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 반의 진땀 나는 야구세계

샤우팅과 삑사리를 넘나드는 캐스터의 중계방송 분투기

한명재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2년 4월 8일 | ISBN 9788983928986

사양 115x183 · 216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7 | 분야 에세이

책소개

흥미진진한 야구경기를 중계하듯 위트 넘치는 필치로 전하는 캐스터의 리얼 라이프

“야구 중계를 위해서라면 어디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고, 뭐든지 합니다!”

투수전만큼 쫄깃하고 타격전만큼 뜨거운 야구 중계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16년 동안 KBO 프로야구 중계를 전담하며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아온 한명재 캐스터의 에세이가 출간된다. 안정감 있으면서도 시원한 샤우팅과 기억에 오래 남을 인상적인 멘트로 ‘대한민국 NO.1 야구 캐스터’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평탄하고 무사하게 중계방송을 치른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에는 방송에서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던 스포츠 캐스터의 흥미진진한 일거수일투족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야구 전문 캐스터의 시즌은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로 이동하기 이전에 이미 시작된다. 각 팀 선수들의 지난 시즌 성적, 통산 성적과 올해 달성 가능한 기록, 신인 선수들의 정보 등을 미리 정리해 두고 스프링캠프 취재의 콘셉트를 잡는다. 보통 14박 15일의 출장은 대여하는 SUV 차량에 탈 수 있는 인원에 맞춰질 만큼 소수 정예다. 캐스터, 해설위원, 프로듀서, 카메라맨, 아나운서(리포터) 등이 팀을 이루지만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는 각자가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때론 통역요원, 운전기사 등 업무의 경계를 구분할 여유 없이 일당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신없는 출장을 마치고 나면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이 펼쳐지고 캐스터의 일상도 본격적인 출장길로 나선다. 금요일에 다음 주 중계방송 일정이 결정되면 중계할 구장이 수도권인지 지방인지를 확인하고, 3연전 마지막 날 서울에 있는 집으로 ‘귀가’가 가능한지 가늠해 본다. 매번 고속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를 찾아가 낯선 잠자리에 들고,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에 야구장에 출근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만나 취재한다. 방송 시간에 쫓겨 자료와 정보를 정리하고, 중계방송이 끝나고 나면 방송 스태프들과 늦은 저녁으로 쫄쫄 굶은 배를 채운다. 한밤의 회식자리 또한 결국엔 야구와 방송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숙소로 돌아와 재방송되는 야구 중계를 티브이로 보다가 잠이 든다. 정규시즌을 거쳐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캐스터의 고단한 일상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그 와중에 뜻하지 않은 말실수는 모든 언행을 온전하게 영상으로 담아둘 수 있는 시대에 ‘흑역사’로 남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말 한마디는 편파 방송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밥벌이’라는 목적만으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없고, 야구와 방송에 반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직업이 바로 ‘스포츠 캐스터’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상을 무겁고 진중한 단어가 아닌, 마치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되는 야구 경기를 중계하듯 밝고 경쾌하고 위트 있는 필치로 이야기한다. 독자는 야구장을 가지 않아도 야구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야구중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화면으로 전달되는지 경기장이 아닌, 생생한 중계방송의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16년 프로야구 전담 캐스터의 눈에 비친 인생 같은 야구, 야구 같은 인생

승부를 가르는 그라운드에서 승패가 다가 아니라는 아이러니한 진실을 깨닫다!

팬, 선수, 종사자… ‘야구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캐스터의 진심

“오른쪽 높게 떴어요! 이 타구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보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당신이 꿈꾸어 왔던 그 순간! 2011년 챔피언! 삼성라이온즈입니다”, “아무도 아직은 외쳐보지 못했던 이야기, KT가 정규시즌 일곱 시즌 만에 정상에 오릅니다” 등 저자의 주옥같은 멘트는 야구팬들 사이에 오래도록 회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유려한 표현을 사전에 어떻게 준비하는지 질문을 들었지만, 저자는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서 그 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93쪽)”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중계 마이크를 잡는 것은 아니다. 항상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에 야구장에 출근해서 그라운드로 내려가 양 팀의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스킨십을 통해 팀의 분위기, 선수들의 말 못할 사연과 근황을 체크한다. 방송에서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팀과 선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지속된 이해와 온정에서 시청자의 머리와 마음에 오래 남을 멘트가 탄생하는 것이다.

경기장 안팎의 야구 종사자들을 향한 저자의 시선에는 따스한 위로와 응원이 담겨 있고, 더 깊게는 삶을 성찰하는 시선도 담겨 있다. 승패를 가르는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승인과 패인을 찾는 자신의 직업병을 한탄하면서도, 대수비로 패배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백업 유격수의 실수가 훗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

스타플레이어들을 제외하면 평균 수명이 7년밖에 안 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현실과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하면서 이직과 퇴직을 고심하는 후배 아나운서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헛헛한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잦은 출장과 높은 진입 장벽, 끊임없는 준비와 연구, 업무 강도 때문에 ‘3D’ 직업으로 불리지만, 스포츠 캐스터이기에 누릴 수 있는 중독성 짙은 희열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천상 스포츠 캐스터”의 면모가 드러난다. 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보통 해설위원들도 가벼운 차림으로 야구장에 출근하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정장 유니폼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찾는다. “전설로 남은 선수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이곳의 전광판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뛰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한 수많은 선수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고 믿(100쪽)”기 때문이다.

흔히 인생을 야구에,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한여름에도 정장을 고수할 만큼 야구와 중계방송에 진심인 저자가야구라는 스포츠와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맞닿아 있다. 그는 100억 원대의 FA 계약에 비하면 소박한 계약에 지나지 않는 백업 포수의 FA 계약에 주목하며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는 아니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완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196쪽)”을 응원한다. “승패를 확실히 갈라야 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승부만이 다가 아니라는 아이러니한 진실을(202쪽)” 깨닫기도 한다. 야구 경기 못지않은 중계 현장의 생생함과 함께 좀 더 성숙한 인생을 살아가려고 성찰하는 저자의 모습은 독자에게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다.

목차

차례
1장. 플레이볼: 야구 방송쟁이의 진짜 생중계
1. 살아 있는 ‘중계 장인’ 빈 스컬리의 첫 인사
2. 그라운드보다 긴박한 다섯 평 공간의 야구 세계
3. 좌충우돌의 세월이 빚어낸 스포츠 캐스터
4. 오늘 중계의 운을 점쳐 보는 오프닝
5. 해설위원의 생리 현상을 알린 적나라한 생중계
6.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음을 차마 끌 수 없는 이유
7. 그라운드 위 비정규자들의 열정
8. 3D 업무지만 중독성도 심한 스포츠 캐스터의 세계
2장. 점심보다 저녁, 출근보다 출장
1. 야구 중계 시작, 스프링캠프
2. 피할 수 없고 즐길 여유도 없는, 출장
3. 현장 사람들의 거룩한 의식, 야식
4. ‘홈’을 향한 머나먼 귀향길
5. 6시 30분을 향한 여정
6. 야구장에서 매일 벗는 남자들
7. 야구 시즌 내내 불을 끌 수 없었던 아나운서실
8. 까까머리 선수들과 신참 캐스터의 희망이 커가던 그곳

3장. 말 한마디에 죽고 사는 현장 이야기꾼
1. 퍼펙트게임만큼이나 어려운 퍼펙트 중계
2. 경이로운 데뷔 방송
3. ‘우승 멘트’의 탄생 비화
4. 캐스터가 주인공인 된 야구 경기
5. 편파 방송과 자기 검열 사이
6. 깨어 있는 서비스업 종사자

4장. 캐스터를 만드는 세계, 캐스터가 만드는 세계
1. 이상한 나라의 스포츠 캐스터
2. 오래 가는 해설위원의 감각과 마인드
3.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오늘의 운세
4. 거북이 달린다!
5. 승패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
6. 천장에서 유리 파편이 찬란하게 쏟아질 시즌을 기다리며
7.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이란 순간

작가

한명재 지음

어린 시절부터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권투 등 스포츠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열혈 스포츠 키즈’였다. 1982년 국내 처음으로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열한 살인 그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MBC 청룡, OB 베어스, 빙그레 이글스 등 여러 팀에 두루 관심을 쏟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선발 라인업을 읊고 다녔다. 겨울이면 ‘농구대잔치’와 ‘백구의 대제전’에 흠뻑 빠져들었다. 어느 설날, 티브이로 농구와 배구 중계방송을 연달아 시청하다가 부모님의 잔소리도 경청해야 했던 그는 실컷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이 뭘까 궁리하게 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스포츠 캐스터’로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고, 1997년 이쪽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현장에서 핏대를 세우며 중계방송을 했지만, 그의 주옥같은 멘트와 내공이 담긴 샤우팅이 유감없이 제 빛을 발휘하는 곳은 야구장에 있는 두 평 반의 중계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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