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나

‘라디오 피디’, 그저 그 이름이 멋있어 방송국 문을 두드렸고 운 좋게 라디오 피디가 됐다. 하지만 꿈꾸던 모습과 전혀 다른 피디의 삶에 적잖이 당황하며,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 품고 다닌다는 사표를 머릿속으로 수십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어느덧 16년. 천성을 따르자면 하루에 영화 세 편씩 정주행하는 ‘1일3영’의 백수가 제격이지만,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의 아련한 발자취를 느낄 때마다 현실을 각성하며 성실한 직장인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끄러운 방송과 말 못 할 실수, 한밤중 이불킥의 나날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가끔은 내 프로그램을 들으며 남몰래 감동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 재미와 그 힘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현재 TBS 라디오본부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