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문학상>은
‘못의 사제’로 불리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고故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시문학을 응원하기 위해 (주)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시문학상입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
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사, 2020)
허연 시인 약력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 사』 『오십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산문집 『고전여행자의 책』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가 있음.
〈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한국출판학술상〉 등 수상.
자기 근원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비극적 세계인식과 자기모멸에 가까운 ‘날것’의 언어
“이 시집은 다섯 권의 대상 작품집 중에서 단연 눈에 띄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다. 전통적인 서정시의 어법에서 크게 벗어난 이 시집은 비 극적 세계인식과 자기모멸에 가까운 ‘날것’의 언어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1990년대 이후 한 국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개인의 발견, 자의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 는 면모가 독특한 개성을 빚어낸다.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도시적 감수성과 쓸데없는 과장이나 수식과 거리가 먼 진솔한 어법 또한 비의의 함축이라는 시적 전 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거칠고 공격적인 시인의 화법은 스스로를 ‘시정잡배’로 규정하고 자기부정과 자기소외, 자기 조롱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일 터. 이는 자기 근원에 대한 성찰에서 기인된 것이다. 다시 말해 성스러움에 대한 희구와 부박한 현실에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대립시킨 것이다.
허연 시의 뛰어난 점은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언어는 격랑에 굴러 내리는 돌 멩이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내장하고 있다. 이는 그의 시가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치열하고 간절한 마음자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말해 준다. 참신한 은유와 구체적이고 선명한 이미 지, 몽타주와 가까운 장면전환, 시상의 흐름을 막는 의미의 단절 등은 시의 문면에 고도의 긴 장감과 밀도를 형성한다.
이번 〈김종철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허연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인의 첫 시 집인 『불온한 검은 피』가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던 시세계에서 크게 벗어나 포용의 시선으로 변 모하였음을 보여준다. 조악하기 짝이 없는 현실은 크게 달라졌으나 이를 대하는 시인의 시선 이 한결 원숙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등단 이후 불안과 단절의 자의식을 앞세워 삶의 본질과 인간성의 근원을 탐구해 온 시인의 개성적 면모는 〈김종철문학상〉의 수상자로서 그 자격이 충 분하다고 여긴다.”
―장옥관, 심사평 일부
“허연의 시편은 개성적이다. 아웃사이더의 자세로 세계의 이면과 심층을 통과하는, 균열과 불안이 내재한 그의 저음의 목소리는 정서적 파동과 감염력이 높다. 단문체의 간결한 언어들 은 기존의 관습과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그만의 시선과 사유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더러는 잠 언적이고 조금은 감상적인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문득 솟구쳐 오르는 진술의 힘은 허연의 시적 능력을 증거한다. 또 그의 시편에는 태작이 거의 없는데, 깔끔하고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이미지의 조형력은 그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육화하면서 시적 대상뿐 아니라 시의 주체인 자기와의 거리도 유지하는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
김종철 시인 시세계의 특성 중 하나는 일상 속에 육화된 가톨릭 영성-종교성이라 할 수 있 는데, 허연의 시편에서도 이 같은 종교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울고 있는 신’, ‘가난뱅이 신’을 보여주는 허연 시의 종교성은 교리와 상식을 전복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 부분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전동균, 심사평 일부
“이들 시집에 대한 여러 차례 토론 결과 민활하고 개성적인 언어와 사유 그리고 작품의 균 질성과 지속성을 보여온 허연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허무와 도피와 잠행을 희원했던 세 계에서 충분히 자유로워지면서 새로운 노래로의 접근을 열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 은 그러한 마음을 자신의 낭만적 문양으로 하나하나 점묘해간다. 여전히 피뢰침 그림자 끝에 천국 같은 것이 언뜻 보이다 말다 하지만, 이제 그의 시선은 어떤 슬픔이 거대한 소금 기둥을 녹이는 장면을 선명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처럼 신성한 것에 직핍하지 않고 이 폐허 같은 세계를 말갛게 씻기며 밝히고 있는 그의 언어적 점화는 여전히 역동적이고 우리 기억을 지극 하게 촉진해준다.”
―유성호, 심사평 일부
본심 대상 시집 목록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김태형, 문학수첩)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박형준, 창비)
『목련 봉오리로 쓰다』(변종태, 천년의시작)
『7초간의 포옹』 (신현림, 민음사)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창비)
『나무는 나무를』(이병일, 문학수첩)
『사과 얼마예요』 (조정인, 민음사)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