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히든페이스

살바도르 달리 지음 | 서민아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9년 9월 5일 | ISBN 9788983923219

사양 552쪽 | 가격 13,8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최초 장편소설

 

《히든 페이스》는 살바도르 달리가 쓴 최초 장편소설로,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남녀 간의 초현실적인 사랑을 다룬다. 조형 예술의 천재이자 최고 권위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동시에, 스스로를 천재라 일컬으며 평생 겸손이라고는 몰랐던 달리는 〈트리스탄 이졸데〉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으로 문학 장르에서조차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해 냈다.

초현실주의 화가의 글이라는 이유로 달리의 자서전 《살바도르 달리(La Vie Secr?te de Salvador Dali)》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던 독자들조차 찬사를 보냈을 만큼, 《히든 페이스》는 인생의 씨줄과 날줄로 엮인 초감각적, 비이성적, 영적, 초자연적 세계의 표상들뿐 아니라, 시각 외의 다른 감각 자극에 의해 드러나고 재현된 이미지들 역시 그림을 그리듯 유독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광기라는 외줄을 타던 희대의 천재, 창조 본능을 분출하다.

부조리한 것들이 조리 있게 이어지는 달리의 환상적 서술기법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전방위 예술가인 달리의 삶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행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그의 창조적 광기는 회화, 조각, 설치, 영화, 무용, 무대장식, 의상과 보석 디자인, 화장품, 저술에 이르기까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언어 예술로 표현된 그의 창조작 중 하나인 이 소설은 1940년대에 쓰였으며, 193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달리가 초현실주의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시기이자,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정치적 국면을 맞이하던 시기임과 동시에 예술 역시 기존의 예술형식 파괴 및 부정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달리는 회화의 목적에 대해 “의식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 사이의 육체적 장벽을 동시에 제거하고, 현실과 비현실 및 명상과 행위를 혼합하여, 전 생명을 지배하는 초현실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회화뿐 아니라, 그의 소설에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고, 합리성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그의 무의식적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탁월한 재능, 번득이는 재치, 서정적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소설은 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빛나는 색깔과 바로크주의, 르네상스적 특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작이다. 부조리한 것들이 조리 있게 이어지는 달리의 환상적 서술기법은 우리 시대 한 가지 화두인 엽기 코드와도 닿는 부분이 있으며, 호기심 많았던 그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특별한 어법과 문체 또한 발휘해 냈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죽음을 뛰어넘는 남녀의 위태로운 사랑.

“죽음보다 분명한 것은 없다”

 

이 소설의 주제는 죽음을 무릅쓴 사랑이다.

그랑드살레 백작을 중심으로 벳카와 베로니카의 플롯, 그랑드살레 백작과 마담 솔랑주의 플롯으로 나뉘어 전개되는 이 소설은 봄이면 부드러운 황록색 새순이 돋아나는 크류 드 리브류 초원의 코르크나무 숲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그랑드살레 백작의 소유였으나, 재정 악화로 숙적 로슈포르의 손에 넘어간 코르크나무 숲은 모조리 베어 없어져 처참한 몰골을 드러낸다. 주변의 거대한 삼림과 별개의 땅이 되어 버린 이 숲은 백작의 타락과 멸망을 암시하는 증거물이다.

백작은 이 코르크나무 숲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며 이 땅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교계에서 이야기꾼으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해 공증인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거나, 공증인이 다리를 절룩이며 걷는 모양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무절제한 귀족 한량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녀들, 사치와 향락을 일삼으며 사랑 놀음에 빠진 귀족들의 이야기는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던 시기를 맞으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5년간 서로를 유혹하려 밀고당기는 연애전을 펼치던 마담 솔랑주 드 클레다는 백작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백작은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클레다를 외면하고, 전장으로 떠나 버린다. 지금껏 사랑을 갈구했지만, 정작 대상의 실체가 드러나자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백작의 말대로 그는 평생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 채 살아간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클레다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백작의 숲을 정성껏 가꾼다. 하지만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채 오히려 학대하는 백작의 잔인함은 그녀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간다.

한편,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베로니카 스티븐스는 얼굴도 모르는 존 랜돌프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그랑드살레 백작을 랜돌프라고 오해한 채 그와 결혼하여 순정을 바친다. 몇 년이 지난 후 기적적으로 랜돌프가 살아 돌아오지만 베로니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랜돌프는 오해로 점철된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못한다. 진실을 알게 된 베로니카는 큰 충격을 받고 이혼하지만, 랜돌프와는 맺어지기를 거부한다.

의지할 곳이 없게 된 그랑드살레 백작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연인 클레다는 이미 사망한 후다.

바그너풍 음악을 배경으로, 파멸이 임박한 히틀러를 보는 듯한 환각적인 장면을 담아 결말을 예견하는 에필로그는 매혹과 공포가 한데 뒤섞여 섬뜩하다 못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솔랑주 드 클레다와 그랑드살레 백작, 존 랜돌프, 베로니카 스티븐스, 벳카 사이에 일어나는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인생 이야기와 연결되어 달리의 철학적·심리적 사상과 언어 심상에 대한 기지를 극적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된다.

 

“이것은 시대의 풍조와 자기반성, 개혁,

열정의 체계를 다루는 진정한 글이다.”

 

속도라는 광기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문학작품에서도 5분짜리 미키마우스 영화나 아찔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낙하산 점프와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겠지만, 시대의 풍조와 자기반성, 개혁, 열정의 체계를 다루는 달리의 이 진정한 소설은 스탕달 시대에 수레에 올라타 유유자적 여행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달리는 말한다.

 

“사람들은 내가 발자크풍의 소설을 쓴다느니 위스망스풍의 소설을 쓴다느니 하며 떠든다. 하지만 내 책은 그런 소설과는 전혀 관계없는 철저히 달리적인 소설이다. 내 자서전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의 구조 아래에서 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본질적인 신화와 나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언제나처럼 끊임없이 강렬하게 드러나 있다는 걸 쉽게 발견할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달리의 회화 작품 속에 내재된 모든 주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그만의 비합리적, 편집광적 분위기는 물론, 현대인의 불안, 공포, 모순, 절망, 비합리적인 상상력, 이미지의 중첩, 의도적인 그로테스크한 공포감 등을 담은 초현실주의적 이미지의 효과는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의 주관적인 상상력으로 다시 한 번 걸러서 체험된다.

풍부한 시각적 언어로 쓰인 이 소설을 영어로 처음 번역한 호콘 슈발리에의 말처럼 “달리가 붓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소설 역시 효과적으로 그렸든 그렇지 않든, 그의 그림에 매혹을 느낀 사람이라면 그가 이 새로운 방식에 온 마음을 다해 몰두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리뷰

■ 언론사 리뷰

이 책은 시각적인 창작으로 가득하며 대단히 재기 넘치고 디킨스식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저자 스스로 내린 천재라는 오만한 평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옵저버》

 

첫 페이지를 펼치면 지적이고 기발하며, 그의 그림만큼이나 사진처럼 정확하고 고풍스러운 바로크 소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말라. 달리가 모두 설명해 줄 테니. -《가디언》

 

달리의 유일한 소설 《히든 페이스》는 글로 그림을 그리면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확실하게 보여 준다. 그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때로는 그림으로 소통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주기도 하며, 그럼으로써 합리성으로 설며오디지 못하는 그의 무의식적인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자 서민아

 

■ 책 속으로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말에 올라타 있는 셈이지요.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다요! 한번 휙 둘러보세요. 완벽하게 마무리된 게 하나라도 있나! 아니요, 대개는 더 형편없습니다. 전부 다른 사람들한테 임대한 부품, 임대한 걸 또 임대한 부품들로 이루어져, 다른 부품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천 가지 부품들로 조립되어 있는 것 같지요.”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딱한 건 언제인지 아십니까? 그들이 어떻게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보려고 애를 쓸 때입니다.” -p.134

 

반항심과 매달리다시피 한 애정의 양극단 사이에서 그녀가 겪어 보지 않은 감정이 있었을까! 연인들 사이가 늘 그렇듯 언제 깨질지 모르는 것이 연인 관계일진대, 그녀의 너그러운 영혼이 품은 순결하고 따뜻한 달걀인들 어떻게 아직 깨지지 않았겠는가? 위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아무리 신속히 위안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 기다림이 길고도 지루한 법이거늘, 실제로 위안을 받기까지 솔랑주가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 천년만년 긴 시간이었으리라는 것을 말해 무엇하리! -p.282

 

결국 전쟁이란, 전투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모든 당파들이 기꺼이 찬성하는 상황이지만, 반면에 평화는 싸우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면 모두들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현상이지요. 전쟁과 평화 이 두 가지는 정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양상일 뿐입니다. -p.298

 

비행기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일종의 마취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은 방향도 화살도 아니요, 비행을 명상하며 그 자리에 붙박인 한 마리 나비인 것을. 그것은 하나의 원인 것을. -p.322

출간! 『살바도르 달리 히든페이스』 관련 신문.인터넷 기사

<네이버 연합뉴스> 2009-08-3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2839316

<문화일보> 2009-09-0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090101032530023002l

<매일경제신문> 2009-09-01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461093

<한겨레신문>2009-09-03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748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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