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열매 세탁공장

이언호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0년 4월 15일 | ISBN 9788983923493

사양 304쪽 | 가격 12,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미국 이민 세대, 노마드 사회에서의 정체성 찾기1981년 미국으로 건너 가 지금까지 40여 편의 희곡과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민 1세 작가 이언호의 연작소설 《꽈리 열매 세탁공장》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30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삶의 터전을 닦은 교포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특유의 유쾌한 입담과 해학으로 미국사회에서 적응하고 현실 문제에 부딪치며 살아가는 재미 동포의 삶과 애환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소설은 LA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태명호(맹태)와 고교동창인 홍성달(홍달) 두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30년 전 겨우 5천 달러를 갖고 도미한 주인공 ‘맹태’가 좌판에서 물건 파는 일을 시작하여 세탁소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이민생활은 절망과 좌절로 점철되었다. 그러나 맹태는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간다. 그의 친구 ‘홍달’은 맹태의 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허물없는 사이지만, 부부싸움도 맹태의 집으로 달려와 할 정도로 말썽꾼인 친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생경한 말과 문화의 옥죔 속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언제나 ‘고향’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워준다. 맹태 부부가 지인에게 받은 꽈리 한 뿌리를 어린 자식 보살피듯 볕 가리개까지 씌워주며 정성스레 가꾸는 장면은,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이민자들의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가슴 찡한 대목이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더 나아가 이 작품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도 좌절도 아닌, 그래서 행복을 쟁취한 것도 불행의 늪에 빠진 것도 아닌, 편견없는 미국적 삶을 묘파”했다고 역설한다.

이언호 소설은 재미동포 문학 가운데서 중간계층으로 발돋움한 사람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그리면서 진정한 삶이란 결국 어디에 살든 인간다운 가치관을 향유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이민생활의 신세타령과 우정과 사랑에서부터 미국문화와 망향심, 통일문제에 이르기까지 미국 이미 세대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유쾌한 입담과 해학으로 빚어낸미국 이민의 삶과 휴머니즘

 

작가는 미국은 철저하게 “페이먼트와 싸우는 곳”이라고 일갈한다. 그 속에서 싸워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는 이민 세대의 냉혹한 현실을 소설 속에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도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 맹태 역시 미국 땅에서 자식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하루에 90킬로그램이 넘는 산더미 같은 빨래들을 해치우고, 아내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전전긍긍해야 한다. 그중 <떡깔나무 속의 별들>은 미국에 이민 온 초기에 친구 홍달을 만나면서 세탁소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로, 그들이 처음 미국에 발을 디디면서 겪은 생활상을 잘 엿볼 수 있다. 맹태 친구 홍달은 항상 부부싸움만 하면 맹태의 집으로 쪼르르 달려와 한바탕 ‘일전’을 벌이는 괘씸한 한 존재다. 이들은 언제나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못 살게’ 굴지만, 한편으로는 타향에서 의지할 곳 없는 이민자들의 삶을 잘 담아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들은 또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 맘 같지 않은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다. 맹태의 아들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뜬금없이 일주일 동안 사라지는가 하면, 홍달의 아들은 하버드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동안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아들들이 철부지만은 아니다. 맹태의 아들은 아버지 노후에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정찰 중이었다는 넉살을 늘어놓는가하면, 홍달의 아들은 그동안 받은 등록금을 모아 레스토랑을 인수한 것이다. 이언호는 극작가답게 이민 1세대와 1.5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극적으로 풀어내며 작품 곳곳에서 지기를 발휘하며 독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 생선회를 사러 갔다가 공동묘지를 밤새 돌며 길을 잃자 단골손님인 경찰관 조지가 그를 찾아낸 이야기, 홍달의 딸의 함 들인 날 골목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위 친구들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이야기, 홍달과 맹태를 속여 돈을 뜯어낸 한인 교포 사기행각 등 이민 생활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감나는 에피소드들이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무엇보다 맹태가 암이 걸린 홍달이와 산타모니카의 바닷가로 내달리면서 벌어지는 결말 부분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문학평론가 이중재는 “이민 사회의 현실을 투영하면서도 우정과 사랑 그리고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한다며, “건강한 유머와 따뜻한 가족애로 가득 차 있는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한다. 《꽈리 열매 세탁공장》은 현재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미국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이다.

리뷰

추천의 글

이언호 호설은 재미교포 문학 가운데서 으뜸이다. 중간계층으로 발돋움한 사람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그리면서 진정한 삶이란 결국 어디에 살든 인간다운 가치관을 향유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준다. -임헌영(문학평론가)

입담이 좋은 작가가 발랄한 재치와 풍부한 유머를 구사하며 대화조의 간결한 문체로 들려주는 이야기이니 읽는 맛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민생활의 신세타령에서부터 미국 문화와 망향심 등 이민 세대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 – 노재민(LA시립도서관장)

목차

작가의 말 | 프롤로그 | 떡갈나무 속의 별들 | 따뜻한 방 | 미로 찾기 | 높고 푸른 하늘 | 비둘기의 눈 | 꽈리에 열린 에피소드 | 베첼러 파티 | 장년 세대 만세 | 광야 위의 별빛 | 산타모니카를 향하여 | 해변의 여인 | 눈부시게 하얀 길 | 에필로그 | 작품 해설 | 이언호 연보

작가

이언호 지음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성균관대 국문과를 나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기관실 사람들〉이, 같은 해 문공부 예술창작공모 장막희극 〈돌쌈〉이 가작에 입상되어 등단하였다. 198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작가는, 40여 편의 희곡과 소설을 발표하여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희곡집 『소금장수』, 『신부의 사랑』, 소설집 『길 가는 사람들』, 『개똥벌레들 날다』 등이 있으며,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미주 한국문학상, 미주 한국펜문학상, 대한민국 희곡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의 대표작 『소금장수』는 2008년 진주국제예술제에서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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