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시디스의 완벽한 삶

비범한 천재의 비극적 생애

모르텐 브라스크 지음 | 김인순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9년 10월 18일 | ISBN 9788983927552

사양 140x210 · 440쪽 | 가격 13,0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11세에 하버드대학교 최연소 입학, 16세에 쿰 라우데(Cum Laude)를 받으며 졸업!

아인슈타인보다 IQ가 두 배 가까이 높은 수학 천재

윌리엄 시디스의 생애를 다룬 전기소설

 

IQ 300의 비범한 천재가 갈망한 완벽한 삶,

그의 비극적 생애를 매혹적으로 재구성하다!

 

천재는 만들어질 수 있는가? 끝없는 발전과 진보만을 믿었던 시대, 부모의 철저한 ‘교육 실험’ 아래 강압적 양육을 받으며 성장한 한 천재의 이야기 앞에서 던져볼 법한 질문이다. 덴마크 작가 모르텐 브라스크는 수학 천재 윌리엄 제임스 시디스(1898~1944)의 생애를 담담한 필치로 그려냄으로써 강요된 천재, 만들어진 천재의 공허한 내면을 여실히 담아내었다. 에이미 월러스의 《영재(The Prodigy)》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윌리엄 시디스의 저서와 논문, 편지, 그리고 당시 신문들에 실린 그에 대한 기사 및 법정 기록, 회고록, 일기, 당대 사람들의 편지 등을 토대로 윌리엄 시디스의 생애를 한 편의 소설로 빚어내었다.

《윌리엄 시디스의 완벽한 삶》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작가가 집필한 소설답게 영상처럼 눈앞에 펼쳐지듯 명료한 장면 묘사,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생생한 대사가 돋보인다. 이 책에는 19~20세기에 실존했던 민코프스키, 화이트헤드, 러셀 등의 수학자 및 철학자의 이름이 거론되거나 등장하기도 하고, 실제 사건(세계대전, 타이타닉 침몰 등)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 모르텐 브라스크는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사실에 입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쓴 소설이므로 일부는 역사적 사실에 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여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기소설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윌리엄 시디스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조형해내었다.

저자는 윌리엄 시디스의 내면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행간에 공간을 마련했다. 그 공간은 바로 윌리엄 시디스의 쓸쓸하고도 고독한 심경이 자리한 공간이다. 저자가 비워둔 빈 여백은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했던 윌리엄이 떠돌았던 공허한 공간과도 같다. 독자는 그 여백에 머물러 윌리엄 시디스의 내밀한 내면을 더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과 부모의 기대와 관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팽팽한 외줄을 타는 듯 위태로운 생애를 살아내야 했던 윌리엄 시디스. 섣불리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의 생애와 내면을 탐색해 보는 일은 그러므로 매우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 그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

입체적으로 그려낸 한 천재의 내면세계!

 

1910년 겨울, 11세 소년 윌리엄 시디스는 하버드대학교 코넌트 홀에서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유수한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가득 모여 있는 가운데 사차원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강연한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신문은 뉴턴, 유클리드, 가우스에 비견되는 신동의 탄생에 열광하며 1면에 윌리엄 시디스의 기사를 대서특필한다. 아인슈타인보다 IQ가 두 배 가까이 높은 인류 역사상 최고 지능을 소유한 이 비범한 천재는 20세기 최고의 수학자가 될 거라는 예견을 들으며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생후 6개월 만에 스스로 죽을 떠먹고, 9개월 만에 센트럴파크 상공에 뜬 을 말하며, 4세에 라틴어를 독학하고, 6세에 자신만의 인공 언어 벤더굿(Vendergood)을 발명했던 이 천재 소년은 놀랍게도 단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중엽에 세상을 떠난 그의 실제 생애는 비록 46년에 불과하지만 단 몇 줄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짙은 흔적을 남겼다. IQ 300의 남다른 두뇌를 소유한 까닭에 세간의 스포트라이트와 동시에 질시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수학 천재라는 굴레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다.

 

나는 완벽한 삶을 살고 싶다.

완벽한 삶을 사는 유일한 방식은 고독 속에서 사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시디스, 1914년 인터뷰

 

191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벽한 삶’을 살고 싶다는 갈망을 표한 윌리엄 시디스. 그가 원했던 완벽한 삶은 다름 아닌 자기 안의 세계, 고독안에 머무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그중 한 남자, 《노스 아메리칸 리뷰》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멕글렌은 윌리엄을 숨 막히게 하는 존재다. 그는 윌리엄 시디스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그의 삶에 끊임없이 침투하고 개입한다. 멕글렌은 고요한 윌리엄의 내면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존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아니, 어쩌면 멕글렌보다 더한 존재가 그의 부모인지도 모른다. 윌리엄의 부모는 끊임없는 간섭과 압박으로 그가 고요한 세계 안에 머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적 활동을 위한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관심, 지식과 능력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기 위해서 아이의 뇌를 조정할 수 있고 또 조정해야 돼.”

본문 73~74

 

하버드대학교 출신 정신 병리학자인 그의 아버지 보리스 시디스는 아들 윌리엄을 통해 뇌에 숨겨진 에너지에 대한 자기 이론을 적용하고 실현하려 하며, 의학박사 출신인 그의 어머니 세라 시디스 역시 윌리엄의 천재성에 온 기대를 걸고, 스스로 희생한 자신의 삶에 대한 보상을 얻고자 윌리엄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억누른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윌리엄을 설득하며 가르치는 아버지 보리스와 매사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명령하고 통제하는 어머니 세라 사이에서도 윌리엄은 전차 승차권 수집이나 열차 시간표 암기, 지도 그리기 등 자신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르내린 계단의 수, 태양이 창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 천사 조각상의 날개 면적 등을 헤아리는 등 모든 것을 숫자로 인식하고 세상의 모든 현상을 숫자로 분석하는 명석한 두뇌를 지닌 그였지만, 세월이 흐른 후 윌리엄은 정작 “숫자는 날 병들게”(본문 191쪽) 한다고 고백하고 만다.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순수했던 천재, 윌리엄 시디스

명석한 머리,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과 우정을 나눈 빛나는 순간들

 

윌리엄 시디스는 세상과 가정 안팎으로 거대한 압력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와중에도 주도적인 삶을 갈망하며 여러 모양으로 자신의 뜻을 펼쳐나간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졸업 후 라이스대학교의 기하학 교수로 채용되지만, 그리스어로 직접 집필한 교재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자 그 교재를 화장실에서 휴지로 사용하는 등 짓궂은 학생들의 반발과 횡포를 견디다 못해 교수직을 그만두고 만다. 그 후 그는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여 빈부의 불균형과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해나가려는 의지를 표한다. 40여 개 언어를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사회주의자 모임에서 통번역 활동을 하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여성 사회주의 선동가 마사 폴리를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녀를 향한 그의 깊은 사랑은 여느 평범한 남성의 순정 어린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지순한 감정이었다. 마사 역시 윌리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친밀하게 대하지만 연인으로서의 자리만큼은 그에게 내어주지 않은 까닭에 윌리엄의 사랑은 끝내 애달픈 짝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수 년 후 다시 만난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 있었지만 윌리엄은 숨을 거두는 날까지 마사의 사진을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하고 다닐 만큼 그녀를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한 채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191951, 사회주의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뒤 18개월 징역살이를 하다 부모의 개입으로 정신 쇠약증 판명을 받아 요양원에 갇혀 지냈던 그는 몰래 그곳을 탈출해 뉴욕으로 피신한 후 낮에는 직장 생활을, 밤에는 우주의 기원이나 빅뱅 이론등에 대한 연구를 하며 그토록 원했던 고독한 삶으로 여생을 채워간다. 그러한 삶 가운데 그의 곁에 늘 함께했던 친구가 있다. 바로 하버드 동기이자 절친한 형인 너새니얼 샤프만이다. 괴짜 기질이 다분한 샤프만은 사회성이 원만하지 않은 윌리엄 곁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함께하며 그를 도왔지만 정작 자신은 하버드를 중퇴한 뒤 택시 운전사가 되어 있었다. 샤프만은 훗날 윌리엄이 외로이 생을 갈무리하는 순간에도 그의 곁에 머물러주었다.

윌리엄은 하루 분량의 업무를 불과 몇 분 만에 해치우는 바람에 번번이 신분이 탄로 나서 직장을 옮겨 다니는 서글픈 생활 속에서도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마사 폴리에 대한 진심과 부모보다 친밀했던 벗 너새니얼 샤프만과의 우정을 끝내 저버리지 않았다. 명석한 머리,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낸 윌리엄 시디스의 완벽한 삶은 순적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헛되지 않다. 그는 한 번뿐인 생애 동안 다시없을 사랑을 했고,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눴으며, 그 자신이 바랐던 완벽한 고독속에 잠시나마 머물렀기 때문이다. 빛나는 업적이나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은 아닐지라도, 한 인간으로서 뜨겁고 치열하게 사투하며 살아낸 삶이기에 그 생의 의미가 매우 뜻깊다.

 

 

본문 중에서

모든 게 이미 무사히 지나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침내 사람들 냄새로부터 해방되어 아버지와 함께 순수하고 차가운 바깥세상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윌리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는 하고 싶지 않다. 정말 하고 싶지 않다. _ <하버드, 1910>, 21쪽

 

마사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음운에 지나지 않는 언어로 그녀의 말을 바꾸는 동안 윌리엄은 그녀의 시선을 느낀다. 그녀는 끈기 있게 미소 지으며 윌리엄을 바라본다. 그는 마사가 강조한 대로 강조하려 하고 마사처럼 손짓하려 한다. 그녀를 흉내 내면 자신이 좀 인위적으로 생각되는데도 이전보다 더욱 노력한다. 마사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서 그의 통역 방식을 높이 평가하고 통역에 불어넣는 자신의 열정을 느끼기를 바란다. _ <록스베리, 보스턴 1919>, 110쪽

 

윌리엄은 한숨을 쉰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는 수업 시간을 증오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고,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오직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교사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을 증오한다. 입 다물고 기다리는 것을, 다른 학생들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증오한다. 그는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최소한 지루함은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그가 특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도 다른 학생들처럼 수업을 들어야 한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고통이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으면 온몸이 아프다. _ <브루클린, 보스턴 1905>, 239쪽

 

“다른 삶보다 더 올바른 삶은 존재하지 않아.” 윌리엄이 말한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여기는 삶을 선택하려고 노력해야 해. 그런 노력을 했다면, 비록 다른 사람들 눈에는 완벽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틀림없이 그건 일종의 완벽한 삶일 거야.” _ <다운타운, 보스턴 1916>, 375쪽

 

그는 눈을 감는다. 다시는 세라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고. 그러면 보리스는? 윌리엄은 매일 세라에게 공격받을 때마다 도와주지 않은 보리스도 용서할 수 없다. 보리스는 때때로 세라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들은 언성 높여 싸웠다. 하지만 세라와의 끝없는 싸움 후에 아버지를 볼 때, 윌리엄은 아버지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보리스도 윌리엄만큼 세라를 두려워한다는 걸. 다른 모든 사람들만큼 두려워한다는 걸. 윌리엄은 두 번 다시 세라를 보지 않으려 한다. _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1921>, 408쪽

리뷰

“비범하게 명석한 한 인간에 대해 비범하게 잘 쓴 이야기. 단숨에 읽어버렸다.”

_ 찰스 르윈스키Charles Lewinsky

 

“모르텐 브라스크는 더없이 뛰어난 문학적 재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_ 르 몽드Le Monde

 

“탁월한 이야기꾼 모르텐 브라스크는 유려하고 매혹적인 언어로

현재와 과거가 흥미진진하게 교차하는 대비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다.”

_ 라 스탐파La Stampa

작가

모르텐 브라스크 지음

1970년 출생했다. 코펜하겐대학교에서 영화학과 사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신문, 잡지, 정기 간행물에 기사와 단편소설을 기고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활동했으며, 그중 한 작품이 ITVA(International Television Association) 페스티벌에서 황금상을 받았다. 정보통신 에이전시 ‘타불라 라사’의 공동 설립자이다.

김인순 옮김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학교 독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저지대》 《기발한 자살 여행》 《깊이에의 강요》 《꿈의 해석》 《데미안》 《유배 중인 나의 왕》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종이약국》 《열정》 《슈틸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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