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G. 밸러드

공상과학소설SF의 뉴웨이브 운동을 주도해 20세기 후반 영국 소설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불리는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는 1930년 부친이 사업차 머물던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일본이 진주만에 이어 홍콩을 공격하자 가족과 함께 민간인 포로수용소에 머물다가 1946년에 영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2년간 의학을 공부하다 학교를 그만둔 뒤 영국 공군에 입대했다.

현대 문명의 어두운 이면과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파헤쳐온 밸러드는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공상과학소설의 우주 개념을 내우주로 전환시킴으로써 문학성을 꾀했다. 2009년 사망할 때까지 그는 탈정치, 소비사회, 미디어 과잉, 탈이데올로기 등의 시대적 경향을 깊숙이 파고들며 그 속에서 인간의 불안하고 어두운 심리를 묘사하여 초현실주의 문학에 가까운 SF 세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문학적 특성을 압축해 ‘밸러드적인ballardia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사전에 등재되었다.

포로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태양의 제국》으로 <가디언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지구 종말 시리즈’인 《물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털 세계》, ‘도시 재앙 시리즈’인 《하이-라이즈》 《크래시》 《콘크리트 아일랜드》, 그 외에도 《무한한 꿈의 회사》, 《태양의 제국》의 후속작인 《여인들의 친절》, 《코카인의 밤》 《슈퍼-칸》 《밀레니엄 피플》 《나라가 임하옵시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