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때때로 소나기

오늘도 날씨 맞히러 출근합니다

비온뒤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1년 7월 16일 | ISBN 9788983928627

사양 115x183 · 264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1 | 분야 에세이

책소개

〈일하는 사람〉 그 첫 번째,

언제나 고개 숙여 하늘을 바라보는 기상예보관의 세계

전 국민이 모두 한 번씩은 잘라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늘의 날씨를 예보하고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예보관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습적으로 기상 상황이 변할 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하루가 멀다하고 욕을 먹지만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본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내는 대한민국의 (공기업도, 공사도 아닌)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 기상예보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맑음, 때때로 소나기》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 경험과 생각을 담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첫 주자로 나서는 9년차 기상예보관 ‘비온뒤’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갈까. 우리가 뉴스를 보며,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손쉽게 깎아내리는 그들의 속마음은 어떠한지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그러나 차마 본명을 밝히지는 못한) 비온뒤 작가의 때로는 맑고, 때로는 소나기 내리는 일상이 펼쳐진다.

 

기상청 사람들만 보는 ‘진짜 일기예보’가 따로 있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기상청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대한민국에서 기상청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별것 아닌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마도 청와대와 국회 다음으로 언론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곳,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이 바로 기상청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기상예보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한민국에 강력한 지진 충격이 찾아온 날 그곳의 풍경은 어떠했을까, 화가 난 민원인의 전화가 걸려올 때는 어떻게 대처할까, 예보관들이 좋아하는 날씨는 무엇일까 등등. 궁금한 부분이 너무 많은 기상예보관의 세계에 대해 저자는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듯 자신의 목소리에 얹어 예보관의 삶, 공무원의 삶, 교대근무와 전국 순환근무가 일상인 직장인의 삶을 전한다. 전국의 예보관들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직급에 관계 없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에 수평적인 분위기일 것 같지만 또 공무원이라는 특성이 숨 막히게 수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는 것, 어느 직장에서나 고달픈 워킹 맘의 애환과 그들을 바라보는 동료의 마음, 가족과 떨어져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탓에 “시간과 돈을 길에 놓고 다니는” 순환근무자의 외로움 등 기상청 근로자의 삶 속에는 어느 누구의 인생과 다를 것 없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날씨에도 인생에도, 맑고 흐린 하루하루가 있다

변화무쌍한 모든 날씨에 새긴 기상예보관의 진심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기상청 사람들만 보는 ‘진짜 일기예보’ 좀 말해 보라는 난감한 요구(그런 것 없다), 기상청 체육대회 때 비가 왔다더라는 ‘카더라’(1994년 이후로 그런 적 없다고 한다) 등 기상예보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난감한 순간과 질문들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스스로를 “꽤 자주 직업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인 것을 모르는 이들이 쉽게 ‘저기 다니는 사람들 다 잘려야 돼’라고 말하는 그 무심함, 직업만으로도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그 책임감, 설명을 해도 변명으로 들리는 그 답답함, 그 모든 것이 나를 겁쟁이로 만든다”고 하는 저자의 고백에는 기상예보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무겁게 실려 있다. 그러나 “쏟아져 내릴 듯한 맑은 하늘 속의 은하수와 검은 하늘 안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오로라”, “한여름의 눈처럼 내리는 우박”을 외면할 수 없어서, “문득문득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결국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는 저자의 말은 모든 직장인의 진한 자기 고백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버겁지만 순간의 그림이 아름다워서, 순간의 열정이 황홀해서 또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의 모습이 하루하루의 날씨에도 새겨져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이 정말 밉다기보다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하늘을 탓할 수는 없으니,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 대고 그 화풀이를 하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틀리고 싶어 틀리는 사람은 없듯,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내고 싶지만 결국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하늘의 뜻으로 또다시 욕받이가 되는 기상청 예보관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며, 가족이고, 또 다른 나이다. 지금은 맑지만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어떠한 감정과 생각을 품고 구름처럼 흘러가는지, 《맑음, 때때로 소나기》와 함께 그 궤적을 좇아보고 싶은 하루다.

책 속에서

 

직업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이라면, 그 직업을 택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때가 있다. 나는 꽤 자주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 그런데도 문득문득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구가 그려내는 그림이 황홀해서 떠나지를 못한다. 예측과 예상과 예견과 예보를 넘어 내가 그린 미래가 그대로 실현되는 날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공무원이 된다. 내게 예보를 한다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한 사람 몫을 다하는 그런 삶._8~12쪽, <부끄럽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에서

 

나는 아마 평생 구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일 것이다. 대학 때부터 계속 구름이 사람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날씨를 공부해 왔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런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비행기를 타면 공부하는 기분이 되곤 한다. 구름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_28쪽, <하늘을 보는 사람의 직업병>에서

 

예보관들의 회식은 비교적 빨리 끝난다.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술을 급하게 마실 때가 많고, 내일도 12시간 근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회식의 결론도 그것이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 그때만 해도 2020년쯤 되면 종이는 쓸 필요도 없고 예보는 100% 맞을 줄 알았지.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들이 옆에서 기압계도 불러줄 줄 알았지. 그런 등골이 서늘하기도 하고 희망 사항 같기도 한 농담들._143~144쪽, <팩스 뜯어 일기도 그리던 시절>에서

 

“기상청에서 일하세요? 이번 주말에 제가 캠핑을 가는데, 날씨는 어때요?” (……)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한정되어 있다. 특히 사나흘 뒤의 예보라면 간단히 만나는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뒤적여서 찾을 만한 자료는 기상청에서 발행하는 주말 예보 정도밖에 없다. (……) 그런데, 이렇게 쉬는 날까지 일해야 하는 거야?_166~170쪽, <매일이 일하는 기분>에서

 

제일 걱정되는 때는 기상청 사람들의 결혼식 때다. 비가 오면 ‘기상청 다니는 친척이 결혼했는데 비가 오더라’는 이야기가 평생 따라다닌다. 어느 직원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꼭 결혼은 3월에서 5월, 또는 10월에서 11월 초 사이에 날씨를 엄청나게 신경 써서 하기로 결심했다._177~178쪽, <그래서 쟤 기상청 사람이라고 했잖아>에서

 

하늘이 좋다. 내 밥벌이라서 좋은 것이 첫 번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도 좋다. ‘하늘’이라고 부르는 공간의 공허함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공기로 가득 차 있고, 하늘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구름은 비를 뿌려준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하늘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그 불명확함도 좋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 하늘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그곳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_224~225쪽, <비슷하지만 다 다른>에서

 

미래 영화나 근미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상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진짜로 저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아?”라고 내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보통 이렇게 답변한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_256~258쪽, <재난 영화, 즐길 수 있어?>에서

목차

차 례
여는 글 부끄럽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1. 사계절을 온몸으로 겪어야 예보관: 기상을 예보하는 사람, 그리고 날씨
나는 기상청 교대 근무자입니다 /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 슈퍼컴퓨터는 슈퍼맨이 아니다 / 하늘을 보는 사람의 직업병 / 태풍이 온다! / 하늘에서 사탕이 내려요 / 당신의 인생 날씨는 / 마음도 흔들렸던 날 / 한가위 같으면 안 되었던 / 영원한 숙제, 미세먼지 / 사계절이 와, 그리고 또 떠나 / 눈의 계절이 다가오면 / 원망과 받아들임의 경계에서 / 비행기도 숨을 죽인다

2. 우여곡절이 없는 인생은 없으니까: 기상청,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그 감염병과 기상예보관 /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이거나 / 단잠 속의 전화 벨 소리 / 기상청도 공무원인가요? / 보부상 같은 사람들 / 그 애의 엄마와 동료 사이 / 안녕하세요, 예보관님! / TV에 제일 많이 나오는 / 시간과 돈을 길에 놓는다 / 팩스 뜯어 일기도 그리던 시절 / 어느 기러기 아빠의 저녁 / 팀장님은 담배 타임

3. 지금 여기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그리고 나
콜센터는 아니지만 전화는 늘 하셔도 됩니다 / 매일이 일하는 기분 / 그래서 쟤 기상청 사람이라고 했잖아 / 서리태와 서리 / 어느 야근 날 / 살기 위해 운동하는 이야기 / 내 생애 첫 순댓국 / 선생님이 될 수 있을 뻔했어 / 신입 직원 N씨, 파이팅!

4. 하늘을 바라보며 비 온 뒤를 꿈꾸고: 나, 그리고 지금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 / 비슷하지만 다 다른 / 엄마가 보고 싶다 / 고양이와 예보관 / 돌고래를 보고 싶어 / 가끔 왜 사는지 모를 때 / 기상학자가 제주도를 바라보는 법 / 재난 영화, 즐길 수 있어?

닫는 글

작가

비온뒤 지음

세상에 눈을 뜬지 서른세 해. 험난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꽉 찬 9년. 글을 쓰고 책이 나올 수 있게 될 줄 몰랐던 오래된 생활 기록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이 좋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 손해 보는 인생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 대한민국의 평범한 공무원인데, 기상청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어쩐지 기억에 남겨져 버릴까 걱정하는 겁쟁이. 지은 책으로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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