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원숭이

김륭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8년 4월 20일 | ISBN 9788983926968

사양 124x198 · 168쪽 | 가격 8,000원

시리즈 시인수첩 시인선 12 | 분야 시집

책소개

()과 싸우려는 자, 그의 무기는?

독신자(瀆神者)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

 

‘시인수첩 시인선’ 열두 번째 시집은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이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김륭 시인은 동시문학의 관습을 탈피한, 삶의 아이러니를 담은 동시집을 여러 권 출간해 동시의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바 있다.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방 신문사에서 기자로 10년 정도를 근무했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전에 묻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성에 머물면서 소설을 준비했고, 다시 지리산에 들어가 4~5년 정도 시를 공부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지만, 2007년 46세의 나이에 신춘문예 시와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이후 밀린 숙제를 하듯 누구보다 열심히 시와 동시를 써 온 성실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리뷰

()과 싸우려는 자, 그의 무기는?

독신자(瀆神者)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

 

‘시인수첩 시인선’ 열두 번째 시집은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이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김륭 시인은 동시문학의 관습을 탈피한, 삶의 아이러니를 담은 동시집을 여러 권 출간해 동시의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바 있다.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방 신문사에서 기자로 10년 정도를 근무했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전에 묻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성에 머물면서 소설을 준비했고, 다시 지리산에 들어가 4~5년 정도 시를 공부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지만, 2007년 46세의 나이에 신춘문예 시와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이후 밀린 숙제를 하듯 누구보다 열심히 시와 동시를 써 온 성실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첫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가 자연과 일상, 가족에서 소재를 취했던 반면, 이번 두 번째 시집인 『원숭이의 원숭이』는 신에 대한 저항의 노래를 담고 있다. 해설을 맡은 조강석 평론가에 따르면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마디로 ‘독신적(瀆神的) 저항으로서의 시’다.

 

 

협화의 바람을 담은 독신적 저항의 음악

 

66편의 작품이 실린 『원숭이의 원숭이』에서 ‘신(神)’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는 16편이나 된다. 시인은 어째서 신과 싸우려 드는가? 인간에게 원초적인 슬픔과 고통을 부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슬픔을 실존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인간이 신과의 싸움에 임하려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김륭 시인에게 그 무기는 음악(시)이다. 인간에게 고통과 슬픔을 준 신에 대한 저항으로서 시가 탄생했다. 시인에게 시란, “神이 인간들의 땅에 보내는 고통을 모조리 알고 있는,//물의 목소리”(「팬티」)다.

 

神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건 두 명의 인간과 하나의 입

 

세상은 언제나 four hand performance로 돌아간다는 얘기, 그와

그녀가 하나의 침대에 비문을 세울 수 있는 건 제각기 가슴에 모았던 두 개의 손을

네 발로 내려놓았기 때문이지만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입을 어쩌지 못해

음악이 태어나고 지옥이 열렸다는 말씀

 

(……)

 

神은 인간의 숨을 음악으로 사용한다는 얘기, 그러니까

섹스는 죽어서도 썩지 못한 살[肉]의 한 구절로

영혼의 입을 틀어막는 일

 

울면서 왔으니까 울면서 가야 한다

 

가능한 한 아프게, 그리고

불손하게

―「연탄곡(連彈曲)」 부분

 

시인에 따르면 신과의 싸움을 앞둔 이에게는 “두 명의 인간과 하나의 입”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도모하려면 다른 사람과의 연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본래 이와 같은 공동 작업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공동의 도모가 있는 곳에는 불화가 뒤따른다. 즉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입을 어쩌지 못”한 탓에 지옥이 열린다. 그런데 시인은 지옥이 열린 곳에서 동시에 “음악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시인이 말하는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은 곧 시이며, 불화와 동시에 탄생하는 조율, 협화에의 소망이다. 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론(詩論)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가끔씩 물고기 눈을 감겨 줄 수 있는 음악이나 만들면서”(「검은 어항」), “내 몸을 어딘가 버려야 한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 속이라고”(「음악들은 좀 앉으시지」) 쓰고, “모처럼 조물주와 낮술이나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콧노래를 부르며)”〔「백야(白夜)―공장주의자들의 序」〕. “가능한 한 아프게, 그리고/불손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는 싸움의 상대가 신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래라 그냥

마음 좀 아파라

―「비의 왼쪽 목소리」 부분

 

 

독신자의 사랑

 

예술에서 신에 맞서려는 시도는 고전에서부터 현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쭉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 테제는 결코 쉽게 수립되지 않는다. 조강석 평론가에 따르면, 신을 모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김륭 시인은 신을 창조하고 그 자리에 절대자인 ‘당신’을 놓는다. 이 ‘당신’은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아무것도 아닌 사람”(「당신」)이며, “신(神)에게 빼앗은/인간의 마지막/영토”〔「패왕별희(覇王別姬)―포옹에 관한 몇 가지 서사」〕다. 즉 신과의 싸움에서 사랑이 비롯되고, 그 사랑은 다시 모독해야 할 신이 된다.

 

함께 살지 않고도 살을 섞을 수 있게 된다

 

이불 홑청처럼 그림자 뜯어내면, 그러니까

내게 온 모든 세계는 반 토막

주로 관상용이다

 

베란다에는 팔손이, 침실에는 형형색색의 호접난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의 그녀와 나는 서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죽었으면서도

살아 있는 척 손만 잡고,

 

죽음을 꺼내 볼 수 있게 된다

 

화분에 불을 주듯 그렇게 서로의 그림자로

피를 닦아 주며 울 수 있게 된다

 

神과 싸우던 단 한 명의 인간이

 

두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녹턴」 전문

 

조강석 평론가는 이런 사랑을 “독신자(瀆神者)의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륭의 시는 신에게서 빼앗은 마지막 영토(사랑)를 지키기 위한 무기로서의 음악이 언어로 전화한 것이다. 어찌 보면 음악(시)을 만들어 내고자 인간 세계로의 신의 습격을 대물리는 언어이기도 하다.

 

지옥과 음악이 한 풀무에서 나는 것과 같은 리듬으로 슬픔과 냉소가 서로를 부양한다. 슬픔은 거리의 소멸이고 냉소는 거리로 섭생한다. 그렇게 보자면 이 시집은 배덕자의 독백이라기보다 독신자의 냉소적 저항으로, 그리고 이를 환언하여 독신자의 방어적 사랑으로 읽는 게 옳다. 세계가 주관 안에서 모두 소화되지 않고 언제나 잔여물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해설」에서)

목차

■ 차례
시인의 말

1부 버찌는버찌다
당신
고라니-비와 손님
검은 어항
샤워
청혼-이름 없는 이름
펭귄 24쪽
녹턴
버찌는 버찌다
와이퍼
먹[墨]-잠자는 남자
대부분의 연애류
머플러
팬티

2부 아기와 나
아기와 나
아기와 나 2
돼지 수도사(修道士)
달의 귀
분실물 이야기
식물 K
118페이지
패왕별희(霸王別姬)-포옹에 관한 몇 가지 서사
백야(白夜)-공장주의자들의 序
사마귀
대부분의 연애류 2
낭만주의자들의 경우
수영장을 공장이라고 말하는 金아무개 氏의 경우

3부 음악들은 좀 앉으시지
음악들은 좀 앉으시지
졸음도 야생이어서
가만히 두 뺨-비와 손님 2
연탄곡(連彈曲)
원숭이 막 도착하고요
물고기와의 뜨거운 하룻밤
굴건(屈巾)
인형의 문제
한참을 미안해져서는
의자가 왔다
극야(極夜)
그리하여 홍합처럼-숨바꼭질의 정신사
우산

4부 원숭이의 원숭이
혀의 산책-오아시스
산책의 기술
계륵(鷄肋)
화양연화(花樣年華)
원숭이의 원숭이

잠(潜)
한숨
개털
빙의(憑依)
또 고양이
베개
닭이 닭 잡아먹는 얘기
미스김라일락

5부 검은 애인
인형들-비와 손님 4
평소의 생각
비의 왼쪽 목소리
검은 애인
파인애플
고아들-비와 손님 3
백미러(back mirror)
전체관람가
키스의 기원
마시멜로
파양(罷養)
원숭이의 원숭이 2
너구리-너무 오래

해설 | 조강석(문학평론가)
독신자의 사랑

작가

김륭 지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이야기 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그림책 『펭귄오케스트라』(근간)가 있으며,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제9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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