가 작금에 자주 화제가 되는 ‘스토커 범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독자를 환기시키는 주도면밀함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그녀 역시 주인공의 생일에 죽음의 순간을 정리한 책을 선물하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다.

또한 괴팍하고 희귀한 인종이라는 면에서는 결코 주인공에게 뒤지지 않을 교토대생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바로 주인공의 몽환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사천왕’이다. 자신의 숭고함을 증명하려다 실패한 사내들, 빼앗길 염려도 없는 순결에 전전긍긍하며 세계 평화와 건전한 사회질서를 위해 신작 포르노를 뒤적이는 사내들, 이율배반과 자기모순에 허덕이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우스꽝스러운 사내들이다. 그들은 경박한 센티멘털이나 로맨틱한 상상은 배제하고 리얼한 일상을 과감하고 꿋꿋하게 살아가자고 맹세한 동지들이다.

 

연애는 어디까지나 배은망덕한 기쁨이며,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이며, 가능하다면 남의 눈을 피해 맛보아야 할 금단의 과실이다. 그것을 마치 인생에 당연히 열리는 과실인 양 장소를 안 가리고 먹어 대고, 과즙을 남에게 튀겨 대는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인식해야 마땅하다.

만천하에 우글거리는, 팔짱을 낀 남녀들에게 고하노라.

“살아가라, (그러나 조금은) 부끄러운 줄 알라.” _본문 218쪽

 

남자들만의 망상과 사색으로 한층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나날이 정진을 거듭하는 절망의 댄스 선두에서 기운차게 내달리는 시카마, 강철 같은 수염으로 온통 뒤덮인 마음씨 고운 초대형 오타쿠 다카야부, 지구상에 꿈틀거리는 모든 인간들에 대해 숙명적인 분노를 느끼며 가능한 한 그들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질투의 화신 이도, 그리고 잠시나마 그들에게 배신의 고배를 마시게 한 주인공이 사천왕의 면면이다. 여하튼 그들은 이 뜬세상에 도전하며 교토 거리를 활보하고,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세월을 보내지만, 진지하게 싸우는 것치고는 그 누구도 그들의 고투를 알아채지 못한다. 적은 너무도 거대하고 그들의 동지는 너무도 적기 때문이란다.

책의 말미에 그들의 고투가 결실(?)을 맺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온 세상의 로맨틱한 감상이 결집하는 크리스마스이브(크리스마스이브야말로 연인들이 미친 듯 문란해지고, 장식등을 찾아 열도를 돌진하고, 죄 없는 무수한 닭들이 교살되고, 사랑의 간이 둥지에 밤새 틀어박히는 불순한 2인조가 대량 발생하고, 막대한 에너지가 헛된 환상으로 소비되어 환경 파괴가 한층 가속화되는 악몽의 하루_본문 155쪽)에 벌이는 ‘에에자나이카 소동(‘에에자나이카’는 ‘괜찮겠지, 아무렴 어때, 좋고말고’라는 의미로 1800년대 일본에서 봉기한 민중 운동)’이 그것이다.

 

시조카와라마치를 중심으로 소동은 종횡으로 퍼져 나갔고, 밤하늘 가득 “에에자나이카” 소리가 울려 퍼져, 크리스마스이브를 몰아내 버렸다. 사람들은 서로 밀고 밀리면서 즐겁게 외쳐댔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곧바로 소식이 퍼졌는지 기괴한 이 소동에 참가하려는 젊은이들이 교한 전차와 한큐 전차를 타고 연이어 시조카와라마치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경찰도 긴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 급속하게 비대해진 소동, 거기에 불을 붙인 것이 시카마의 아무 계획성도 없는 ‘에에자나이카’ 한마디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_본문 235쪽

?

 

이 소설의 제목이 된 ‘태양의 탑’은 1970년 일본 엑스포 때 세워진 상징물이다. 언제 보아도 신선하고 경이롭고 낯선 위화감을 풍기는 시치미 뗀 표정은 주인공을 비롯한 방황하는 청춘에게, 아니 인간 모두에게 끝내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 거대한 우주와 삶의 수수께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탑 앞에 서면 그 이상한 형태와 크기에 압도당한다. 너무도 매끄럽게 활 모양으로 굽은 몸체, 양쪽으로 쭉 뻗친 녹아 사라지는 듯한 팔, 꼭대기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빛 얼굴, 복부에 도사리고 있는 잿빛의 부루퉁한 표정, 뒷면에 있는 으스스하고 평면적인 검은 얼굴,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게 없다. 무엇보다도 상식의 틀을 벗어난 어이없는 거대함이 압권이다.

_본문 123쪽

(……)

세인들은 마땅히 위대한 태양의 탑 앞에 무릎을 꿇고 “뭐야, 이게!”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외쳐야 하리라. 이계(異界)로 들어서는 입구가 그곳에 있다. _본문 125쪽

리뷰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심사평

 

장점이 가득한 이의 없는 걸작이다. 객관과 주관의 균열이 작품 전편에 걸쳐 끊임없이 유쾌한 해학을 창출하고 있어, 독자는 항상 주관과 객관의 포복절도하는 이중창을 듣게 된다. 이는 작가의 선천적인 재능이리라. -이노우에 히사시

단순하면서도 해학이 넘치며 어딘가 부조리하고 상당히 굴절된 철학 등이 함유된 이상하고 별난 재미를 주는 작품. 파워풀한 괴짜 소설을 쓰는 역량 있는 신인이 등장한 것을 환영한다. -시이나 마코토

가장 강렬하고 가장 웃겼던 작품이다. 1970년대에 읽었던 청춘문학들의 그리운 향기가 물씬 풍긴다. -코타니 마리

위태위태한 망상으로 넘실대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순수한 심성으로 가득한 작품. -아라타마 히로시

독자 서평

 

★★★★★ 모리미 도미히코가 그려 내는 인기 없는 남자들에 대한 묘사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다다랐다. -기노쿠니야서점

★★★★★ 일단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읽어 보시라. 안쓰러워 안절부절, 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배어 나온다. -신주쿠본점

★★★★★ 청춘시절의 착각을 자조적으로 그려내 실소와 쓴웃음을 멈출 수 없다. 독특한 문체도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음을 자신한다. 단숨에 읽어 내리게 만드는 신기하고 수상한 작품. -신주쿠본점

미디어 서평

 

대학생들의 생태를 리얼하고 매지컬하게 그려 주목을 끈다. 『태양의 탑』부터 최근작까지 논스톱으로 읽을 것을 추천한다. -마이니치신문

칙칙한 대학생들의 이상 요상한 일상을 그린 수컷향기 폴폴 풍기는, 하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은 이야기. 표현도 능숙하고 작품 곳곳에 가득 흐르는 유희들에 웃음이 배어 나온다. -아사히신문

작가

이영미 옮김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옮긴 책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도시여행자》 《파크라이프》 《사요나라 사요나라》 《동경만경》 《나가사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면장선거》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모리미 도미히코의 《태양의 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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