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촌 기행

정진영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1년 7월 11일 | ISBN 9788983924094

사양 288쪽 | 가격 12,0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판타지 문학상(조선일보)(2011년(3회))

책소개

1억 원 고료 〈2011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당선작환상문학의 경계를 깬 이야기꾼의 탄생!
“깊이 있는 성찰과 참신한 문제의식을 지닌 판타지 소설의 창작과 유통을 돕고, 세계 판타지 장르와 경쟁할 한국형 〈해리포터〉를 찾는다”는 가치 아래 출범하여 3회째를 맞은 〈2011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이 《도화촌 기행》과 《풀잎의 제국》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치열한 접전 끝에 공동수상작으로 선정된 《도화촌 기행》은 사법고시에 셀 수 없이 낙방한 서른아홉 살 고시생 범우가 한밤중 고양이에 홀려 도화촌이라는 마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환상소설이다. “리얼리즘 소설에 환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깊이와 의미를 심화시킨, 환상 문학의 범주를 넓혀줄 작품”(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교수)이라는 찬사처럼 우리 문화에 바탕을 둔 독창적 판타지를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현직 일간지 기자지만 오랜 고시준비 생활을 경험한 탓에, 만년 고시생인 주인공의 고뇌를 절절히 풀어놓는다. 그와 함께 탄탄한 문장과 재치 있는 문체로 도화촌이라는 독특한 가상공간 속 주인공의 긴박함을 밀도 있게 표현해내면서 독특한 리얼리즘적 판타지소설로 승화시켰다.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범우가 고양이를 따라 도화촌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극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세계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도술을 부리는 사람이나 날아다니는 용은커녕,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 있고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평화로운 마을일 뿐이다. 돈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워주는 촌장 노인, 해탈한 듯한 마을 사람들의 일상에서 범우는 이곳이 바로 진정한 무릉도원임을 직감한다.

고시생의 찌든 삶에서 벗어난 그는 호미 하나로 하루 종일 밭가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어가지만, 그에게 이 평화로운 공간이 감옥으로 변하는 결정적 사건이 터진다. 속세에 있을 때 사 두었던 복권이 당첨된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도화촌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촌장 노인은 “나가는 길이 너무나 많아서 셀 수조차 없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밤새 걸어도 길을 찾을 수 없다.

《도화촌 기행》은 동양 설화와 우리 문화에 기반을 둔 한국적 판타지로서 기존 판타지소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인류를 구원하거나 보물을 차지하는 등 외부 세계와 대결하는 서구 판타지와는 달리, 현실과 2차 세계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그 경계를 구분 지으며 독특한 갈등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이 작품이 주는 재미다. 이 소설이 우리나라 독자는 물론 전 세계 독자들에게 우리만의 참신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새 지평을 열기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복숭아꽃 흐드러지게 핀 평화로운 동네, 도화촌이 마을이 수상하다!

《도화촌 기행》은 지금껏 봐왔던 판타지소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판타지 소설의 공식처럼 되어버린 ‘2차 세계’조차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농촌 마을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한 경계가 이 소설을 판타지소설의 새로운 재미로 이끈다. 한 개인이 겪는 환상을 통해 보편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일깨워주고, 그것이 소설의 경계 자체를 허문 것이다. 소설가 박성원이 “새로운 환상문학의 출현”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틀리지 않다.

어림잡아 3만 명에 달한다는 신림동 고시촌의 고시준비생 중 하나인 범우는, 딱 한 번 1차시험에 패스했을 뿐 10년이 넘도록 번번이 사법시험에 낙방하면서 이제는 붙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익숙해진 고시생이다. 열 살이나 어린 후배가 이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술자리를 씁쓸하게 벗어나 조용한 골목길을 걷던 그는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를 따라가다 어느덧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로 들어선 것이다.

‘도화촌’이라는 이름의 이 낯선 마을은 그가 지내온 신림동 고시촌과는 전혀 딴판이다. 자기만의 섬에 갇힌 듯 살아가는 고시촌 사람들과 달리 오다가다 마주치면 자연스레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고시 준비를 하면서 얻은 불면증 때문에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한 술이 중독 상태에까지 이르던 범우는 도화촌에 온 지 며칠 만에 꿀맛 같은 단잠을 이루기도 한다. 하나같이 그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이웃들 하며, 그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미리 준비되어 있는 그만의 집까지, 고시촌 생활에 비하면 그야말로 신선 같은 하루하루다. 이런 생활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범우는 차츰 도화촌 생활에 적응해간다. 여기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그러나 하루하루 지낼수록 점차 의문들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도인 같은 노인,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번민과 의문들에서 초연한 주민들, 도무지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 동네의 정체는 무엇일까. 급기야 범우에게 도화촌을 무릉도원이 아니라 악몽처럼 여기게 되는 ‘복권 당첨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결국 도화촌을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마을을 빠져나가는 일 역시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탄탄한 문체의 힘을 발휘하며 독자들을 압도한다. 한 개인의 갈등 국면을 심리적 묘사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급기야 환상 공간과 현실 공간 사이의 갈등구조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처럼 단단하지만 유머러스한 문체, 현실과 밀착된 에피소드 전개와 오래 가다듬은 주제가 시너지를 이뤄 독자도 함께 깨달음을 얻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 《도화촌 기행》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새로운 전범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판타지 소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2011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심사평

2011년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이 주목한 점은 한국적 고유성이다. 환상문학은 세계 각 곳의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유럽의 신화적 전통에서 비롯되었으며,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요괴설화에서 출발했다.

한국적 판타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럽식 판타지의 일반 문법이 아니라 우리 문화 고유의 세계관을 발견하고 상상력을 세련해야 한다. 우리 문학사에는 《수이전》이나 《금오신화》 같은 훌륭한 환상문학의 전통이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전통을 동시대적 문법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일 것이다. 한국적 고유성을 추적하되 그 전통을 N세대, ‘글로컬(Glocal)’ 시대에 걸맞은 동시대적 서사로 재창조해야 한다. 고유성과 동시대성, 이것이 바로 2011년 판타지 문학상의 수상작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런 전제하에 본심에 올라온 여덟 작품들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들이 오갔다. 우선 문학성을 갖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뤼미에르 피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판타지 문학의 축적된 장르성보다는 오히려 중간문학으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 유보되었다. 문학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환상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아조트’에 대한 아쉬움도 이 부분에 있다. 여러 신화적 요소들을 환상으로 끌어들이고는 있지만 서양 판타지 문학의 관습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다.

고유성과 동시대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으로는 ‘풀잎의 제국’ ‘도화촌 기행’ ‘신도깨비전’ 등이 언급되었다. 이중에서 작품으로서의 완결성과 문학적 감각에 대한 토론을 거쳐 ‘풀잎의 제국’과 ‘도화촌 기행’을 두고 최종적 선택의 고민이 남았다. 병자의 신체를 조상신이 돌본다는 점에서 ‘풀잎의 제국’은 한국의 전통적 관습을 반영했고, ‘도화촌 기행’은 현실의 불완전함을 대체할 2차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목가적 문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다. 두 작품은 모두 한국적 고유성의 스펙트럼 양극에서 각각 다른 재미를 보여 주었기에 한 편을 선정하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긴 시간의 토론과 고민 끝에, 심사위원들은 한국적 판타지의 외연을 넓히고 이를 통해 고유성의 지표를 확정해 나간다는 점에서 ‘풀잎의 제국’과 ‘도화촌 기행’ 두 작품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두 수상작은 판타지 문학상의 문학적 정체성에 대한 발견이자 선고이기도 하다.

 

심사위원> 장경렬, 정재서, 김동식, 박성원, 강유정, 전민희

리뷰

■ 《도화촌 기행》 심사평
리얼리즘 소설의 범주이면서 환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깊이와 의미를 심화시키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문장의 세련도가 일정 수준에 올랐을 뿐 아니라, 환상문학의 범주를 넓혀줄 만한 작품이다. -장경렬

고시촌과 도화촌이라는 다른 세계를 통해 40세 고시생의 현실적 고민과 도화촌의  환상적 경험을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이끌어내며 이야기꾼적인 면모를 보인 작품 -김동식

《도화촌 기행》은 한 개인이 겪는 환상을 통해 보편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간의 환상문학이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면 이 소설은 경계 자체를 허물었다. 새로운 환상문학의 출현이다. -박성원

현실과 밀착된 에피소드 전개와 오래 가다듬은 주제가 시너지를 이뤄 독자도 함께 깨달음을 얻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 작품이다. -전민희

현실의 불완전함을 대체할 2차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목가적 문체로 풀어낸 문제작 -강유정

작가

정진영 지음

1981년 대전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장편소설 『발렌타인데이』로 ‘한양대학보 문예상’ 대상,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과거에 작곡한 곡들을 모아 2014년 앨범 『오래된 소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문화일보> 기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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