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시인수첩 가을호

문학수첩 편집부 엮음

브랜드 시인수첩

발행일 2013년 8월 12일 | ISBN 22337695

사양 223x152 · 348쪽 | 가격 10,000원

분야 문예지

책소개

‘새로운 몸’을 갖춰나가는 시전문지

『시인수첩』 2013년 가을호가 출간되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아들이며 탐스러운 과육을 만들어내는 열매처럼, 『시인수첩』은 거듭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몸’을 갖춰나가고 있다.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잡지’라는 지향점을 유지하며 폭넓은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들을 매호 마련해온 『시인수첩』은, 새로 선보이는 코너들과 수정 보완된 기존의 코너들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의 의지를 더욱 강화했다.

전쟁의 낭만? 생명의 기본 법칙?

현대 사회의 뜨거운 쟁점들과 시문학의 관계를 살펴보는 <시로 읽는 21세기>에서는, 정과리, 박수연, 고봉준 평론가가 ‘시와 전쟁’이라는 주제로 전쟁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인식을 제공한다. 일본의 노골적인 우경화 정책과 NNL에 대한 정치적 논란 속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기획한 주제이다. 참여한 필자들은 ‘전쟁’을 개체 유지를 위한 생명의 기본 법칙으로 보기도 하고(정과리), 타자에게 자신과의 동일성을 강요하는, 자기 파괴적 폭력의 양상을 통해 전쟁을 파악하기도 했다(박수연). 또한 구체적 작품을 통해 미학과 윤리가 파탄난 상황에서 전쟁의 광기와 맹목성을 낭만으로 호도하는 실태를 고발하기도 하였다.(고봉준)

솔직히 말하자면 평화는 없다. 우주의 빅뱅과 더불어 물질이 생겨나고 생명이 출현한 이래, 평화는 없다. 왜냐하면 생명은, 아니 모든 물질은 외부로부터 질료를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개체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은 끊임없이 바깥을 먹고 제 것을 흩어내면서 진화해 나간다. 1994년 NASA가 정의한 생명이란 “다윈적 진화를 수행할 수 있는, 자기유지적 화학 시스템”이다. 이 자기유지는 그 생명으로서의 물질이 열린 공간에 놓여 있을 때만 가능하다. …… 그러니까 타자의 침범과 갈취는 생명의 기본 법칙이다. 남의 살이 젤로 맛있는 법이다.
– 정과리, 「전쟁을 어떻게 넘어, 마주할 평화는 어떤 것인가?」부분

예를 들면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파업은 필리핀 조선 노동자의 계급 착취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족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은 연길에 있는 조선족의 가정 파괴와 청소년들의 삶의 파탄에 직결된 문제이다. 현대자본주의의 속도전은 그러므로 이미 기존의 관습적 대응 전략을 훨씬 뛰어넘어 있는 것이다. 가령 일본의 극우주의와 조선의 일간베스트는 어떤 논리 속에서 해명되어야 하는 것일까? …… 속도는 전쟁일 뿐이고 반동은 피지배일 뿐이다. 디아스포라는 자기분열적일 뿐이다. 문제는 그 현실에 의해 왜곡된 삶을 ‘시정’할 것이 아니라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박수연, 「타자와 함께 타자들을 지나가기」부분

20세기 한국의 시인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두 차례의 전쟁을 경험하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전쟁 경험을 언어화하는 일은 전쟁 표상을 구축하는 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 경험의 언어화는 과거-전쟁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동시대적인 직접적 감각과 이념에 기초하여 시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전장은 이성이아니라 광기의 공간이다. 시적 발화점의 차이, 즉 발화자가 위치한 공간이 전장인지 후방인지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전쟁’은 이미-항상 그 자체가 광기의 성격을 띤다. 소위 ‘전쟁시’라고 불리는 것의 문학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그것이 광기의 맹목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전쟁시는 소위 ‘순수시’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무력한 것이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고봉준, 「한국의 전쟁 경험과 현대시의 상상력」부분

새로운 연재와 풍성한 내용들

편집위원 구모룡 교수의 <시 속의 그곳>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다. 연재 첫 회에서는 부산의 상징인 ‘영도다리’를 다루고 있다. 임화와 김광균, 박남준, 최정례, 김종철 등의 작품을 통해 ‘영도다리’가 지닌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문학적 관점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문학지리학의 새로운 지점을 구축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다시 시론을 읽다>를 대체한 <시론의 신지평>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김수영의 『시여, 침을 뱉어라』를 통해 ‘시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시문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인특집>은 고형렬 시인을 초대했다. 자연의 속성을 추적하며 반성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의 새로운 시안詩眼을 「멍게, 멍게」외 4편의 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생태시’라고 명명하며, 인간 이외에 생명을 가진 다른 존재로부터 생의 본질을 발견해내는 고형렬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평론가 문혜원이 해설을 덧붙였다. 더불어 네팔 고유의 라임을 통해 조국과 민중을 위해 아름다운 시를 쓴 네팔의 ‘국민 시인’ 두르가 랄(Durga lal)의 시 「꽃은 왜 피는가」외 4편이 소개되며, 시인 유정이가 유려한 서간문 형식으로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가들의 새로운 작품과 시세계를 다루는 <신작 소시집> 코너에서는 정진규 시인이 소개된다. 신작시 10편과 함께, 그간 정진규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다수의 작품론을 쓴 함돈균 평론가의 해설이 덧붙여진다. 그는 정진규 시인이 욕망에 끌려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의 자세를 통해 ‘뺄셈의 욕망학’을 구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신작시> 코너에서는 민영, 이하석, 조창환, 김명인, 김유선, 이승하 시인을 비롯해서 상희구, 나희덕, 김왕노, 권현형, 박후기, 김상혁 시인의 시가 소개된다.

목차

권두언 너무 많아서 헐해진 문학상들 (김병익)
신작 소시집 정진규
시 「장미 기차」외 9편
작품론 | 종순從順의 시학, 미결未決의 윤리(함돈균)
이 계절에 만난 시인 고형렬
시 「멍게, 멍게」 외 4편
작품론 | ‘나’와 대상의 공평한 생물성과 언어 (문혜원)
두르가 랄
시 「꽃은 왜 피는가?」 외 4편
작품론 | 네와르어의 족장, 네팔의 국민시인 (유정이)
신작시 민 영 「꿈」 「大雪의 詩」 「1946년 초여름에서 두만강까지」
이하석 「사월의 눈」 「오래된 골목」 「시」
조창환 「부대찌개」 「굿바이 삐삐」 「퀵서비스」
김명인 「우럭」 「내비게이션」 「지상의 문」
김유선 「하지夏至」 「이런 겸손」 「추억의 면적」
이승하 「그 눈빛」 「狂」 「욥이 마침내」
상희구 「봄이 노랗다」「딘장」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묵는 뱁추 잎사구 짐치 맛」
나희덕 「그날 아침」 「다시, 다시는」 「묘비명」
김왕노 「낮술에 취해 부르는 당신」 「오동나무집 이모」
「폴리그래프 27 얼음물고기를 읽는다」
권현형 「오케 레코드」 「많은 말을 감춘」
「박철수 감독의 <녹색 의자>」
박후기 「페결핵」 「원정」 「의자」
김상혁 「미래의 책」 「그러나 그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방을 지키는 사람이다」
시로 읽는 21세기 정과리 전쟁을 어떻게 넘어, 마주할 평화는 어떤 것인가? 박수연 타자와 함께 타자들을 지나가기
고봉준 한국의 전쟁경험과 현대시의 상상력
유종호 詩話 유종호 오래된 놀라운 신세계
시 속의 그곳 구모룡 영도다리
시시비비 권오운 이런 떡을할! ‘풍지박산이 났다’네
내 시의 비밀 송재학 시는 사물 속에 이미 존재했다
김소연 시, 바보가 될 수 있는 곳
한국현대시 문학사 김재홍 한국전쟁기 현대시의 전개
시론의 신지평 강동호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인가
기자의 시인수첩 어수웅 문학기자도 예외 없다, 마감은 나의 힘
계간시평 이연승 죽음의 풍경과 성찰의 순간들
서평 이 찬 감각적 실존의 미시사와 소극적 수용의 윤리학
김대성 ‘사이’의 동력(학)
시와 일러스트 김수진 「아우의 인상화」 – 윤동주
그림 에세이 조광호 시인 7
시가 있는 만화 최덕현 「종소리」 – 조지훈
詩畵 기행 구중서 「뒷모습」 / 「유아독존」
황주리의 스틸라이프 황주리 체 게바라 / 차강티메, 흰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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