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전통 <프랑스 페미나상> 수상작!
이탈리아 국민작가이자 칸 영화제 심사위원 에리 데 루카 대표작
열세 살 소년의 가슴 시린 첫사랑과
꿈꾸는 구두수선공과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성장소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꼽히는 에리 데 루카의 소설 《라파니엘로의 날개》가 출간되었다. 110년 전통에 빛나는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세상에 알린 이 소설은 아직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상으로 발을 딛은 열세 살 소년이 일기처럼 써내려간 눈부시게 푸르른 나폴리에서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가진 나폴리 항구도시다. 주인공 열세 살 소년은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어려운 집안을 위해 목수 일을 시작하고,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매일을 일기에 기록한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나폴리는 따뜻하고 왁자지껄한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어떤 순간에도 꿈을 잃지 않는 곳이다.
큰 덩치에 선량하면서도 욕 잘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왁자지껄한 사투리를 쓰는 목수 마르데리코, 늙은 집주인 때문에 일찍 性에 눈뜨지만 소년과 가슴 시린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소녀 마리아, 한없이 선량하고 따뜻하지만 몇 년째 입원 중인 소년의 엄마와 부둣가 노동자인 아버지, 그리고 비록 꼽추로 힘겨운 일상을 살고 있지만 따뜻한 웃음과 꿈을 잃지 않는, 신비한 재주를 가진 구두수선공 라파니엘로, 작은 빵 한 조각으로 소년과 소녀를 응원할 줄 아는 파이팅 넘치는 빵가게 주인 들과의 삶 속에서 소년은 일상을 작은 희망과 기쁨들로 채워나간다.
그중에서도 소년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꼽추 구두수선공 라파니엘로다.
라파니엘로는 북유럽 태생의 유대인으로, 전쟁이 끝난 후 예루살렘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고자 기차여행을 시작했다가, 잠시 정차한 나폴리에서 난생처음 바다를 보고 사랑에 빠져 아예 그대로 눌러앉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신기할 정도의 수선기술로, 아무리 허름한 신발들도 새 신발로 만들어내는 재주의 소유자인 그는 유창한 이탈리아 표준어를 사용하는 지식인이기도 하다. (지역 사투리가 심한 나폴리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이탈리아 표준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소년은 이런 라파니엘로에게 무한한 흥미를 느끼고 순수한 대화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날지 못하는 부메랑과 결코 날개가 될 수 없는 꼽추의 등뼈
그럼에도, 오늘을 살게 하는 것은 여전히 희망이다
가톨릭 문화의 본산지인 이탈리아에서 저명한 성서번역가이자 작가라는 이력으로 ‘뿌리를 찾는 국민작가’라는 칭송을 받는 에리 데 루카는 《라파니엘로의 날개》의 주요 배경으로 ‘신의 산(Montedidino)’을 등장시킨다. 나폴리에 실제 존재하는 마을 이름이기도 한 ‘신의 산’은 성경 속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호렙산을 뜻하기도 하고, 신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특별히 ‘신의 산’이 예루살렘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은 아버지가 첫 출근을 기념해 선물해준 무거운 부메랑을 들고 날마다 ‘신의 산’에 오른다. 부메랑 던지는 시늉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는 소년은, 지금은 버겁기만 한 부메랑을 언젠가는 멀리 던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소년에게 ‘신의 산’은 꿈이 이루어질 장소인 동시에 꿈을 이루고자 소망하는 과정으로서의 장소다. 목수는 소년의 부메랑은 결코 날 수 없는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소년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꼽추 라파니엘로에게 ‘신의 산’은 예언이 이루어질 장소이자, 예루살렘으로 가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질 시작점이다. 라파니엘로는 소년에게 “나는 언젠가 등 안에 숨겨진 날개를 펴고 날아가 약속받은 땅, 신의 산(예루살렘)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꿈은 그가 힘든 삶을 견디며 최선을 다해 매일을 살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마침내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폭죽과 소음들에 휩싸인 나폴리의 한밤, 신의 산 꼭대기에서 소년은 사랑하는 소녀를 괴롭혀왔던 집주인을 응징한 후 부메랑을 날리고, 라파니엘로 역시 예루살렘을 향해 감추고 있던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환상성을 통해 무거운 현실을 극복하고 생명력을 얻는,
에리 데 루카의 문학적 열정이 집약된 소설
사춘기를 알아차릴 시간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힘겨운 삶의 무게와 마주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삶에 대한 도전은 현실 세계와의 투쟁만이 아닌 환상과 꿈의 세계, 믿음과 신뢰의 세계와의 접촉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에게 꿈이란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절대적인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을, 이 소설은 고난의 극복이란 차원으로 꿈의 세계를 인식하는 한 소년의 경험을 통해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