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곳이 눈 내리는 레일 위라면

주영선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1년 4월 9일 | ISBN 9788983928573

사양 130x198 · 280쪽 | 가격 13,000원

분야 국내소설

책소개

봄도 있는데 연오는 언제부터인가 겨울만 사는 것 같다

치밀하게 설계된 차가운 세계 속에서

버티는 점 하나의 인간을 조명하다

 

200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후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아웃》과 후속작 《얼음왕국》, 소설집 《모슬린 장갑》을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가 주영선의 세 번째 장편 소설 《우리가 사는 이곳이 눈 내리는 레일 위라면》이 출간됐다. 작가가 오랜 기간 숨 고르기를 한만큼 농도 짙은 메시지와 문장들이 담겼다.

 

주영선은 이 소설에서 전작에서 내보인 소도시의 보건진료소라는 배경을 이어간다. 패쇄적인 보건진료소에서 발생하는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그들의 이권 쟁취를 향한 치밀한 관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 주는 화자의 시선은, 작가가 천착해 온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살펴보게 한다. 또한 소도시에서 학연, 지연으로 밀접히 닿아 있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은 상황에 따라 절친한 사이에서도 남이 되는 인간관계의 서늘한 면모를 긴장감 있게 드러낸다. 때로는 무섭도록 악랄하고 때로는 지긋지긋하게 괴로운 인간관계들. 그 인간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분석해 담담히 그려낸 주영선의 소설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이 순간의 따뜻함으로 한동안 또 버텨 내고 싶다

축복인 듯 불행인 듯 내리는 눈 위에서 쓰는 희망곡

 

가상의 소도시 해긋시. 연오는 해긋시 보건진료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하며 장애 아동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맡겨 둔 돈이라도 있는 것처럼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는 시대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신분”을 유지한 채 살아간다. 어느 날, 관습적으로 지급되던 보건소 실습지도비가 보건소 내 익명의 누군가로 인해 횡령 사례로 고발되고, 연오는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다. 보건소 내 이권 다툼을 겪으며 연오는 묻어 두었으나 상처로 떠오른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마주한다. 문인을 꿈꿨지만 국비장학생으로 간호전문대를 졸업하고 무의촌으로 가게 된 과거에 대한 씁쓸함, 장애 아동을 키우며 아무도 대신 나서 맞서주지 않는 외면된 권리를 외치는 현재의 서글픔이라는 감정은 그녀를 아프게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연오가 당장의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 선택한 ‘견딤’이라는 상태를 작품 전반에 걸쳐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매번 견디는 것에 익숙했던 연오는 항상 버티는 마음으로 지내 왔다. 견딤에 대한 무딤이 사라질까 한 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스스로 ‘견뎌 내야만 하는 존재’라 여기며 살아왔다. 불쑥 드러난 과거의 상흔에 울음이 맺히면서도, 버티는 마음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말하며 담담히 살아가는 연오는 축복인 듯 불행인 듯 견뎌야 하는 눈을 맞는다. 버티는 것 또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우리를 위로한다.

목차

1 바람이 불어오면
2 그럴 수가 없다는 말은
3 낯설지 않은 비
4 사라지는 계단
5 다른 우리
6 패를 보이다
7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
8 작별 앞에서의 소망
9 한 건의 미학
10 처음 초대
11 조직의 고아들
12 귀한 인연
13 다른 바다
14 무죄의 추억
15 개밥그릇과 청계알
16 상속자의 의자
17 보고 싶은 마음
18 ‘가/나/가’를 아니라고 하는 이유
19 그 말을 이제야 하게 되네
20 우리가 사는 이곳이 눈 내리는 레일 위라면

작가의 말

작가

주영선

200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고 2008년 장편소설 《아웃》으로 제6회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았다. 2012년 작품집 《모슬린 장갑》으로 강원문학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4년 가톨릭관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가족 로망스〉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소설의 확장성을 위한 개인적 접근을 했으며 지금은 소설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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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1. seolee
    2021년 4월 7일 22:44

    잘 읽었습니다^^

    요즘 코로나의 현실이
    눈내리는 레일 위를 걷는 듯하다면 너무 비약일 수 있겠습니다만
    주인공 연오는
    사랑하는 딸에게 사과껍질을 깎아낸 부드러운 과육의 알멩이를 주듯
    이야기 속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과육을 오독오도독 씹으며
    거친 현실을 과감하게 이겨 내려 애써봅니다

    부러지는 겨울도 있고
    재생되는 봄도 있다는
    유인국의 따사로운 말을 되새기며~~~

    문학이라는 그 자체의 순수본질을
    즐겨서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또한
    이야기의 아픔이 매끄러운 글체에 녹아들어 갔듯이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현 코로나의 상황을 담대하고 아름답게 주인공 연오처럼
    견뎌가길 기쁘게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