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시리즈 2 - 불타버린세계

책소개

하드코어 SF 지구종말 3부작
문명이 야기한 인류 대멸망

하드코어 SF소설의 대가이자 뉴웨이브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J.G. 발라드의 지구종말 3부작 중 두 번째 《불타버린 세계》가 출간되었다. 1964년 잡지에 연재된 소설을 장편으로 확장해 재발표한 이 소설은, 50년 전에 집필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대문명의 파괴력과 사회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담아낸다.
발라드는 인간의 산업폐기물이 야기한 전 세계 대가뭄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설득력 있는 가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이 바다에 버린 산업폐기물이 축적되어 바다에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강수의 순환사이클이 파괴되고, 전지구가 대가뭄에 시달린다는 가설은 현대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만큼 혁신적이다.
발라드는 문명의 폐해로 인한 대재앙을 예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해밀턴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10년간 이어진 대가뭄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 내는 한편, 극한 조건 속에서 우정, 사랑, 신뢰, 배신과 같은 인간의 기본 감정들이 무너져 내리며 의미를 잃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재앙으로 가득한 풍경과 환상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고딕적인 책 – 더 타임스

소설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끝없는 모래먼지와 해안가 수십 킬로미터를 채운 소금언덕, 이글거리는 태양과 검게 변한 물, 모래에 묻힌 채 버려진 자동차들과 무너진 다리, 으스스한 수족관 등은 이 소설이 탐색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사람들은 결코 비가 내리지 않으리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인식하면서 획일화, 몰개성화되길 자처하고, 존엄성과 자아를 지키려는 이들은 이방인으로 낙인찍혀 철저히 소외된다. 주인공 랜섬은 공동체에 소속되길 거부하며 자주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지만, 10년간 지속되는 대가뭄은 그의 생존마저 위협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또 다른 쟁점은 편견과 차별이다. 저자는 고향 해밀턴을 지키며 살아온 퀼터와 로맥스의 갈등을 통해 소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어릴 적 앓은 수두증으로 특이한 두개골 모양을 가진 퀄터는, 숨겨진 지하수를 모아 관리하며 식량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마을의 지도자로 활동한다. 그러나 편견과 허영에 사로잡힌 마을의 전(前) 지도자 로맥스는 자신의 하인이던 퀼터를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 화장한 얼굴, 흰 양복, 기름 바른 머리로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허영심을 대변하는 로맥스는 물을 탈취해 권력을 얻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공동 저수지를 파괴함으로써 생존자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수수께끼 같은 상징들과 시적인 재치, 폭력적 장치 등을 통해 그 어떤 디스토피아 소설보다 기이하고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인간 경험과 심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이 소설은 보편적인 인간조건에 대한 탐색이자, 대가뭄으로 인한 인류 멸망과 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조명한 발라드의 초기 명작 중 하나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환경주의자의 경고

소설은 몇 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강과 호수가 말라버린 해밀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물의 결핍은 내면의 폭력성을 이끌어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을 찾아 해안으로 이주한다. 주인공 랜섬 역시 물을 찾아 해안으로 향한다. 그러나 해안에서 마주한 현실은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질서다. 군대는 해안가에 철조망을 친 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물 한 모금을 위해 철조망을 넘는 사람들은 살해당한다. 주민들은 반란을 일으켜 마침내 바닷가에 닿지만, 증류되지 않은 바닷물로는 열기조차 식힐 수 없다.
그로부터 10년 후, 극심한 가뭄으로 해안선은 몇 킬로미터나 더 멀어졌고 바닷가는 끝없는 소금언덕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은 증류기를 중심으로 생활공동체를 만들고, 개성도 희망도 기쁨도 없는, 노동뿐인 삶을 이어 나간다.
주인공 랜섬은 공동체에 소속되는 대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지속되는 가뭄은 생존마저 위협한다. 공동체는 주관이 뚜렷한 랜섬의 유입을 경계하고, 결국 랜섬은 인간다운 삶을 찾아 내륙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랜섬 일행은 고향 해밀턴에서 물이 가득한 저수지를 발견한다. 이 저수지에 물을 채우고 관리하는 건 랜섬이 버려두고 온, 수두증을 앓았던 장애인 퀼터다. 그는 자신이 모시던 주인 로맥스의 여동생과 결혼해 아이 셋을 키우며 살고 있다. 편견과 허영으로 가득한 로맥스는 퀼터를 인정하지 못하고 권력의 상징인 물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결국 로맥스는 공동 저수지를 파괴해 마을에 남은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리뷰

| 언론의 찬사

독창성과 힘으로 가득한 소설. 심오하고 진지한 작가의 너무나 인상적인 책. -타임즈 리터러리 서플먼트

수수께끼 같은 상징과 시적인 재치, 폭력적 장치와 발라드적 문장으로 가득한 소설. -아마존

목차

| 목차

1부
1 말라 가는 호수
2 기념품
3 어부들
4 죽어 가는 백조
5 사막의 도래
6 울부짖는 땅
7 얼굴
8 불의 설교
9 불사조
10 미란다
11 마녀
12 가라앉은 수족관
13 그물
14 새로운 강
15 불타는 제단
16 막다른 구역
17 치타
18 얀트라
19 조던 씨
20 불타는 도시
21 바다로의 여행
22 겹겹이 에워싼 호
23 공공장터
24 쓰디쓴 바다

2부
25 소금 지옥
26 늪
27 밀물과 썰물
28 정착지에서
29 좌초한 넵튠
30 게자리의 기호
31 흰 사자

3부
32 빛나는 강
33 기차
34 마네킹
35 모닥불
36 신기루
37 오아시스
38 파빌리온
39 양성 인간
40 죽은 새
41 어떤 익사
42 느릿한 나날들

작가

이나경 옮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영문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폼페이 최후의 날》 《샤이닝》 《피버 피치》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세상의 모든 딸들 1·2》(개정 완역본) 《호모오피스쿠스의 최후》 《피플 오브 더 북》 《라나크》 《솔로몬 케인》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 《슬픈 칼라하리》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 《닉 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 등이 있다.

자료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