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

작은 물결로 파도를 만드는 일

김연식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1년 7월 16일 | ISBN 9788983928641

사양 115x183 · 192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3 | 분야 에세이

책소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환경운동, 잘 모르지만 오늘부터 해보겠습니다!”

 

본업은 선원, 부업은 초보 환경운동가, 또 다른 이름은 한국인 최초 그린피스 항해사

북극부터 아마존까지, 미지의 바다를 건너는 환경감시선 항해사가

지구 곳곳에서 띄우는 유쾌한 항해일기

 

여기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감춰진 지구 곳곳 환경 파괴 현장을 찾아가 캠페인을 벌이고, 이를 통해 세상에 문제를 알려 환경보호에 힘쓰는 배. 바로 환경감시선이다.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에서는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에서 일하는 최초의 한국인 항해사의 일과 삶을 담았다.

저자의 말처럼 “자처한 고생”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에는 김연식 항해사가 7년 동안 바다 위에서 겪은 유쾌하고도 뜨거운 하루하루가 담겨 있다. 지중해 플라스틱 섬에서 남극 빙하로, 남극 빙하에서 남미 아마존으로, 그 씩씩한 발걸음을 따라가며 우리는 그의 시선을 통해 지구 곳곳의 환경 문제 현장을 본다. 그 속에는 한마음으로 모였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른 20여 개 나라의 사람들이 탄 배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일들과 소소한 웃음, 환경보호 캠페인을 반대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겪는 막막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환경감시선 항해사로서 일하는 곧고 성실한 마음이 담겨 있다. 아직 채식은 어려운 초보 환경운동가이지만, 이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그의 글과 함께 지구를 항해해 보자.

 

 

옛쓰, 옛쓰!” “땡큐, 땡큐!” 영어는 버벅대고 김치가 그리워도

북극곰과 플라스틱 문제에 진심인 항해사가 본 세계, 겪은 세계

 

평범한 무역선을 타던 항해사 김연식은 부산에 정박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공고를 본다. 때마침 휴가 기간이었던 그는 무료함을 이길 목적 반, 환경보호 일에 대한 호기심 반으로 환경감시선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환경감시선에서의 보름이 지난 후 그는 자신의 일을, 삶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는 정식으로 환경감시선 항해사가 되어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 에스페란자, 아틱 선라이즈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나라의 복잡한 환경 문제를 만난다. 그리고 그 현장을 바꿀 캠페인을 벌인다.

물론 보람찬 캠페인이 많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함께 북극 빙하에서 한 피아노 연주 캠페인의 현장을 담은 영상은 1천5백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관심이 모여 마침내 북극 바다는 사람들의 지지를 통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아마존 산호지대의 석유 시추 현장을 막다 브라질 정부에 잡혀가 3박4일 동안 심문을 받기도 하고, 태평양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섬에서 엄청난 양의 한국 쓰레기를 발견하고 공연히 부끄러운 상황에 마주하기도 한다. 그가 직접 보고 겪은 세계는 우리가 알던 세계보다 훨씬 넓고, 크다.

 

 

오늘의 캠페인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실패한 만큼 나아질 거야

매일 실패한 만큼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일하는 사람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 선사의 항해사.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던 그가 막연히 동경하던 NGO 그린피스의 항해사로 일하기 위해 9시간 시차의 그린피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본부에 매일 전화를 하고, 건물 앞 광장에서 노숙 시위를 꿈꾸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면접을 보고 환경감시선 항해사로 일하게 되었지만 개성이 다른 전 세계 20개국의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는 일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음식도 환경도 낯설어 편하지만은 않은 선상 생활. 세상을 바꿀 멋진 캠페인을 꿈꾸지만 사실은 실패하는 일이 더 많고, 환영받기도 힘든 일. 하지만 마음 맞는 이들과 하나의 성취를 이뤘을 때 누구보다 보람찬 일, ‘배’라는 한 공간에 있어서 더욱 내밀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끈끈해질 수 있는 일, 그런 ‘환경감시선 항해사’의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를 보며 우리는 나의 일과 나의 일하는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눈을 뜨자마자 청량한 아마존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햇살, 공기, 바람, 하늘. 소중한 건 다 공짜다

 

우리의 작은 용기가 물결이 되어 큰 파도가 되기를,

그래서 너와 내가 지구에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저자가 환경감시선 항해사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삶을 흘려보내기보다 내가 원하는 일로 채워나가고 싶고, 무엇보다 지구에 작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비건,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와 같은 환경 키워드가 사람들의 생활에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거대하고 모호한 말에서 벗어나 ‘오늘부터 텀블러를 쓰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개인의 실천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 그래서 더 이상 환경 문제를 이상적이고 지겨운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시대에 항해사 김연식은 ‘나는 항해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당신이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우리 가까이에서 자분자분 말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작은 물결이 전달되기를. 그 물결이 파도가 되어 우리가 지구에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저자는 그렇게 글로 작은 물결을 전한다.

▶ 책 속에서

 

-킴, 환영하네. 배에 오른 이상 이제 자네도 그린피스 선원이야. 그린피스 선원들은 뭘 하든 절반은 액티비스트야. 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액티비스트. 절반은 요리사, 절반은 액티비스트. 절반은 선원의 일은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액티비스트란 말이지. 그러니 자네도 이제 액티비스트라는 걸 명심하게. (…) 어쨌든 뭐, 그렇다. 나는 원래부터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을 좋아했고, 지금부터 반은 설거지 꾼, 반은 액티비스트, 그러니까 환경운동가다.

_16~17<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액티비스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에스페란자 침대에 누워 혼잣말로 속삭였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남의 말을 쓰고 익숙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야 한다. 내가 자처해서 여기까지 왔다. 아무도 내게 부탁하지 않았다. 도저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전 세계 열다섯 나라에서 온 낯선 사람들. 그리고 유일한 한국인인 나. 에스페란자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을까. 고백하건대,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게 꿈이기를,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었다. 자처한 처음이지만, 처음은 늘 어렵다.

_72<처음은 늘 어렵다>에서

 

파나마를 떠나 칠레를 향해 남쪽으로 항해를 시작한 지 이틀쯤 지난 오후였다. 어디서 갑자기 ‘쿵쿵쿵’ 발소리가 몇 번 요란스럽더니 배 전체에 방송이 들렸다.

-고래, 고래, 고래. 선수 우현 1시 방향.

안내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 흥분이 담긴 발소리가 ‘쿵쾅쿵쾅’ 하더니 함성이 들렸다. 궁금해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모습에 탄성이 터졌다. 배 오른쪽으로 커다란 향유고래가 스무 마리도 넘게 보였다.

_73<지구온난화와 나 사이의 거리>에서

 

강변까지 나무가 울창해서 숲 사이를 날아가는 기분이다. 창문을 열자 아무 데서도 맡아본 적 없는 짙은 숲 향기가 들이쳤다. 선원들은 ‘음-하- 음-하-’ 숨소리를 내며 밀림의 향기에 빠졌다. 불어오는 바람을 들이마시면 등이든 발이든 정수리든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태초의 지구가 이랬을까? 청량한 공기. 그 공기는 갖가지 나무와 풀의 채취로 가득했다. 나는 이 신선한 공기를 아낌없이 들이마셨다. 햇살, 공기, 바람, 하늘. 소중한 건 다 공짜다. 신비한 밤을 가르며 배는 앞으로 나아갔다.

_93<콩 콩 콩>에서

 

피아노를 조립하자 루도비코가 그 앞에 앉았다. 따뜻한 물통을 쥐고 손을 녹이던 노신사는 차가운 공기에 손가락을 내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건반을 눌렀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공기 중에 퍼지자, 바삐 일하던 스무 명이 한순간 얼어붙었다. 마치 향기에 취한 것처럼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연주에 빠졌다. 하늘에는 새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주변의 얼음 조각은 물의 흐름을 따라 서로 부딪히며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사람들은 마네킹처럼 꼼짝없이 굳었다. 차갑고 잔잔한 대기로 사람들의 입김만 스르르 퍼져나갔다. 그 준엄한 침묵 속에서 노신사의 연주만이 북극의 대기로 퍼져나갔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_117<루도비코와 빙하를 위한 노래>에서

목차

▶ 차례

프롤로그

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액티비스트
눈물의 채식
지구를 지키는 슈퍼맨은 없지만
좋은 아침입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입니다
암스테르담 비폭력 평화 시위
난 준비됐어요
지구는 영원할까
초록 깃발과 컴포트석
처음은 늘 어렵다
지구온난화와 나 사이의 거리
저기에 빙하가 있었다고
배 안의 시크릿산타
콩 콩 콩
네덜란드 항해학교 관심학생
북극에 간 피아노
루도비코와 빙하를 위한 노래
태평양의 플라스틱섬
한국 쓰레기, 중국 쓰레기, 일본 쓰레기
항해 중 급한 전화를 받는다는 건
석유와 심문
열리지 않는 바다
갓 뎀 잉글리시
아름다워야만 산호인 건 아니야
이건 김밥과 된장찌개야
여권 없이 갈 수 있는 곳
펭귄과 고래와 크릴과 불청객

에필로그

작가

김연식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일등 항해사.

배를 타고 북극과 남극, 아마존, 지중해, 파타고니아 같은 지구 곳곳 환경 문제 현장을 다닌다. 역마살이 두 개나 꼈단다. 그 때문인지 매년 지구를 두 바퀴쯤 돌고, 여덟 나라 항구를 구경한다. 항구에 다가가 바람에 실린 이국의 향기를 맡으면 여전히 설렌다.

주로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옛쓰, 옛쓰”와 “오케이, 오케이”, 특기는 배시시 웃기다. 전 세계를 누비면서도 구운 김과 김치는 꼭 들고 다니는 천성 한국 사람. 외국 사람들과 오래 지냈지만 여전히 영어가 어렵고 음식은 더 그렇다.

환경을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려 노력하고 있지만 무한 작심삼일로 7년째 대서사시를 쓰는 중이다. 성공하기보단 실패하는 일이 더 많지만 그 실패도 하나의 물결이라고 믿는다. 한 번에 뚝딱 되는 일이 어디 흔하냐며, 다만 포기하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바다를 항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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