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항해

박진임 평론집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 ISBN 9788983928375

사양 145x220 · 528쪽 | 가격 20,000원

시리즈 현대문학총서 16 | 분야 비소설

책소개

파도에 흔들리며 떠나는 세이렌 같은 우리 여성 시인들

한국 여성 시인들의 다채로운 시세계를 내보이다

 

현대문학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가와 작품 들을 탐색하고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문학수첩의 ‘한국현대문학총서’ 열여섯 번째 책 『세이렌의 항해』가 출간되었다. 비교문학 연구를 통해 초국적 문학으로서 시의 가능성에 관한 연구 지평을 확장하며, 문학 속 여성의 글쓰기에도 꾸준히 천착해 온 문학평론가 박진임 교수의 평론집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한국 여성 시인들의 작품 궤적을 살핀다.

‘한국 현대 시와 시조에서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엮이는 이번 평론집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시와 시조를 여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조망하는 의미 깊은 장으로 자리할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때론 아픔에 탄식하고, 그럼에도 더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여성 시인들과 함께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시인들이 지녔던 숱한 꿈들, 그리고 고이 간직한 기억의 언어들

역사 속 분명히 존재했던 여성들에 의한, 여성들을 위한 시

 

한때 문단에 ‘여류 시인’이라는 문제적 이름이 존재했다. 이는 여성 시인들의 시는 서정성만이 강조되고 역사의식은 부재하다는 함축성을 띤 의심에 닿아 있다. 박진임 평론가는 여성 시인의 존재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작품을 소개한다. 그 속에는 일제 강점, 한국 전쟁, 근대화, 제주 4.3 사건 등 다양한 역사의 질곡에 의해 유실되거나 훼손된 여성들의 넋을 메타포로 나타낸 작품들이 있다. 여성 시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시세계는 ‘여성 시인’이라는 상투적 이미지에 대한 저항 담론을 형성하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문학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 시인들에 대한 낡은 관념을 깨고 본질과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되는 상관관계를 검토하기 위해 크게 4개의 부로 나누어 각 작품을 살펴본다.

1부 ‘세이렌의 탄식’에서는 한분순, 정수자, 전연희, 하순희 시인의 시를 통해 남성 주체만 남고 이미지로 존재해 온 타자로서의 여성이 담긴다. 응시의 대상이거나 기억의 객체가 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의 여성이 지녔을 꿈과 절망의 모습을 재현한다. 2부 ‘세이렌의 출항’에서는 정현숙, 박명숙, 문순자 시인의 시를 통해 여성 욕망의 발화를 나타낸다. 상실을 예감하고 소멸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면서도 그 시간대를 향해 천천히 옮겨가는 시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3부 ‘세이렌의 합창’에서는 이애자, 선안영, 한분옥, 김선화, 이남순 시인의 시를 통해 소통과 자기표현의 매체로서의 문학의 의미를 살핀다. 여기서 그는 시 속에서 날것의 상상력과 은유로 이루어진 결속의 공유항을 발견한다. 4부 ‘몸에 새긴 지도’에서는 김석이, 김영순, 인은주, 김연미, 서숙금, 백순금 시인의 시를 통해 여성 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주어진 아픔과 슬픔을 달리 위로받고 치유할 길이 없었던 여성들이 차별은 은밀해지고 삶은 더욱 치열해진 시대에서의 인내와 긍정의 발견을 모색한다.

 

 

 

36구 형식의 미학

시조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다

 

시조는 ‘3장을 이루는 각 15자 안팎 언어들의 집합’이라는 형식이 엄격한 장르이다. 시조가 가진 이러한 형식성 때문에 시성을 의심받으며 자유시와 비교되고 폄하되기도 했다. 박진임은 이에 반하며 규칙 속에서 빛을 발하는 시어들의 음악성을 말한다. 또한 규칙성을 띤 운율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와 언어 미학을 십분 구현해 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박진임은 이미지와 전언의 정확성과 풍부한 함축성이 시의 요체임을 말하고, 거기에 음악성까지 더하여 시적 완결성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이는 것이 시조임을 말한다. 또한 시조 속 소박한 진정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세가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며, 잉여와 과잉을 견제하는 시조 미학에 대해 현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몸에 새겨진 지도를 따라 살아온 여성들

그리고 지금도 실존하는 여성의 삶에 대하여

 

(여성에게는) 부재, 소외, 전유, 박탈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멸하지 않은 강인한 생명의 유전자가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는 험한 세상에서 ‘몸의 지도’에만 의존한 채 언덕을 넘어가는 나비의 날갯짓,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춤이기도 하다.

 

_p.359 「몸에 새긴 지도: 김석이 시인의 시세계」 중에서

 

여성이 역사상의 주체가 된 역사는 20세기가 시작된 이후의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여성의 감각, 경험, 욕망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박진임이 살펴본 여성 시인의 작품들은 모두 거친 세파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은 인간의 순수를 찾고 기린다. 또한 피관찰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관찰자로서의 주체적 여성을 시에 등장시키며 그 의미를 더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시들은 풍부한 시적 역량과 텍스트의 다양성을 가지며 ‘여성, 여성 주체, 여성의 삶’이라는 주제어들이 시인들의 텍스트에서 더욱 새롭고 깊어진 방식으로 드러난다. 여성 시인들은 여성 고유의 시선과 목소리로 주어진 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여성의 삶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이 책은 한국 여성 시인들의 현대시의 방향성을 타진하는 책으로 기능하며, 삶의 진실에 밀착해 있는 여성 문학을 볼 수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 여성 시인은 주변에 작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따뜻한 동정의 시선을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로 담아낸다. 그래서 여성 시인들의 시는 일상 속 한 줄기 빛처럼 현현하다. 그 시들과 함께 나른히 침몰해도 좋으리라.

목차

■ 차례

서문

1. 세이렌의 탄식
여성, 그 ‘난독의 텍스트’?: 한분순론
쇠공과 발레, 형식과 시적 자유: 정수자 시인의 시세계
전통傳統과 전복顚覆의 시학: 정수자의 『허공 우물』을 읽다
동음을 반복하여 주제를 변주하며: 정수자 시인의 『탐하다』를 읽다
순한 꿈, 속삭인 흔적, 풀빛 물빛 언어들: 전연희 시인의 시세계
산다는 건 애오라지 나를 견디는 일: 하순희 시인의 공간

2. 세이렌의 출항
새 경전의 첫 장처럼 새 말로 시작하는 사랑: 정현숙 시인의 시세계
빙산 속의 꽃잎: 박명숙 시인의 시세계
파도와 외등과 ‘흘러가는 생’: 문순자 시인의 시세계
증류된 기억의 시: 문순자 시인의 『어쩌다 맑음』을 읽다

3. 세이렌의 합창
날것의 삶과 퍼덕이는 시: 이애자 시인의 시세계
독특한 좌절의 형식: 물엿을 상자에 담는 선안영 시인
신명인 듯 비명인 듯 살에 저민 자문刺文인 듯: 한분옥 시인의 시세계
사랑, 그 지독한 독점의 욕망 너머: 김선화의 시세계
참대 갈대 베어 낸 길을 맨발로 가는 시인: 알랭 드 보통과 이남순 시인의 대화

4. 몸에 새긴 지도
몸에 새긴 지도: 김석이 시인의 시세계
“눈 감아라 사랑아”: 김영순 시인의 시세계
열정과 권태와 고독과 생명의 가련함을 위하여: 인은주 시인의 시세계
삶과 꿈과 역사, 그리고 빈칸으로 남은 음보 하나: 김연미 시인
기다리며 때론 솟구치리라!: 서숙금 시인
시적 공간의 확장과 삶의 상승: 백순금 시인과 맨발 걷기의 시학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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