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는 사람
김종철 시집
출판사 시인생각
발행일 2013
분야 시집
사양 130x210mm, 104쪽
ISBN 9788998047627

시인의 말

전쟁을 경험한 시인의 비통한 둔주곡과 구도적인 시적 모색

‘못의 시인’으로 유명한 김종철 시인이 한국대표명시선100의 하나로 자신의 대표시 50편을 가려 엮었다. 베트남에 자원 참전한 병사만이 쓸 수 있는, 장시 ‘죽음의 둔주곡’을 비롯한 둔중한 울림을 주는 전쟁시가 1부에 담겨 있고, 2부에는 시인이 일생을 두고 추구하는 ‘못에 관한 명상’이 3부에는 어머니와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과 생활에서 얻는 깨달음 등이 실려 있다. 젊은 시절 전쟁을 겪은 후 가톨릭에 귀의한 시인의 구도적인 시적 모색 과정이 감동을 준다.

 

시인의 말

두 번째 시선집이다
어울리는 것들만 한자리에 모아보았다
낯설기는 세월 탓이다.
평생 못 박으며 살았던 탓에
그놈이 그놈이다.
시굿이나 벌여 액땜이나 해야겠다.

대수롭지 않게

연대 수색중대의 긴급 작전에
위생병 차출이 왔다
우리 의무중대에서
신병인 내가 일순위로 뽑혔다
고참들은 위로했고
그날 밤 맥주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유서를 쓰라고 했다
작전 나갈 때는 누구나 준비하는 것이라고
시킨 대로 손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대수롭지 않게 봉투에 담고
항해하며 틈틈이 쓴 미완성
「죽음의 둔주곡」*도 함께 넣어두었다
그날 밤 머리맡에 총신을 닦아놓고
모로 돌아누워 자는 척했다
아주 대수롭지 않게.

*) 첫 시집 『서울의 유서』(1975)에 실린 연작시.

무두정無頭釘에 대하여

무두정은 대가리가 없다
박힌 몸이 돌출되지 않고 묻히므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그날 그렇게 목 잘려 순교했다

이제 아무 대답 없는 통곡의 벽
저마다 자신의 작은 절벽 틈에
쪽지를 끼우고
눈물 없이 울며 울며 울며
끄덕이는데
그렇구나
너, 회임하지 못하는 유대인아
그날 박고 또 박았던 배반의 대못
그 못대가리 중 하나만이라도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나를 보았더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갈통 없는 무두정 꼴 되지 않았을걸!

목차

1
젊은 잎새들의 전우에게
용병 이야기
가을 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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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 죽은 뒤
무두정에 대하여
나사못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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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망치를 들다
칫솔질을 하며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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