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주파수를 찾습니다, 매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보낸 단짠단짠 16년

차현나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1년 7월 16일 | ISBN 9788983928634

사양 115x183 · 216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2 | 분야 에세이

책소개

‘보이는 라디오’에서도 보이지 않는 라디오 피디의 세계

방송 프로그램 시작과 끝의 총 책임자, 라디오 피디의 파란만장 일상사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라디오 피디에 관한 진실, 라디오 피디는 텔레비전 피디와 달리 전문 분야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음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도 시사 프로그램에 가서 섭외 전화를 돌리고, 회계학과를 나온 사람도 트로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경력 불문, 전공 무시. 한마디로 모든 장르와 지식을 섭렵해야 하는 전천후 인력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라디오 피디로 일하면서 단맛, 쓴맛은 물론 짠맛과 쉰맛까지 맛보았다고 할 수 있는 방송계의 베테랑이다. 한낮의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에서 저녁의 묵직한 시사 프로그램까지 두루 제작하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출근시간대의 시차까지 적응해야 하는 라디오 피디의 온갖 수행의 길을 거쳤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두 시간 정도 방송되는 프로그램에는 피디의 애간장을 녹이고 수명 단축을 재촉하는 일촉즉발의 사연이 녹아 있다. 사연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또한 더욱 노련해지고 한결 긍정적으로 변모한다. 이 책에는 청취자는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 제작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라디오 피디의 일상이 담겨 있다.

 

인생도, 직업도 100퍼센트에 얽매이지 않으면 만족하게 되는 아이러니

“최선을 다한 나의 노력까지 비난하지 말자. 100% 완전무결한 인생은 없으니까!”

완벽한 인생 없듯 완벽한 직업 또한 없다. 그렇다면 좀 더 노련한 직업인이 되고, 좀 더 긍정적인 생활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라고 원했던 피디가 되고 나서 겪어야 했던 고충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간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가장 큰 고충은 피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을 맡은 시절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적 이슈의 흐름도 쫓고 방송의 컨셉을 전면 수정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선천적 ‘복기왕’”인 저자는 자신의 결정을 자주 되돌아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 결정은 잘한 것이었을까? 이걸 택하지 않고 다른 걸 택하는 게 나았던 걸까?”

청취자들의 문자와 전화, 제작진의 피드백, 경쟁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그리고 내일 방송 준비 등 일상 업무 과정을 차례로 넘어가지 못하고 오늘 내린 결정과 판단을 되새김질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얼마간 힘든 시기를 견뎌내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나하나의 선택과 결정에 미진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쏟아부었던 나의 노력까지 스스로 비난하지는 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일상이 100퍼센트의 완전무결한 성공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까.(27쪽)

 

저자는 100퍼센트, 원하는 것을 충족할 수 없어도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발견한다. 바로 자기가 맡은 일과 마주한 상황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특성을 또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피디라는 직업, 그 속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에 대한 저자의 진중한 사색은 성숙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생활인의 진솔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직업인의 삶을 향한 우아한 탐색

“일과 삶 사이 행복의 주파수를 찾고 있습니다, 매일”

저자에게 라디오 피디는 단순한 ‘밥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그에게 라디오 피디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리이다. 한정된 방송시간을 어떤 아이템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저자는 유한한 인생에서 무엇을 우선 담을지에 대한 고민을 떠올리고, 진행자와 게스트‧게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케미’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어떤 자리에서건 노하우나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각의 깊이와 폭은 더욱 넓어져,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시로 벌어지는 생방송을 십수 년 제작하면서 인생을 좀 더 긍정적이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처럼, 라디오엔 내일이 있다. 생방송을 좀 망친다 한들 어떤가, 오늘 잘못하면 내일 만회할 방송이 있다. 생방송이 마음처럼 잘되지 않은 날은 퇴근길 발걸음이 아주 찝찝하다. ‘그때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왜 그 실수를 막지 못했을까.’ 그럴 때 해결의 주문은 딱 하나다.

“하루만 방송하고 끝낼 건 아니잖아.”

인생도 그렇듯이 말이다.(76쪽)

 

매일매일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라디오가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으면서도, 라디오라는 매체가 사라지더라도 “함께 연결된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듣거나, “외롭거나 적적하게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라디오의 핵심은 어느 기술이나 서비스에 담길 것이라 희망한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고 직업의 전문화‧세분화가 가속화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직업군이 등장하는가 하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기존의 직업군도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라디오 피디는 그 한가운데에 놓인 직업인지도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저자는 라디오 피디의 흥미로우면서도 솔직한 일상 속에 자신이 찾아낸 해답을 들려주며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책 속에서

 

스스로 조금이나마 해결책을 찾은 것은 굉장히 힘겨운 시기를 겪은 후였다. ‘좋은 방송’에 대한 판단은 청취자가 하지만, ‘좋은 선택’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할까? 하나하나의 선택과 결정에 미진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쏟아부었던 나의 노력까지 스스로 비난하지는 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일상이 100퍼센트의 완전무결한 성공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까, 매일 수십 개의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나의 일상도 성공과 실패가 적절히 섞여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_27쪽, <참으로 시사 피디스러운 하루>에서

 

방송 아닌 삶에서도 누구나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 적이 있지 않을 인생은 마치 하루 두 시간의 라디오 방송처럼 한정돼 있고, 이 시간 안에 어떤 것을 담아 인생을 채워 나갈 것인지 선택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우선순위의 리스트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앞에 두는 것들을 우선 담을 것인지, 다른 이들이 담는 것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남과 다른 것들로 인생을 차별화시킬 것인지 고민은 계속된다._42쪽, <오늘의 메뉴>에서

 

한 방송작가의 얘길 들으니, 피디들은 블랭크가 발생하는 꿈을 꾸고, 작가들은 생방송 직전인데 원고가 준비 안 된 꿈을 꾸며, 진행자들은 생방송에 지각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특급 악몽들이다. 이 악몽들의 공통점은 모두 ‘생방송’을 전제로 한 사고란 점이다._72쪽, <인생도 생방송, 라디오도 생방송>에서

 

하지만 우리 인생처럼, 라디오엔 내일이 있다. 생방송을 좀 망친다 한들 어떤가, 오늘 잘못하면 내일 만회할 방송이 있다. 생방송이 마음처럼 잘되지 않은 날은 퇴근길 발걸음이 아주 찝찝하다. ‘그때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왜 그 실수를 막지 못했을까.’ 그럴 때 해결의 주문은 딱 하나다.

“하루만 방송하고 끝낼 건 아니잖아.”

인생도 그렇듯이 말이다._76쪽, <인생도 생방송, 라디오도 생방송>에서

 

제일 웃기는 일은 피디 본인의 결혼식인데, 결혼식 후 이어지는 신혼여행 휴가 때문에 일주일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하고 이 기간 동안 미리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느라 결혼식 전까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강행군을 하기 일쑤다. 보통 신부들은 일생일대의 아름다운 날을 위하여 틈틈이 피부도 관리도 받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데 제작 피디들을 보면 피부 관리는커녕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_110쪽,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힘>에서

 

진행자, 작가, 피디,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매일매일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의 일 속에 들어가는 일은 힘들지만 그 일상을 함께 견디고 함께 버텨주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듣는 사람들의 일상이 늘 평안하고 큰 이변이 없기를 바라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에 조금의 숨 쉴 틈새를 주고 그 일상을 굳건하게 지켜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_120~121쪽, <매일의 의미를 길어올리는 사람들>에서

목차

차례
PROLOGUE_밥벌이와 인생살이, 그 어딘가의 라디오 피디 4
1장. 뉴스의 홍수 시대, 시사 피디의 생존기
1. 니가 가라, 저녁 시사 13
2. 참으로 시사 피디스러운 하루 20
3. 묻고 더블로 가! 판이 커진 시사 전쟁 29
4. 오늘의 메뉴 35
5. 참을 수 없는 ‘게스트 모시기’의 어려움 43
6. 시사 프로그램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53
7. 오늘 방송은…… 침묵입니다! 61
2장. 티브이 피디 아니고, 라디오 피디입니다만
1. 인생도 생방송, 라디오도 생방송 71
2. 1초에 울고 웃는 편성 피디 77
3. 라디오 피디들의 로망, 음악 프로그램 84
4. 라디오 피디의 성적표 91
5. 개편에서 살아남기 100
6.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힘 106
3장. 라디오를 키워준 사람들, 사람들을 키워준 라디오
1. 매일의 의미를 길어올리는 사람들 115
2. 말소리 원고의 달인 122
3. 편집, 버리기의 기술 혹은 철학 129
4. 변함없는 동네의 작은 카페 주인처럼 135
5. 나를 버티게 하는 그 이름 142
6. 스트레스와 공존하기의 기술 150
7. 아무나 만날 수 있고, 누구든 만나야 하는 자리 158
4장. 피디의 라디오, 잠시만 볼륨을 높일게요
1. 너와 함께한 16년 167
2. 지금 어디서 듣고 계신가요? 177
3.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들 184
4. SNS의 시대, 손편지를 띄우는 마음 190
5. 나를 불러준 라디오 197
6. 청취의 기쁨 202
EPILOGUE_라디오는 살아남을까? 208

작가

차현나

‘라디오 피디’, 그저 그 이름이 멋있어 방송국 문을 두드렸고 운 좋게 라디오 피디가 됐다. 하지만 꿈꾸던 모습과 전혀 다른 피디의 삶에 적잖이 당황하며,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 품고 다닌다는 사표를 머릿속으로 수십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어느덧 16년. 천성을 따르자면 하루에 영화 세 편씩 정주행하는 ‘1일3영’의 백수가 제격이지만,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의 아련한 발자취를 느낄 때마다 현실을 각성하며 성실한 직장인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끄러운 방송과 말 못 할 실수, 한밤중 이불킥의 나날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가끔은 내 프로그램을 들으며 남몰래 감동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 재미와 그 힘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현재 TBS 라디오본부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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