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

김정옥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2년 10월 28일 | ISBN 9788983923349

사양 115x183 · 208쪽 | 가격 11,500원

시리즈 일하는 사람 10 | 분야 에세이

책소개

“먹고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한 끼를 궁리하며 살아갑니다”

대기업 사내식당에서 아담한 초등학교까지 베테랑 영양사의 으라차차 급식 분투기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 번째 책, 단체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의 애환이 담긴 <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이 출간되었다. 학창 시절 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급식실에서 배식판 위에 음식을 받아 먹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배식대 너머 김이 모락모락 나고 단정한 흰 유니폼을 맞춰 입고 분주히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 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점심 한 끼이지만, 수많은 이들에게 점심을 대접해야 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그 일의 책임자는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급식 현장은 식단 계획에서부터 발주, 검수, 조리, 검식, 고객 응대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이 펼쳐진다. 이 중 무엇이라도 하나 삐걱거리면 현장은 비상상황에 빠지고 급식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없다. 때문에 영양사는 ‘영양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영양’에만 치중할 수 없다. 급식의 전 과정을 아우르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야전사령관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9년 가까이 대기업 사내식당에서 다섯 명의 동료 영양사와 함께 수천 명의 급식(조식‧중식‧석식‧새벽식)을 책임지다가 아담한 초등학교의 영양교사로 부임하여 4년째 어린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급식 전문가이다. 초등학생은 물론, 평범한 직장인과 퇴직을 앞둔 나이 지긋한 교직원까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한 끼를 선사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식사를 책임지며 겪은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베테랑 영양사답게 저자는 평범한 사람은 미처 생각하기 힘든 급식 세계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자신을 성찰하고, 따뜻하고 긍정 어린 시선으로 일상을 포착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급식은 영양사인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수단이다. 급식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고, 급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고, 급식을 통해 기쁨과 슬픔 그리고 보람과 분노를 느꼈고, 급식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나의 일상이자 인생 이야기이다.

(프롤로그,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의 세계>, 8쪽)에서

 

 

“밥 짓고 밥 먹는 곳”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삶의 원초적 민낯

단체식 전문 차림꾼 영양사가 겪는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급식의 세계

영양사는 시시포스와 같은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회사에 고용된 입장에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식사를 제공하는 이들의 영양과 기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급식을 대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영양사에게 과도한 부담이자 크나큰 동기 부여가 된다. 랍스터 같은 특식을 제공하고 싶고, 요즘 음식 트렌드를 급식에 반영하고 싶지만 그 계획을 세우다 보면 뾰족한 산 위에 둥근 바위를 올려놓아야 하는 시시포스의 심정이 되고 만다. 가뜩이나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그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특색은 없지만 무난하게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예전 식단을 탈피하기 위해 일부러 백지에 식단을 작성해서 조금이라도 신선한 식단을 구성하고, 하루 이틀 조금씩 경비를 줄여 어느 날은 특별한 음식으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식사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기존 식단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건 한편으론 자신의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81쪽)이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나날일지라도 ‘나물’이나 ‘밥’을 조금씩 바꿔서 마음이 밥상을 차리”(81쪽)도록 하는 저자의 태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묵직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양사만큼 업무가 복합적인 직업인은 드물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이리저리 식단을 기획하며 백 원 단위 숫자까지 체크하다 보면 행정직 사무원인 것 같고, 사내식당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응대하다 보면 영업사원이 되어 있고, 조리사‧조리원과 팀을 이뤄 내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고객들에게는 음식이 짜다는 불평도 모자라 심지어 욕설을 듣기도 한다. 경력 있는 조리사의 텃세 또한 정신적인 고통이다. 저자가 영양사가 되어 가장 먼저 봉착한 것은 ‘사람’ 그리고 ‘관계’에 따른 문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지독한 ‘진상’ 고객 그리고 행동뿐 아니라 입까지 거친 조리사와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갈등을 통해 환경을 받아들이면서도 주관을 확실히 세우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영양사로 거듭난다.

먹는다는 건 주린 배를 채우는 행위로 원시사회에서 문명사회로 발전한 현재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면서도 원초적인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본능과도 같은 행동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의 사람다움, 즉 인성이 드러나는 것을 읽어낸다. 배식대에서 음식을 받는 행동, 밥 먹을 때 모습에서도 사람다움을 발견한다. 그러곤 자신을 성찰한다. “화장실이나 탕비실도 그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면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이 나오는 것이 점심시간일 텐데, 사내식당에서 무의식 속에 나오는 다양한 표정을 보며 나는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116쪽)”

도태되지 않고 오랫동안 영양사와 영양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힘은 바로 삶에 대한 긍정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단히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힘이다. 갖가지 제한과 사람 사이의 갈등 속에서도 누군가의 허기를 책임지는 업무를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일’로 받아들이는 저자는 직업인이자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력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_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의 세계 … 6

1장. 배식판에 맛있는 꽃을 피우기 위해 새벽부터 영양사는 그렇게 설쳤나 보다
이럴 줄 몰랐다, 영양사도 감정노동자! … 15
‘소태 부장’의 갑질 사건, 긍정 영양사의 변신 … 23
최악의 잔반 사태, 순두부쫄면의 빛과 그림자 … 32
빈 그릇에 담긴 최고의 찬사 … 40
소수점 아래까지 내려앉은 영양교사의 고민 … 46
1이 아닌 99에 주목하는 세계 … 52
국과 찌개의 기준을 잡아라 … 60

2장. 최저 비용으로 최상의 맛을 구현하는 능력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랍스터 급식의 숨겨진 비밀 … 69
식단 ‘안 돌려쓰기’의 기술 … 76
물가 상승률과 입맛 기대치의 불편한 상관관계 … 83
도전과 시련 사이의 메뉴 개발 … 89
영양사의 자랑스러운 강박 … 96
모든 맛에는 때가 있다 … 105

3장. 사람됨의 출발점, 따뜻한 밥 한 끼
밥 있는 곳에서 인성이 드러난다 … 113
입맛 트렌드, 급식에도 반영하고 싶습니다 … 121
전직 영양사를 성장케 한 현직 영양교사 … 127
급식실에 온 의사 선생님 … 134
초등학생 식판 위에 올라온 과일의 비밀 … 140

4장. 배식판 너머, 이토록 정신없고 따뜻한 세계
팔자에도 없을 그 이름, 김치 영양사 … 149
끔찍한 직장 호러무비의 주인공 … 156
급식은 사람‘들’로 만들어진다 … 166
가장 나중에 건넬 수 있는 진짜 선물 … 175
밥벌이 너머 인생의 세계 … 182
어쨌든 냉면은 진리니까요! … 188
요리보다 해몽이 좋은 영양교사 … 195
에필로그_따뜻한 사람의 힘, 따뜻한 밥 한 끼의 힘 … 202

작가

김정옥 지음

지은이_김정옥

9년 가까이 동료 영양사와 함께 하루에 최대 1만 인분을 준비해야 하는 대기업의 영양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아담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교직원들의 건강한 한 끼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로 4년째 일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인스턴트식품을 챙겨 먹고, 김치가 있으면 친한 친구와도 식탁을 따로 앉아 식사를 해야 할 정도로 남다른 편식 강도를 선보인 내가 영양사가 된 일은 일가친척들이 명절에 모여 두고두고 회자되는 ‘가문의 전설’이 되었다. 잘못된 식습관도 고치고 나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일차원적인 그 생각이 사실은 내 본성을 꿰뚫어 본 직감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영양사의 온갖 희로애락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한정된 예산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만들기 위한 불가능한 미션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틈만 나면 새로운 메뉴 개발을 궁리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밥을 챙겨줄수록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은 그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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