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

세상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지인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1년 11월 15일 | ISBN 9788983928849

사양 115x183 · 256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5 | 분야 에세이

책소개

‘소리’를 ‘디자인’한다고요?

세상 소리를 듣기만 하던 사운드 디자이너가 소리를 낼 때

문학수첩 ‘일하는 사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세상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소리와 소음과 음악을 듣고 수집하고 이리저리 만지고 만들어 내는 직업인 ‘사운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았다.

파도가 잔잔히 물결치는 소리는 바닷가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는 한겨울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소리는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사람의 기분과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음악 없는 영화, 효과음 없는 게임, 배우들의 목소리가 없는 드라마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리를 현장에서 녹음하고 추후에 필요한 소리 또는 효과음을 입히거나, 애니메이션이나 광고 등의 각종 영상물 또는 공연이나 전시의 배경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게임 효과음과 음악, 휴대폰 벨소리,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소리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사운드 디자이너에 속한다. 듣기 좋은 소리와 음악을 선택/선곡하거나 만들어 내는 일뿐만 아니라, 소리가 선명하고 재미있게 들리도록 하는 것도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선곡/작곡뿐 아니라 공연, 전시 등의 음악감독 일도 맡고 있는 저자는 일하는 현장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겪은 소리와 함께한 나날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직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소리에 민감하고 소리에 집착하는 한 사람으로서 느낀 감정과 격정 역시 풀어놓는다. 직업인과 예술인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방황한 경험(“사운드 디자이너가 된 사람들 중에는 뮤지션이나 작곡가를 꿈꾸다 우회한 사람들이 꽤 있다”), ‘월정액을 내고 음악을 무제한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에 일거리를 빼앗기고 나날이 발전하는 컴퓨터에 위협을 느낀 일(“내 밥줄이 위험하다”), 방송 및 게임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고충도 꺼내놓는다.

 

“그렇게 힘든 일임에도 사람들이 방송 사운드 디자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든 사운드 디자이너가 그렇듯 대답은 간단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본인의 이름이 박힌 화면을 볼 때의 뿌듯함이었다. 소리가 영상을 더 빛나게 해줌을 알기에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소중하고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흘러가는 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그 이름 석 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다. 그때가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순간이다.”(123쪽,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에서)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사운드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는, 소리와 함께하는 세계

갖가지 향료뿐 아니라 꽃, 과일, 식물 등을 적절히 배합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향을 만드는 조향사처럼, 사운드 디자이너는 소리를 만든다. 재료의 배합에 따라 향기와 악취가 한끝 차이이듯 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입히기 위해,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작업실에서, 스튜디오에서 귀를 혹사시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광고, 게임, 공연음악 등의 성격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해야 하는 소리와 음악도 각각 다르다. ‘짧고 굵은’ 광고에는 ‘짧고 굵은’ 음악이 들어가고, 전시회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성을 줄이고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만든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공익광고에는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나는 끼이익 소리를 최대한 크게 넣어 경각심을 일으키고, 브랜드나 행사 홍보 영상에는 무난하면서 발랄한 느낌의 통통 튀는 음악을 깔아준다.

하지만 사운드 디자이너의 ‘직업의식’은 이러한 전문 분야에서만 발휘되진 않는다. 참석했던 결혼식을 돌아볼 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기억하지만 저자는 음향을 기억한다. “그 결혼식은 음향 상태가 꽝이었어. 왜 축가용으로 그런 마이크를 썼을까. 왜 믹싱 콘솔을 비전문가가 만질까. 마이크가 지직거리는데 왜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61쪽, 〈소리가 좋지만 소리가 싫은 나의 직업병〉에서) 휴식을 취하러, 독서를 하러, 담소를 나누러 들른 카페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음악에 스트레스를 받고, 반대로 전시회에 배경으로 틀어놓은 음악은 사람들 말소리에 묻힐 정도로 희미하게 들려서 씁쓸함을 느낀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층간소음, 길거리를 점령한 듯 크게 틀어놓은 음악, 새벽 꿀잠을 방해하는 온갖 소리들이 저자를 괴롭게 하지만 그러한 ‘소음’들이 오직 괴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소리를 계속 공부하기 위해 날아갔던 런던의 골목에서 저자는 ‘소음을 듣는 귀’가 뚫린 경험을 이야기한다.

 

“소음에 꽂힌 나는 닥치는 대로 소음을 수집했다. 어마어마한 볼륨으로 내 귀청을 때리던 런던의 앰뷸런스, 각양각색의 언어와 악센트로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비닐봉지를 바스락 밟고 지나가는 트럭의 바퀴,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 등등.”(152쪽, 〈런던이 열어준 소음의 세계〉에서)

 

자동차 지붕 위로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창문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 소리, 숲을 뒤흔드는 거친 비바람 소리 등, 저자는 소리와 함께한 알록달록하고 청아한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모든 소리는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소리를 발견하려면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늘 곁에 있는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소리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공기처럼 흘러갈 뿐이다.

 

 

소리가 좋고 소리가 싫은 사운드 디자이너의 솔직한 고백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 “모든 것을 바꿔놓으니까.”

소리와 함께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본인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소리에 황홀해하는 저자는 한편으로 소리를 혐오하기도 한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말대로 “청각에 휴식이란 없”기 때문이다. 귀는 좋은 소리만 걸러 듣지 않는다. 냄비에서 쇠젓가락으로 라면을 건질 때 나는 소리, 아랫집 사람들의 고함 소리, 윗집 사람들의 쿵쿵대는 발소리까지 모두 듣는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이렇게 소리를 혐오하면서도 사랑하고 소리에 집착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소리를 사랑하지 않고는 소리를 혐오할 수 없다. 소리에 미치지 않고는 소리를 혐오할 수 없다. 이 글은 혐오를 가장한 나의 사랑 고백이다.”(192쪽, 〈소리 혐오〉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를 왜 하나요〉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 오래전부터 공간에 맞는 사운드 디자인을 꿈꿨던 저자에게 유명 백화점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사운드’를 디자인할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회는 코앞에서 무산된다. 예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별로 신경도 안 쓰는 음악에까지 쓸 돈은 없다는 이유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24시간 소리에 포위되어 살지만, 청각은 시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소리는 영상에 입체감을 더하고, 이야기를 돋보여 주며, 시청자를 더욱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흥미진진한 영화 장면 뒤에는 미장센을 소리로 표현하는 작곡가와 소리가 만들어 내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만지기 위해 그들은 비싼 장비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미세한 소리까지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분투한다. 소리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이다.

소리는 상상, 감정, 분위기, 이야기를 바꾼다. 매일 듣던 똑같은 음악이 아닌, 독특한 분위기와 색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똑같은 풍경도 색다르게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가 바뀌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다른 공간을 여행할 수 있다. ‘사운드 디자인이 왜 필요하냐’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모든 것을 바꿔놓으니까.’

목차

차례
프롤로그

1장. 소리와 소음과 음악을 만지는 일
사운드 디자이너, 그 거창한 이름
취미가 직업이 되면
‘I’에게 적합한 직업
컴퓨터와 음악과 인간
가끔은 기계가 무섭다
사운드 디자인을 왜 하나요
소리가 좋지만 소리가 싫은 나의 직업병

2장. 예술인의 ‘사운드’, 직업인의 ‘사운드’
소리의 균형, 사람의 균형
나 때는 발로 뛰었지
이력서가 된 맥북
대중성이 뭐길래
돈 주는 자와 돈 받는 자
내 밥줄이 위험하다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

3장. 소리의 목소리
소리에 집중해 주세요
소리와 함께한 시간들
런던이 열어준 소음의 세계
숫자,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소리를 볼 수 있을까
나의 매미 선생님
소리 혐오

4장. 나의 목소리
소리 없는 말
음악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하자
나는 가끔 울보가 된다
더 나이 들어 떠나도 늦지 않아
그럼에도 나는 꿈꾼다

에필로그

작가

고지인 지음

영상과 무용 공연에 들어가는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예쁘게 다듬고, 하고 싶은 말을 음악에 담는 숭고한 일을 업으로 삼았다. ‘jiinko’라는 이름으로 글을 노래에 담아 여럿 발표했다. 음악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책으로 엮어 나누려 한다. 첫 책으로 《영국 영어 이렇게 다르다》를 썼고 앞으로 세상에 내놓을 책들을 줄줄이 준비 중이다. 영어도 가르치고 글도 쓰지만 늘 음악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잠시 한눈을 팔고 먼 길을 돌아갔다 와도 늘 음악 곁에 머무르고 싶다.

자료실
댓글(2)

  1. 윤태순
    2021년 11월 19일 21:35

    고천일 교수님 (따님 ) 고지인 작가님 축하 합니다 ~
    삼남매 자녀분의 재능을 주님이 특별히 주셔서 항상
    기쁨과성령 충만으로 주님의 영광이요 넓은 세상에
    빛이 되시길 축복 합니다.
    교수님제자 윤태순목사 입니다.

  2. 관중
    2021년 11월 19일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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