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시인의 ‘언어 학교’를 찾아서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02
출판사 문학수첩
지은이 장경렬
발행일 2021
분야 평론
사양 128x188 · 232쪽
ISBN 9788983928603

책 소개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시리즈는 고故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과 시 세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는 뜻으로 발간하는 작품론 모음집입니다. 도시 문명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풍자, ‘못’을 인간 실존의 등가물로 형상화하여 포착해 낸 철학적 사유까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통찰을 안겼던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한평생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열정과 신념의 평론가의 눈에 담긴, 시인 김종철의 시 세계

못의 사제의 인생과 작품을 향한 깊이 있는 고찰과 뜨거운 성찰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열정과 신념으로 문학 연구에 매진해 온 장경렬 교수의 평론집 《김종철 시인의 ‘언어 학교’를 찾아서》가 출간되었다. 시는 물론 시조,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날카로운 비평과 통찰력을 담은 평론뿐 아니라 외국 소설과 시를 번역하는 등 한평생 문학에 천착해 온 저자는 우리 시대의 우리 문학과 문인도 꾸준히 지켜봐 왔다. 애정과 비평의 관점으로 저자가 오랫동안 눈여겨 봐온 문인 중 한 사람이 바로 김종철 시인이다.

‘못’을 시의 테마로 삼아 평생 연작시를 꾸준히 발표해 온 고(故) 김종철 시인은 ‘윤동주 문학상(9회)’, ‘정지용문학상(5회)’, ‘박두진문학상(8회)’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서정시의 내질을 깊이 있게 천착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시인과 저자는 시인과 평론가의 관계뿐 아니라, 문학잡지 발행인과 편집위원으로 인연을 쌓으면서 문학을 넘어 인생의 영역에서도 많은 교류를 이어 나갔다. 김종철 시인을 대표하는 ‘못의 사제’는 바로 저자가 언어로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생전에 김종철 시인은 농담하듯 자신을 못의 사제로 임명한 저자에게 “(장 교수가 나를 사제로 임명했으니)추기경”이란 직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시인의 작품뿐 아니라 시인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남다른 폭과 깊이를 자랑한다.

이 책은 저자가 김종철 시인의 작품과 시 세계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 분석하고 고찰한 평론을 모은 평론집이다. 일곱 편의 평론과 평론 앞뒤로 각각 회고록(머리말)과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치의 오차 없는 해체와 융합과도 같은 정밀한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평론에는 시인과 시 세계에 대한 이해와 비평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시인과 저자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감동을 선사하는 글은 머리말과 보론이다. 작품 밖에서 만나게 되는 호탕하며 인간적인 시인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여러 에피소드와 문우(文友)이자 지우(知友)로 불릴 만큼 시인과의 관계가 남달랐던 김재홍 평론가의 평론에 대한 소고는 평론을 넘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로 읽히기에도 손색이 없다. 시인과 그의 생애에 온기를 불어넣는 저자는 평론 또한 뜨겁게 생동하는 문학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발간에 즈음하여

김종철 시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6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느낌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는 우리 곁에 그의 시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철 시인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을, 기쁨과 즐거움을,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특유의 따뜻하고 살아 있는 시어로 노래함으로써 시의 본질을 구현한 시인으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는 시를 통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엄연한 사실을 어찌 끝까지 외면할 수 있으랴. 이를 외면할 수 없기에 그와 가깝게 지내던 몇몇 사람이 모여 ‘김종철 시인 기념 사업회’를 결성했고, 시인의 살아생전 창작 활동과 관련하여 나름의 정리 작업을 시도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 오래전이다. 네 해 전에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이숭원 교수가 주관하여 출간한 『김종철 시 전집』(문학수첩, 2016)은 그와 같은 작업의 결실 가운데 하나다.

김종철 시인 기념 사업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제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는 작업과 함께 새로운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시도를 병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우선 이제까지 이어져 온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여 매년 한 권씩 소책자 형태로 발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첫 결실로 앞세우고자 하는 것이 김종철 시인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김재홍 교수의 김종철 시인 작품론 모음집인 『못의 사제, 김종철 시인』이다.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발간 작업은 매년 시인의 기일에 맞춰 한 권씩 발간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가능하면 발간 사업의 첫 작품인 김재홍 교수의 평론집과 같이 논자별로 논의를 모으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며, 필요에 따라 여러 논객의 글을 하나로 묶는 형태로도 진행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비평적 안목을 통해 새롭게 시인의 작품을 읽고 평하는 작업을 장려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 같은 일이 결실을 맺을 때마다 이번에 시작하는 시리즈 발간 작업을 통해 선보이고자 한다.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질책과 지도를 온 마음으로 기대한다.

 

2020년 5월 말 그 하루 무덥던 날에 김종철 기념 사업회의 이름으로 장경렬 씀

목차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발간에 즈음하여_장경렬 …5
머리말: 김종철 시인과의 만남을 회고하며 …8

세상의 모든 ‘엄마’를 생각하며: 김종해와 김종철 형제 시인의 사모곡과 사랑의 언어…35

‘사랑’의 시어에서 ‘빈 몸’의 시어에 이르기까지: ‘언어 학교’에서 시인 김종철이 배운 것…54
세상의 모든 못과 ‘못의 사제’와 자리를 함께하여: 김종철 시인의 이어지는 ‘못에 관한 명상’과 그 의의…94
모기에서 시인으로, 그리고 시인에서 모기로: 김종철 시인의 「모기 순례」와 시적 깨달음의 순간…116
‘알려지지 않은 사실’의 시적 형상화와 마주하여: 김종철 시인의 일본군 위안부 시편과 시인의 의무…133
‘무두정無頭釘’이 함의하는 바를 찾아서: 김종철 시인의 유고 시집과 ‘못’의 존재론적 의미…164
‘못’의 이미지 저편의 ‘물’의 이미지를 향하여: 김종철 시인의 시 세계에서 감지되는 ‘물’의 이미지…185

보론_‘관포지교’의 경지에 버금가는 두 문인의 우정을 기리며: 김재홍 교수의 김종철 시인 작품론에 관한 소고…209

김종철 시인 연보 …227

본문 중에서

“장 교수의 글을 읽는 동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목이 메더군.” 아아, 지금도 제 기억에는 그때 혼잣말을 하듯 짧게 말을 건넸을 때의 그의 표정과 목소리가, 그리고 그때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국숫집 안의 정경이 생생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의 입장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유형의 글쓰기였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인의 그와 같은 간접적인 평에 힘입어 저는 누군가의 작품론을 쓸 때 이제 원칙이라도 되는 양 고수했던 제 나름의 글쓰기 관행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_18쪽, <머리말: 김종철 시인과의 만남을 회고하며>에서

이때의 ‘언어 학교’란 단순히 ‘언어활동이 이루어지는 인간 세상’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그보다는 ‘시인이 마주한 인간 세상과 그 세상 속 인간의 삶을 시화(詩化)하는 그만의 과정’을 암시하는 것, 마치 공부하는 학생이 거쳐야 하는 배움의 과정처럼 그에 대한 시화의 과정이 이어지는 ‘그만의 시 창작의 현장’을 지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찌 보면, 이는 ‘문학도로서 시인 김종철이 오랜 편력을 이어가던 그만의 삶과 창작의 현장’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 또는 그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그의 시 세계가 아닐까요?
_28쪽, <머리말: 김종철 시인과의 만남을 회고하며>에서

문제는 이 시를 읽다 보면 그런 깨달음이 “엄마 하면 밥 주고 /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는 데 있다. 깨달음의 계기가 그러하다면, 이는 지나치게 유아적인 것이 아닐까. 행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 시가 뛰어넘고자 한 어른의 마음을 뛰어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 이 시의 묘미는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어 홀연 유아로 변신하는 시인을 짚어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_37~38쪽, <세상의 모든 ‘엄마’를 생각하며>에서

삶에 대한 시인의 여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이도』에 수록된 시들에서는 시적 대상이 무엇이든 그에 대한 시인의 관찰에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여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다루는 시적 대상은 항상 새로운 빛을 받아 새롭게 살아난다. 일찍이 새뮤얼 테일러 코울리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격찬하면서 워즈워스는 보통 사람의 마음의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바를 대상에서 찾아 드러내는 능력을 지닌 시인임을 말한 바 있는데, 『오이도』에 수록된 김종철 시인의 시에서 우리는 그런 능력이 존재함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다.
_76쪽, <‘사랑’의 시어에서 ‘빈 몸’의 시어에 이르기까지>에서

그의 시에서는 때로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상처와 아픔의 원인 제공자가 못의 이미지로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 우리의 욕망이나 죄의식 자체가 못의 이미지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간이란 숙명적으로 죄와 오류를 범하며 삶을 살아가는 존재인 동시에 이로 인해 타인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며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김종철 시인이 지닌 것과 같은 넓고 깊은 상상력의 눈으로 보면 인간이란 타인이나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못과 같은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_103~104쪽, <세상의 모든 못과 ‘못의 사제’와 자리를 함께하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