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3년 4월 15일 | ISBN 9788983924766

사양 160쪽 | 가격 10,000원

분야 시집

책소개

‘역설의 시학’을 통해 삶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다

홍성란의 시집 『춤』이 출간되었다.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으로 데뷔한 이래 개성 넘치는 시조들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정갈하게 표현해온 홍성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시’와 ‘시조’의 형식을 넘나들며 자유롭고 세련된 미의식을 그려냈다.
홍성란 시인은 1998년에 출간한 『황진이 별곡』에서부터 이미 시와 시조의 한계를 파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미학을 구축해나갔다. 그녀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언어 운용의 면에서나 소재 선택의 면에서 한결 더 유연해진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한결 더 풍요로워지고 깊어진 시인의 감수성이 이번 시집을 통해 드러낸다. 그녀는 더욱 성숙해진 시 세계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떨림을 선사하는 것이다.
홍성란 시인은 시조를 오늘날의 문학으로 재탄생시키려고 노력하는 많지 않은 시조 시인 중 단연 돋보인다. 전통에 빌붙어 또는 전통의 묵인 아래 시조를 한번 슬쩍 건드려보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평범한 시조 시인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조를 탈취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괴물로 만들려는 시조 시인도 아니다. ‘구속 안에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구속’을 의식하는 이가 시인인 한, 그는 시조를 오늘날의 시조로 새롭게 하되 시조 자체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보존한 채 시조를 오늘날의 시조로 새로이 거듭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 『춤』은 시인의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시인이 비록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정신도 영혼도 부지런히 움직여, 과거 전통의 시조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시조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음을 이번 시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조를 통해 표현 가능한 모든 것들을 표현해내다

기존에 단시조를 통해 한국적이고 정갈한 시조의 멋을 잘 보여주었던 홍성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단시조 형식의 시조뿐만 아니라 사설시조를 통해서도 그 미학을 이어간다. 30여 편에 가까운 사설시조를 통해 시인은 단시조에는 담을 수 없는 ‘분수’와도 같이 넘쳐흐르는 시심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는 단시조에 비해 매우 간단히 창작할 수도, 어렵게 창작할 수도 있다. 3장 6구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말의 성찬(盛饌)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사설시조 창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별한 언어 감각을 소유하고 있기 전에는 말의 성찬이란 누구에게도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절묘한 해학과 풍자, 재치와 반어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 사설시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홍성란 시인의 역량은 오래전부터 주목받을 만한 것이었다. 이번 시집의 「애인 있어요」「가느단 마음」 「그대가 아는 바와 같이」 「남원잡가」 「홈쇼핑」 등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홍성란 시인은 이 분야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구속 안에서의 자유를 위하여

시조의 형식을 의식하거나 얽매이지 않을 때 진정으로 시조다운 시조의 창작이 가능하다. 이 ‘역설의 시학’을 홍성란 시인은 시집 『춤』안에서 능숙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형식의 구속 안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구속에서 자유로운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창작하기 때문이다.
홍성란 시인만큼이나 ‘구속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시조 시인’은 흔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구속 안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우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구속 안에서 자유를 누리기 위한 시인의 몸부림이 너무도 격렬한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홍성란 시인이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까닭은 구속 안에서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몸부림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감추어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형식의 문제로 고뇌하는 시인을 효과적으로 감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속 안에서 구속에 저항함으로써 자유를 쟁취하는 존재가 시인이라고 할 때, 홍성란 시인은 이번 시집의 여러 시편들을 통해 자신이 이땅의 진정한 시인임을 입증해내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시조 시단이 풍요롭다면, 아마도 이처럼 “큰소리만큼 먼 당신”을 제치고 “깨달음 크신 당신”과 “살림을 차리”는 쪽을 택한 “작지만 썩 사귀고 싶게 말”할 줄 아는 시조 시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목차

1부  소풍
그 새 / 소풍 / 들길 따라서 / 잔물결 / 나만 / 해우소 / 공 / 여우비 / 상강霜降 무렵 / 카톡 / 날씨 / 백담 설악 / 잔잔한 눈길 / 바람 부는 이유 / 즐거운 복사꽃 / 춤 / 철길에서 / 다시 사랑이 / 가을날 / 비눗방울 -다비장에서 / 물감

2부 애인 있어요
포살식당 /  그 집 / 이 선물 / 설인雪人에게 / 신두리 / 선릉 / 숨결 / 가을벌레 / 병 속에 / 애인 있어요 / 착한 무릎 / 겨울 인릉에서 / 잠깐 / 십일월 / 달라이 라마처럼 / 경신극장 / 아버지 / 우리 사이 / 허물 / 어머니의 중두리 /능소화 그 빛

3부  무인
첫눈 / 어둠꽃 / 용대리 / 불꽃놀이 / 저 기차 좀 봐 / 가을에 / 새들아 오너라 / 저녁 / 뮤즈의 노래 / 소식 / 무인拇印 / 엄마 냄새 / 궁리 / 장강長江 가는 길 / 산책 / 유리창닦이 / 목발과 어머니 / 표설飄雪 / 가느단 마음 / 네잎클로버 / 마적魔笛 / 와다 / 중음中陰 / 마지막 편지 / 오래된 버릇

4부  눈물 훔치고 일어서는 어린 여우처럼
그대가 아는 바와 같이 / 보름달 / 수크령 노래 / 수컷 / 명상 / 아디오스 / 눈물 훔치고 일어서는 어린 여우처럼 /
탱화 / 남원잡가 / 꽃다지 / 만만한 이웃 / 돌아오는 길 /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 홈쇼핑 / 바스락거리는 순간 /
인드라망 / 겨울날 / 두 번째 슬픔 / 손과 눈이 생겨나 / 변주 / 봉평 앵두나무집 / 무지개 / 아편 / 겹주름 / 코무덤 / 추신追伸

작품론 _ 구속 안에서의 자유를 위하여―장경렬

작가

홍성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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