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인수첩 가을호

시인수첩 편집부

브랜드 시인수첩

발행일 2020년 9월 4일 | ISBN 22337695

사양 152x224 · 416쪽 | 가격 10,000원

분야 문예지

책소개

9시인수첩 신인상발표

제9회 〈시인수첩 신인상〉에 유은고, 조은영 시인이 공동 당선되면서, 어느새 ‘시인수첩’의 이름으로 열다섯 명의 시인을 내보내게 되었다. 올해 〈시인수첩 신인상〉 심사위원으로는 유성호 교수와 김병호 시인께서 수고해 주셨다. 앞으로도 유은고, 조은영 시인이 고유의 필력과 개성적 시세계로 우리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을 기대한다.

 

예심 총평 발췌

“시적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습작 수준의 작품이나, 자기 감정에 도취되어 이를 독자에게 강요하는 작품, 산문시를 핑계로 시의 내재적 조건들을 무시한 작품, 낯익고 고루한 비유와 상징으로 외화에만 힘쓴 작품, 시단의 유행을 지나치게 좇아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자기 토대 없이 허술하게 구축한 작품, 삶과 언어에 대한 근본적 경외가 없는 작품들을 우선으로 예심에서 지워 나갔다.”

 

 

9시인수첩 신인상당선자: 유은고

 

농담 외 4편

앵무샙니다 생선 한 토막으로 나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랑해요 말할 수 있지만 알아볼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은

 

거위 한 마리와 개암나무의 이름을 짓습니다 오늘도

 

당신도 다음도 내 성적 취향입니다 최대한의 인간적 자세와 행위를 가르칩니다 옥수수 알을 던지며

당신이 당신에게 가르치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 아니라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지구력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지구가 아름다워졌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구에서 떳떳하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생선 한 토막이나 정자 3억 개로는 호소력이 희박한 시대에 나는 인간만큼 신뢰할 동물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무서운 무기인데 이론은 아름답군요

 

아름다운 세계는 없겠습니다 옥수수 알이 물맛이 개암나무의 기적이 있겠습니다 하나의 기적을 이루려면 사랑할 사람이 꼭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워할 사람이 없는 당신은

 

모르는 사람을 쓰다듬으며 앵무새를 앵무새로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다 말하지 못했어요 당신이 먼저 꼬셨잖아요 그래요 새장과 세상이 같은 세계라서 나는 팬벨트나 돌리겠습니다

유은고 집중 심사평 발췌

“유은고 씨의 작품은 균질성과 오랜 창작 이력을 암시해 준다. 「농담」은 세상을 향해 건네는 유쾌하고도 아픈 언어다. 소소한 일상의 미움과 사랑도, 사물의 이름도 누군가의 취향도 자세와 행위도 공포나 아름다움도 모두 확연한 인과율에 의해 분별되거나 배열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전적으로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정성으로 가닿는 사랑의 기적은 가능할 것이라고 노래한다.”

 

 

9시인수첩 신인상당선자: 조은영

 

늦은 우기에게 외 4편

 

발자국 소리에 기대지 않을 때 바라본 눈동자에 쉽게 넘어진다 눈이 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뒤꿈치를 들고 속삭대며 눈뭉치처럼 몸을 굴렸다

 

썩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당신은 줄기 이야기를 했고 나는 뿌리를 뻗어 다른 나라로 가는 나무 이야기를 했다 이건 살아 내고 있는 거야 아니 옮겨 가는 거야 죽어 가는 거야 후렴구처럼 소시락거린 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생기면 항상 끝을 생각해요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 기억이 흘러내릴까 당신의 곱슬머리를 쓰다듬는다 올해는 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부러진 가지 마디마다 손목을 그었다 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괜찮아? 복숭아는 눈을 감고 먹어야 해

 

상처 난 살갗을 곱씹지 않았다면 바다에서 발가벗고 수영을 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다음 해 눈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불을 끄고 흘러내리는 과즙만을 다리 사이에 발랐더라면

 

자꾸만 커지는 외투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팔과 다리 투명해지는 몸통들

눈이 오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미끄러지다 결국 손깍지를 천천히 빼고 있다

 

하늘로 향한 다리를 파르르 떨며 몸을 뒤집는 딱정벌레

멈춰 있는 벌레의 움직임을 두 얼굴이 바라본다

 

우리는 다른 나라로 가는 나무 이야기를 한다 이건 죽어 가는 거야 아니 옮겨 가는 거야 살아 내고 있는 거야

천천히 목피가 벗겨진다 오랫동안 불을 끄고 뿌리를 뻗는다

 

왜 아직 여기 있어

 

 

조은영 집중 심사평 발췌

“조은영 씨의 작품은 패기에 가득한 점진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작품마다 평면성보다는 입체적인 개성적 호흡이 느껴졌다. 「늦은 우기에는」은 삶과 죽음, 넘어짐과 옮겨 감, 가지와 뿌리, 상처와 기억을 후렴구처럼 소시락거리던 시간에 대한 회상이요 다짐이다. 이제 서로의 “다른 나라로 가는 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삶과 죽음과 옮겨 감을 나누는 늦은 우기에 화자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뿌리째 연결음에 매달린 사람들”(「환절기」)의 이야기를 적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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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대 시인김륭, 이혜미

가을호를 시작하는 코너인 ‘시인 대 시인’에는 김륭, 이혜미 시인을 모셨다. 등단 시기가 엇비슷해서 서로를 ‘륭 시인’, ‘혜미 시인’이라고 부르는 두 시인은 등단하기 전부터 얽힌 인연을 풀어놓는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시를 읽는 깊이가 느껴지는 두 시인의 만남을 엿볼 수 있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시인들의 탄탄한 시세계신작시

이번 가을호에는 여러 꼭지에 힘을 주었는데, 특히 ‘신작시’의 경우 우리 시단의 튼실한 허리 격인 중견 장석남, 김기택, 나희덕 시인을 한자리에 모셨다. 시단에서 잠시 소원했던 윤성택, 박후기 시인의 작품도 실렸다. 그 밖에도 조성국, 김지헌, 고성만, 안주철, 이재연, 정선, 심진숙, 하린, 박송이, 임승유, 황은주, 공동으로 작품을 집필한 박이영&변의수, 우현순 시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2013년 등단 동기들의 시 잔치시인이 초대한 시인들

시인 한 명이 평소 눈여겨봤거나 작품으로 욕심냈던 다섯 명의 시인을 한 자리에 모시는 지면인 ‘시인이 초대한 시인들’에는 배수연 시인의 초대로, 시인과 함께 2013년에 등단한 강지혜, 이병국, 채길우, 최지인, 황유원 시인의 시 1편씩을 실었다.

 

첫 시집을 이야기하는 시인들의 생생한 육성영원한 첫, 시집

가을호 ‘영원한 첫, 시집’ 코너에는 평생 단 하나뿐인 첫 시집을 출간한 이소연, 우남정 시인을 모셨다.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의 이소연 시인은 “제 시를 읽어 주는 몇 명의 독자들을 영원히 사랑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의 우남정 시인은 시작詩作에 대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살아갈 힘이며, 존재 회복의 이유”라고 고백한다.

 

그 시집 어땠어?’, ‘사회’, ‘계간시평

최근에 출간된 시집들을 무기명 별점 평가 하는 ‘그 시집 어땠어?’에서는 이번에도 오홍진 문학평론가와 김윤이, 박성현 시인이 수고해 주셨다. 대상 시집은 『눈과 도끼』(정병근), 『당신의 아름다움』(조용미),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유홍준), 『연애의 뒤편』(정찬일), 『어느 악기의 고백』(김효선), 『밤과 꿈의 뉘앙스』(박은정)이다.

‘詩사회’에서는 9월, 10월, 11월에 차례로 선보일 시인수첩 시인선 시인들의 시와 시론을 미리 엿보았다. 문성해 시인은 코로나 시대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인 길고도 질긴 내력”을 이야기하고, 김태형 시인은 ‘괴물論’이라는 제목으로 ‘괴물’이란 단어의 뜻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박성현 시인은 “시인이란 문장이 아니라 행간(혹은 ‘공백’)이라는 ‘비-문장’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시론을 피력한다.

지난 계절에 발표된 시들을 다루는 ‘계간시평’에서는 김재홍 시인이 “인간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조용하지만 커다란 울림, 부드럽지만 강렬한 의미를 함축한” 전동균, 신혜정, 신동옥, 김산, 최인호 시인의 시편을 다뤘다.

 

시의 발상을 위한 기초 작업당선 시로 배우는 시의 기술

본지의 주간인 김병호 시인이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당선 시를 중심으로 시 창작 방법론을 펼치는 코너인 ‘당선 시로 배우는 시의 기술’에서는 시의 시작점인 ‘발상’을 다뤘다. 시의 발상은 시적 대상에서 시작되며, 시적 대상을 작품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의 성패가 갈린다. 이번 호에서는 김복희, 이제니, 오경은, 윤진화 시인의 등단작을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시의 경계 넘나들기장경렬 교수의 세계는 지금’, ‘소설로 읽는 시

이번 호 ‘장경렬 교수의 세계는 지금’에서 장경렬 교수는 칠레의 시인 아리엘 도르프만과 아이티의 시인 수지 바롱의 시를 통해, 절망적인 정치 상황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하고 해학과 풍자를 노래하는 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소설로 읽는 시’에서는 소설가 구광본이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에서 영감을 얻어 목가적이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혜정의 문화 비평’은 필자의 사정으로 한 호 쉰다.

 

▪ 이 밖에도 제10회 〈시인수첩 신인상〉, 〈김종철 시문학 연구지원사업〉과 공고가 별도로 공지되었으니 자세한 내용은 본지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목차

■ 시인 대 시인
김륭, 이혜미

■ 신작시
장석남 | 낮과 밤을 넘어서 / 어느 장마
김기택 |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힘 / 외투 입은 여름
나희덕 | 줍다 / 찢다
조성국 | 백수 연대記 / 맨드라미
김지헌 | 개기일식 / 말문
고성만 | 지금 격리중입니다 / 마스크
윤성택 | 추잉의 밤 / 기억
안주철 | 천변산책 / 사라지는 구름
박후기 | 패자, 부활 / 인터스텔라―어느 수조에 관한 기록
이재연 | 지붕 위에 돌 / 여름밤
정선 | 명랑한 자해 / 권태로운 건널목
심진숙 | 지네발란처럼 / 백일몽
하린 | 호모소모품스 / 딸기 우유의 기분
박송이 | 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 / 살구나무는 살구 싶어요
임승유 |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동안 / 소설가
황은주 | 강원도―귓병 / 강원도―목병
박이영․변의수 | 전체는 줄지어 서 있다 / 꽃의 중얼거림으로 바람의 판례는 지나쳤다
우현순 | 다다익선을 감상하다 / 더욱 감고 올라가는

■ 제9회 시인수첩 신인상 발표
유은고 당선작 | 「농담」 외 4편
조은영 당선작 | 「늦은 우기에게」 외 4편
예심 총평: 김병호 | 축제이면서 모험이기도 한 설렘
집중 심사평: 유성호 | 창작의 균질성과 다양한 화소話素의 면모

■ 영원한 첫, 시집
이소연, 우남정

■ 그 시집 어땠어?―오홍진, 김윤이, 박성현
그 돌의 무게를 오래 생각하다 ─정병근, 『눈과 도끼』
오래도록 멈춘 밤의 시간에서, 그 우물 한 채 ─조용미, 『당신의 아름다움』
곡哭의 리듬과 시의 리듬 ─유홍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누군가의 배후가 되어 쓰는 시 ─정찬일, 『연애의 뒤편』
‘어떤 방식’으로서의 연애의 형식 ─김효선, 『어느 악기의 고백』
빛의 망탈리테mentalites, 그 양화와 음화 ─박은정, 『밤과 꿈의 뉘앙스』

■ 시인이 초대한 시인들
배수연_친구들의 시(초대평)
강지혜│웰컴 투 코리아
이병국│아무도 아무렇지 않았다
채길우│마흔
최지인│2010년대에게
황유원│마흔

■ 장경렬의 세계는 지금_외국 시 읽기
희망과 절망, 해학과 풍자, 그 경계가 모호한 세계 안으로
─도르프만과 바롱의 시, 또는 감춰진 저항과 비판의 노래

■ 詩사회
문성해 | 『내가 모르는 한 사람』
자선시_「뒤태」 외 4편·시 에세이_이즈음의 친구들
김태형 |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
자선시_「이루어진 말」 외 4편·시 에세이_괴물論
박성현 |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자선시_「물방울을 뜯어내면—사물의 영역·1」 외 4편·시 에세이_시인은 비-문장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 당선 시로 배우는 시의 기술
김병호│발명과 발견을 위한 발상의 기술

■ 소설로 읽는 시
구광본│휘트먼의 계시

■ 계간시평
김재홍│서정시의 위의威儀―성찰과 질문의 시편들

제2회 〈김종철문학상〉 시상식 화보
제10회 〈시인수첩 신인상〉 공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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