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을 위한 진혼곡

베르트랑 퓌아르 지음 | 정미애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9년 2월 12일 | ISBN 9788983923080

사양 320쪽 | 가격 11,0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 음모 그리고 미스터리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이자 등용문인 <프랑스 코냑상>을 수상한 베르트랑 퓌아르는 “프랑스 추리소설계가 새로운 대가를 맞이했다”는 언론의 극찬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오직 상상력을 자양분 삼아 인상파의 거장 세잔을 소설 속에 부활시키며, 19세기 예술가들의 열정적 예술혼으로 불탔던 파리와 엑상프로방스를 넘나들며 경쾌하면서도 기발한 미술 추리소설을 탄생시켰다.

1906년 10월 세잔은 ‘공식적’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작가는 1906년 10월부터 1908년 6월 사이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 은둔해 있었으며, 그동안 그렸던 46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드라마틱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미스터리 한 편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절친했던 세잔과 에밀 졸라의 ‘의절’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이자 모티프다.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결국 에밀 졸라가 죽었다는 소식에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세잔이 통곡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소설은 1908년, 은둔해 있던 세잔이 파리로 올라와 에밀의 초상화를 에밀 졸라의 유해 이장식이 거행된 팡테옹 신전 앞에 놓고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에밀의 초상화는 어이없게도 한 꼭두각시 놀이꾼의 손에 넘어가게 되고, 비슷한 시각 한 카페에서는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세잔의 누이와 사람들이 살해된다. 또한 세잔의 아들 폴이 누군가에게 납치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에밀의 초상화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누가 세잔의 아들을 납치한 것일까? 소설은 초상화의 동선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세잔 아들의 납치와 살인 사건에 숨은 음모와 반전의 코드를 숨겨 놓는 한편 세잔과 에밀 졸라의 못다 이룬 우정을 추리적 상상력을 통해 극적으로 재회해 주고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위해 새롭게 창조된 세잔

『세잔을 위한 진혼곡』은 세잔이 소설의 전면에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다른 팩션과 구별된다. 그래서일까. 세잔의 초상화로만 보아왔던 화상 볼라르나 세잔의 아내 오르탕스, 그리고 아들 폴이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현장감을 더한다. 그 외에 27세의 젊은 피카소나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 여류 화가 마리 로랑생 등이 등장하여 19세기 젊은 예술가들의 몽마르트르 풍경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해 내고 있으며, 세잔의 명작 <생빅투아르 산>이 그려졌던 엑상프로방스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남프랑스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연상시킬 만큼 다양한 주변인물들이 풍부한 개성 묘사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졸라의 소설 『작품』 출간 이후 의절하여 죽을 때까지 다시는 만나지 않았던 두 친구를 사후에 다시 화해시킴으로써, 완벽한 반전의 묘미로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추리소설로서뿐 아니라, 한 예술가의 삶과 우정에 대한 절절한 헌사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19세기 미술과 창작, 예술가의 삶과 예술품 거래의

뒷이야기로 넘쳐나는 탐정 소설!

소설의 중심에는 세잔과 에밀 졸라가 있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것은 ‘랄리’라는 여류소설가다. 그녀는 세잔의 아들 폴과 연인 사이이기도 하며, 세잔을 소재로 한 전기소설을 쓰고 있는 세잔의 추종자이기도 하다. 랄리는 폴이 실종되면서 로랑이라는 젊은 조각가와 그와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카페에서의 살인 사건과 에밀 졸라의 초상화가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미 파리 화단은 에밀의 초상화의 등장으로 술렁이고 있었고, 한편으로 그 초상화를 손에 넣으려는 화상 메트칼프의 계략이 펼쳐진다.

소설 중반, 세잔이 아들의 애인 랄리의 집을 찾아가면서 사건의 전모가 한 꺼풀 벗겨진다. 세잔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메트칼프가 세잔을 위해 엑상프로방스에 네 개의 비밀 아틀리에를 지어 주고 생활을 보장해 주면서 그림만 그리게 한 것이다. 그 사이 세잔은 46점의 작품을 그렸으나, 에밀 졸라의 팡테옹 이장 소식을 듣고 2년 전 친구의 사망 소식에 비통해하며 그려 두었던 에밀의 초상화를 들고 파리로 도망친다. 메트칼프는 에밀의 초상화를 최초의 발견자였던 꼭두각시 놀이꾼과 짜고 경매를 통해 낙찰받게 되며, 세잔이 숨겨둔 그림 46점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결국 세잔의 아들 폴을 납치하게 한 것이다. 세잔 역시 신원이 노출되어 메트칼프 일당에게 납치되기에 이른다.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랄리와 로랑 그리고 경찰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나서면서 소설은 결말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최근 열리고 있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이나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전> 등과 같은 대형 전시가 미술에 대한 국내 대중의 관심을 반증하는 만큼, 세잔의 삶과 예술 세계 그리고 인상파 미술을 포함한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베르트랑 퓌아르의 『세잔을 위한 진혼곡』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당대 예술가의 삶과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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