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
서울의 유서
한림출판사
나는 이제부터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바람을 쐬러 나와서 이제 비로소 당신들에게 한 인간으로서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별, 병, 눈물, 파탄, 환멸 이런 모든 것들은 나에게 언제나 다시 찾을 수 있는 손실이다. \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 소실은 이제 나의 개인적인 적이 되었다. 이 모든 개인적인 적들이 나를 질문할 수 있게 하였고 끊임없이 자기를 극복해 가는 힘이 되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을 초극하는 문제였고, ‘자기’를 뛰어넘는 사소한 문제였다. \ 나는 늘 이러한 문제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 * \ 나는 8년 동안 써 모았던 이 작은 시집이 나의 생애에서 영구히 남으리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다. ‘영구히’라는 말은 망발이다. 그러나 버림받고 저주에 가득 찬 이 죽은 언어의 껍질들을 나는 너무나 사랑한다. 집착한다. \ 빛깔도 띠지 않고 여물지 못한 이 과일들을 따냄은, 보다 알찬 과일을 가꾸어 내기 위해 솎아 내는 방편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설익은 정신을 위해 축배를 든다. \ 내가 처음으로 자기에서 확고하게 자신을 갖지 못한 것도 이 시집을 엮는 날이었고, 처음으로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 시집이 완성된 뒤였기 때문이다. \ * \ 나는 죽을 때까지 詩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 \ 1975년 5월 \ 김종철
1984
오이도
문학세계사
| 독자를 위하여 | 덤으로 살아 본 삶 \ \ 아버지 김재덕 님과 어머니 최이쁜 님 사이에 3남 1녀 중 막내로 세상을 어렵게 보게 된 셈이다. \ 막내동이는 그 무렵 혹은 그 전에 다 그러했는지 모르지만, 피임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시절이어서 ‘덤’으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 덤으로 들어선 핏덩이를 떼어 내기 위하여 나의 어머니는 조선간장을 석 되가량 마셨고 몸을 뒹굴기도 했지만 그 무렵의 가난은 더욱 허리를 조여 왔으리라. \ 어머니는 더욱 불러 오는 배를 안고 새로 태어날 아기의 이름과 꿈과 사랑을 갖기보다는, 생활에 짓눌린 가난에 못 이겨 매일 불편한 꿈과 현실을 가슴 아파했었다. \ 결국 가족과 이웃의 상의로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그 무렵 그런대로 재력은 있었지만 자식이 없어 외로워하는 집에 약간의 식량 같은 것으로 태내의 나를 뒷거래하기로 결정을 했었다. \ 원하지 않는 자식의 탄생을 세상 바깥에 먼저 나와 있는 태 밖의 사람들이 적당히 결정을 보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나는 10여 개월 달수를 제대로 채울 수 있었고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태어났다. 나의 이야기는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 내가 이 시집의 서문에 이 축복받지 못한 탄생을 기록하는 것은, 이제 내 나이가 불혹이 가까워지고 또한 ‘덤’으로 살아갈 시간들이 아직까지는 조금 더 남아 있기에 이 글에서 밝히는 것이다. \ 세상을 덤으로 살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 없고 좋은 것인가를 여러분들은 잘 모를 것이다. \ 그것은 때로는 포기된 희망이고 처음부터 바둑판에 잘못 둔 포석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물론 내가 詩業에 전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운 세상에 바람을 쐬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법이다. \ 그런 면에서 내가 덤으로 살아왔고 또한 살아갈 시간들을 나는 누구보다 편안하게 지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 시집 제목을 ‘오이도’라 붙였다. \ 외롭고 추운 마음을 안고 한 번씩 자신으로부터 외출을 하고 싶을 때 찾아가는 섬이다. 이제 이 섬은 내 속에 들어와 나와 함께 덤으로 살아가고 있다. \ 작품 순서는 근작으로 비롯되어 있다. \ 이제부터는 좀 더 부지런해지고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어 시작에 몰두해 볼 생각이다. \ 여태까지 써 왔던 모든 작품들을 다 버리고 비워 내는 마음에서 여기 시집을 엮었다. \ \ 김종철
1990
오늘이 그날이다
청하
우리는 공범적인 비극의 시대를 살아왔다. \ 우리 등뒤에 남아 있는 한 시대의 역사는 이제 발길질을 받으며 다른 시간이 물굽이를 바꾸는 동안 숨죽이며 멈춰 서 있다. 시커먼 썩은 물에 지나지 않은 역사와 추억이 사물의 여러 진실을 틀어막고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 이것은 결코 무슨 상징이 아니다. \ 오늘도 내가 이곳을 걸어다니는 것은 그것이 나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길들여진 그 질서 속에서 내가 일어서야겠다는 것은 그저 아무것과도 닮고 싶지 않다는 작은 자각에서 비롯 된 것이다. \ 그러한 작은 자각이 창문을 열었을 때 나는 불혹의 나이를 지나 있었고 나와 함께 젊었던 모든 사물의 얼굴들이 오늘은 모두 중년의 문턱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 남의 것처럼 낯설은 나를 보는 것은 어쩌면 불행일지 모른다. \ 생텍쥐페리는 “나는 내 시대를 증오한다”고 죽기 전에 썼다. 그러나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아직까지 나는 이 시대의 한쪽밖에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의 공범자요, 가해자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비로소 ‘사람이 살지 않는 비극’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 세 번째 시집을 상재한다.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것이 내시의 전부다.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자리잡힘이 보이고 시를 무겁지 않게 쓰는 법이 열렸다. 시를 여는 마음이 요즘은 따로 있는 듯 생각된다. \ \ 1990년 1월 \ 김종철
2001
못에 관한 명상
문학수첩
네 번째 시집이다. \ 삼 년 간 구도적인 묵상을 통해서 \ 내 자신을 찾아 울며 헤맸다. \ 굽은 못 하나가, 가장 하찮은 녹슨 못 하나가 \ 내 기도였다니! \ \ 이제부터 못을 소재로 평생 詩를 쓸 것이다. \ 『못에 관한 명상』은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 내 詩의 참회록이자 명상록이며 \ 못 연작시 제1부작에 해당된다. \ 제2부작 『못의 사회학』을 비롯하여 \ 전 5부작을 끝맺는 날 \ 나는 詩와 못을 내 손에서 놓을 것이다. \ 이 말은 나와 내 詩와의 계약이다. \ 못의 司祭로서. \ \ 김종철
2001
등신불 시편
문학수첩
끝 \ \ 젊은 시절 나는 \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그 끝은 \ 언제나 고통과 좌절뿐이었다 \ \ 요즘 나는 한 말씀을 얻었다 \ 그것은 결말을 구하지 않는 법(法)이다 \ 이제는 어디에도 끝이 없다 \ \ 2001. 2. 28. \ 김종철
2009
못의 귀향
시학
솜씨 좋은 목수는 목상자를 만들 때 한 번에 아래위가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내게 해야 제격입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세상일과 시는 좀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에 내 시가 멈춘 고향은 나를 보는 것마저 낯설어합니다. 내 시의 귀향은 또 한 번 야반도부를 끝낼지 모르겠습니다. 내 모든 상상력의 근원이요, 돼지들과 닭까지 한데 뒤섞인 이 마을의 꿈을 나는 베갯머리에서 멀리 둔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 \ 하루에 두 번 새벽이 왔던 마을, 우수수 흔들리는 대숲과 울창한 밤나무들, 긴 밭고랑을 타고 넘는 푸른 옥수수 터널, 어디서나 철철 넘쳐흐르는 맑은 개울, 산비탈 발등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 쌍무지개, 이 마을의 새벽은 한 번은 산에서 내려오고 또 한 번은 바다로부터 왔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수평선을 바라보면 나는 언제나 팽팽한 작은 시위가 되었습니다. 못의 사제로 나를 한없이 느리게 키워 준 곳, 오늘은 비록 나를 받아 주지 않아도 내 시의 출발과 못의 유서는 이곳에서 다시 쓸 것입니다. \ \ 초또의 지워진 길 위에서 \ 김종철
2013
못의 사회학
문학수첩
신랑신부의 초야를 ‘첫날밤’이라 딱 붙여 쓴다 \ 여행지에서 보낸 첫 밤은 ‘첫날’ 하고 ‘밤’을 띄어 쓴 \ ‘첫날 밤’이다 \ 이승에서 하루하루 맞은 밤들은 ‘첫’ 하고 ‘날’ 하고 \ ‘밤’을 띄어 쓴 ‘첫 날 밤’이라 쓰고, \ 다 함께 ‘천날빰’이라 읽는다 \ 이 시집에 못질한 천날빰의 못들은 \ 나 죽은 뒤 나로 살아갈 놈들이다. \ \ 김종철
2014
절두산 부활의 집
문학세계사
이것저것 끌어 모아 시집을 낼까 두렵다. 그래서 작은딸의 힘을 빌려 눈에 뜨이는 원고부터 힘겹게 정리했다. 부끄러운 수준이다. \ 혹시 시간 지나 책이 되어 나오면 용서 바란다. \ \ 그리고 잊어 주길 바란다. \ \ 김종철
2005
어머니, 우리 어머니
문학수첩
1. ‘어머니’를 위해 부르는 두 형제시인의 애틋한 사모곡 \ \ 신춘문예를 통해 나란히 등단하였고, 출판사를 경영하며, 문예지를 발행하고 있는 형제시인, 김종해·김종철 시인의 어머니를 기리는 사모곡 시편 『어머니, 우리 어머니』가 (주)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우리 문단에는 형제시인이나 형제작가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김종해·김종철 형제시인처럼 현역으로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며 이렇게 함께 마음을 모아 어머니를 그리는 한 권의 시집을 엮은 예는 드물다. \ \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를 향한 두 형제시인의 기도이자,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한 사람을 쓰라고 했을 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을지문덕 같은 역사상의 유명인물을 쓰지 않고 당당하게 '어머니'라고 적었던 어린 두 형제는 이제 등단 40년이 된 초로의 중진시인이 되어서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을 부른다. 한 끼를 굶고 냉수 한 사발 쭉 들이켜며 허기를 채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던 그 시절, 어머니는 부산 충무동 시장 어귀에서 떡장수, 술장수, 국수장수를 하며 사남매를 키우셨고, 아이들은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고, 절구통의 떡을 치고, 맷돌을 돌리고, 콩나물에 물을 주며 어머니를 도왔다. \ 시인으로 등단해 시를 써오면서도 두 형제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시의 화두는 ‘어머니’였다. 그동안 시인으로 살아오면서 어머니를 그리고 사랑했던 마음을 시로 담아냈던 형제시인이 각자의 시집에서 어머니에 관한 시를 스무 편씩 골랐고, 한 편 한 편 마다 경희대 김재홍 교수의 시해설이 덧붙여졌으며, 서울대 장경렬 교수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짚어주었다. \ \   \ \ 2. 시의 맷돌을 돌려 빚어낸 어머니의 사랑 \ \ 맷돌을 돌린다 \ 숟가락으로 흘려넣는 물녹두 \ 우리 전가족이 무게를 얹고 힘주어 돌린다 \ 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 \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 빈대떡이 되기까지 \ 우리는 맷돌을 돌린다 \ 충무동 시장에서 밤늦게 돌아온 \ 어머니의 남폿불이 졸기 전까지 \ 우리는 켜켜이 내리는 흰 녹두물을 \ 양푼으로 받아내야 한다 \ 우리들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오직 \ 어머니의 맷돌일 뿐 \ 어머니는 밤낮으로 울타리로 서서 \ 우리들의 슬픔을 막고 \ 북풍을 막는다 \ 녹두껍질을 보면서 비로소 깨친다 \ 어머니의 맷돌에서 \ 지금도 켜켜이 흐르고 있는 것 \ 물녹두 같은 것 \ 아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 ― 김종해, 「어머니의 맷돌」 전문 \ 이 한 편의 시는 김종해와 김종철 두 형제시인이 거쳐야 했던 유년기와 소년기의 삶이 얼마나 신산한 것이었던가를 미루어 짐작케 해준다. 어린 시절이었던 1940-50년대, 가장 궁핍했던 시대를 건너오면서 겪었던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스산했던 삶의 어려움을 한 폭의 풍속화처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는 이 시에서 ‘맷돌’은 힘주어 돌려야 겨우 돌아가는 삶 또는 견디기 어려운 무게로 압도해오는 삶 그 자체를 암시하고 있다. 소년 김종해가 “충무동 시장”에서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형과 누나와 동생과 함께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 빈대떡이 되기까지” 힘겹게 맷돌을 돌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고달픈 삶을 몸으로 견디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직 둥지 안의 새끼 새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어린 시인은 말한다. “우리들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오직 / 어머니의 맷돌일 뿐”이라고.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에 뒤덮인 채 ‘스스로’ 돌아가는 맷돌, 힘겹지만 스스로 돌기를 멈추지 않는 맷돌은 곧 어머니 자신인 동시에 그녀의 삶인 것이다. “녹두물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에, 아니, 녹두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에 자신의 몸과 삶을 맡긴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인은 “지금도 켜켜이 흐르고 있는 것 / 물녹두 같은 것”이 다름 아닌 “사랑”이었음을 당시에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리하여 깨달음이 때늦은 것임에 아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아아”라는 탄식을 이끈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때늦은 깨달음이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을 슬프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이 어머니를 여읜 후에 왔다면 이로 인한 슬픔은 정녕 감당키 어려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 \   \ \ 3. “엄마”, 세상에서 가장 짧은 아름다운 기도! \ \ 나는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 사십이 넘도록 엄마라고 불러 \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지만 \ 어머니는 싫지 않으신 듯 빙그레 웃으셨다 \ 오늘은 어머니 영정을 들여다보며 \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 \ 그래그래, 엄마 하면 밥 주고 \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고 \ 아아 엄마 하면 \ 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 아름다운 기도인 것을! \ ― 김종철, 「엄마 엄마 엄마」 전문 \ 위 시에서 시인 김종철은 “엄마”란 말이 “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 아름다운 기도”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러한 깨달음은 아직 어머니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행운아나 김종철 시인과 같이 어머니를 저세상에 보내고 애끓어 하는 모든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를 읽다 보면 그런 깨달음이 “엄마 하면 밥 주고 /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는 데 있다. 깨달음의 계기가 그러하다면, 이는 지나치게 유아적인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시의 묘미는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어 홀연 유아로 변신하는 시인을 짚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엄마”를 부르는 순간 시인은 이미 “사십”을 넘긴 어른이 아니다. 그는 다만 “엄마” 앞의 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 어린아이가 마음의 눈으로 본 어머니는 바로 “엄마 하면 밥 주고 /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는 그런 “엄마”인 것이다. “사십”을 넘긴 어른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인은 현실과 관념의 일방적 간섭과 방해를 뛰어넘어 ‘어린아이’가 된다. “엄마 하면 밥 주고 / 엄마 하면 업어 주고 씻겨 주고”라는 구절에서 시인은 이미 “엄마”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엄마”라는 그 신비로운 “부름”이다. 시인에게 “엄마”는 하나님의 ‘말씀’과 같다.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창세기 1장 3절)라는 성경의 구절이 암시하는 기적이 우리 인간에게도 가능하다면 그것은 바로 “엄마”라는 신비한 “부름” 때문이다. 그 부름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세계, ‘보기에 좋은’ 따뜻하고 아늑한 세계로 불현듯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아름다운 기도”임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라는 말은 단지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에게 푸근함과 부드러움, 따뜻함과 편안함만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즉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 아름다운 기도”이다. \ \   \ \ 4. 삶의 위안이자 시의 생명인 ‘어머니’ \ \ 부산 천마산 아래 초장동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 한밤에 잠이 깨어 옥수수밭에서 밤똥을 누는 아이 곁을 지켜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처럼, ‘어머니’는 우리들 모두에게 개별적이며 유일한 의미를 지니는 존재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자식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고, 삶의 온갖 고통과 절망을 이겨 나아가게 하는 분이다. 어머니는 어느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사랑과 희생의 초월적 표상으로 영원히 되살아나, 자식들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힘이 되고,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 꿈같고 동화 같은 세월,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 ‘어머니’를 불러보는 형제시인의 시집에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때늦은 후회가 점철 되어 있다. 이 같은 때늦은 깨달음은 세상의 모든 자식들을 슬프게 하고, 더욱이 어머니를 여읜 다음에 찾은 깨달음일 때는 “청개구리의 슬픔”처럼 정녕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 \ “어머니가 주신 하늘을 덮고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자라난” 두 형제시인이 오늘 “그 잇자국 선명한 사랑 하나”를 한 권의 시집 속에 옮겨놓은 것은 언젠가는 돌아가 다시 만날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에 대한 끊을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두 시인에게 ‘어머니’는 삶의 위안이자 시의 생명이 된다. \ \ 이 시집의 작품해설을 맡은 장경렬 교수는 “이 시집이 출간되면 나는 한 권 들고 한 마리 새가 되어 ‘기우뚱기우뚱’ 어머니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그러고는 날개를 접고 달려가, 어릴 때와 달리 이제는 내가 어머니를 안을 것이다. 문을 열고 나를 맞는 어머니를 힘껏 안을 것이다. 50여 년 전에 느꼈던 푸근함과 부드러움, 따뜻함과 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환한 웃음을 새삼 다시 맛보기 위해, 여전히 ‘엄마’를 부르면서 말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The Floating Island
이미 발표된 시들 중에서 몇몇 시를 엄선하여 영문으로 번역하여 출간한 영문시집
2009
못과 삶과 꿈
시월
김종철 시인 시선집 활판인쇄 특장본 출간! \ \ 김종철 시인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는 특장본 시선집 『못과 삶과 꿈』. 시인의 초기 대표작 「재봉」, 「바다 변주곡」에서부터 절정기인 최근에 펴낸 「못의 귀향」 중에서 시인이 직접 뽑은 100편의 대표시를 활판인쇄로 수록하였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저자가 직접 쓴 육필시를 담았다. \ \ 김종철 시인은 삶과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가톨릭시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인간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60~70년대 낭만적 꿈과 우울의 시편으로 요약되는 작품들과 '못'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삶과 실존적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 등을 수록했다. 예리한 상상력의 눈을 통해 본질적인 슬픔과 쓸쓸함을 노래한 시인의 삶의 진실과 사회적 아픔 그리고 역사적 고뇌가 섬세하게 펼쳐진다. \ \ 이번 시선집은 1,000부 한정판으로 찍은 것으로 조판에서부터 인쇄, 제본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공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인쇄용지는 전통한지를 접어 사용했으며, 북디자인은 정병규의 솜씨다. [특수양장/전통한지]
2013
못 박는 사람
시인생각
전쟁을 경험한 시인의 비통한 둔주곡과 구도적인 시적 모색 \ \ ‘못의 시인’으로 유명한 김종철 시인이 한국대표명시선100의 하나로 자신의 대표시 50편을 가려 엮었다. 베트남에 자원 참전한 병사만이 쓸 수 있는, 장시 ‘죽음의 둔주곡’을 비롯한 둔중한 울림을 주는 전쟁시가 1부에 담겨 있고, 2부에는 시인이 일생을 두고 추구하는 ‘못에 관한 명상’이 3부에는 어머니와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과 생활에서 얻는 깨달음 등이 실려 있다. 젊은 시절 전쟁을 겪은 후 가톨릭에 귀의한 시인의 구도적인 시적 모색 과정이 감동을 준다. \ \   \ \ 시인의 말 \ \ 두 번째 시선집이다 \ 어울리는 것들만 한자리에 모아보았다 \ 낯설기는 세월 탓이다. \ 평생 못 박으며 살았던 탓에 \ 그놈이 그놈이다. \ 시굿이나 벌여 액땜이나 해야겠다. \ \ 대수롭지 않게 \ \ 연대 수색중대의 긴급 작전에 \ 위생병 차출이 왔다 \ 우리 의무중대에서 \ 신병인 내가 일순위로 뽑혔다 \ 고참들은 위로했고 \ 그날 밤 맥주 파티를 열어주었다 \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유서를 쓰라고 했다 \ 작전 나갈 때는 누구나 준비하는 것이라고 \ 시킨 대로 손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 대수롭지 않게 봉투에 담고 \ 항해하며 틈틈이 쓴 미완성 \ 「죽음의 둔주곡」*도 함께 넣어두었다 \ 그날 밤 머리맡에 총신을 닦아놓고 \ 모로 돌아누워 자는 척했다 \ 아주 대수롭지 않게. \ \ *) 첫 시집 『서울의 유서』(1975)에 실린 연작시. \ \ 무두정無頭釘에 대하여 \ \ 무두정은 대가리가 없다 \ 박힌 몸이 돌출되지 않고 묻히므로 \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 그날 그렇게 목 잘려 순교했다 \ \ 이제 아무 대답 없는 통곡의 벽 \ 저마다 자신의 작은 절벽 틈에 \ 쪽지를 끼우고 \ 눈물 없이 울며 울며 울며 \ 끄덕이는데 \ 그렇구나 \ 너, 회임하지 못하는 유대인아 \ 그날 박고 또 박았던 배반의 대못 \ 그 못대가리 중 하나만이라도 \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나를 보았더라면 \ 요람에서 무덤까지 \ 대갈통 없는 무두정 꼴 되지 않았을걸!
2016
김종철 시전집
문학수첩
50년 가까운 시인의 창작 여정을 담아낸 단 한 권의 전집! \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까지 시를 놓지 않은 일촌 김종철 시인의 \ 강철처럼 강렬하고도 안개처럼 아련한 시의 향연 \ \ 살아서의 영광과 오욕은 모두 시를 욕되게 한다. 오로지 시인이 죽은 후에야 시가 온전히 세상에 남게 되는 것이다. 유골함이나 비석에 남겨진 이름 석 자만이 그 사람의 일생을 말해주듯이, 시인은 사라지고 시만 남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시인의 빈자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 박후기, 《시인수첩》 2014년 겨울호 \ \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후 2014년 7월 5일 작고할 때까지 꾸준히 시작 활동을 이어온 김종철 시인. 그를 기리는 《김종철 시전집》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집은 첫 시집 《서울의 유서》(1975)부터 《오이도》(1984), 《오늘이 그날이다》(1990), 《못에 관한 명상》(1992), The Floating Island(1999), 《등신불 시편》(2001), 《어머니, 우리 어머니》(2005), 《못의 귀향》(2009), 《못의 사회학》(2013),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2014)까지, 시인이 평생토록 이룬 시 세계를 집대성했다. 이 중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시인의 형인 김종해 시인과 같이 펴낸 시선집이고, The Floating Island는 이전에 발표한 작품을 영역하여 펴낸 시선집이다. \ \ 우리 주변에서는 드물게 보는 깊이로 엮은 생활의 신화 ― 신춘문예 심사평 \ \ 중학생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스물한 살에 등단하기까지 김종철 시인은 지역 백일장의 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신춘문예 당선작 [재봉]으로 “유현한 신화적 심상과 탐미적 언어로 직조한 독특한 상상 세계를 펼쳐내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그는 [죽음의 둔주곡]에는 “성스러움이 아닌 잔혹함”을 담는다. 제1시집 《서울의 유서》에 담긴 이러한 이질성의 공존은 김종철 시학이 “단성성單聲性이 끊임없이 복제된 세계가 아니라 여러 음색이 교차하면서 이루어진 복합적 시세계임”을 보여준다.(유성호, [경험적 구체성과 형이상학적 영성의 통합], 《문학사상》2014년 8월호) \ 현실 풍자와 비판 정신을 드러내는 작품이 다수 수록된 제1시집의 자서에 쓰인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을 초극하는 문제였고, ‘자기’를 뛰어넘는 사소한 문제였다. 나는 늘 이러한 문제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시인의 말은 시세계에 대한 고민을 오롯이 담아낸다. “여태까지 써 왔던 모든 작품들을 다 버리고 비워 내는 마음에서” 쓴 제2시집은 가족 이야기나 일상적 삽화 그리고 삶의 근원적 우수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시집으로, 베트남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비인간성과 그것이 안겨준 참혹한 상처를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며 고발정신을 형상화했다. 이숭원 교수는 “장시 형식이 시도되고 유장한 호흡 속에 대화가 삽입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벌인다”고 평했다. “시를 무겁지 않게 쓰는 법”이 열린 제3시집에서는 ‘오늘의 삶’에 대한 통찰이 깊다. 일상적인 생활의 세목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그늘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담긴다. 이숭원 교수는 이 시집에 “우화의 형식을 새롭게 시도한 시들이 담겨 있다. 우화에 바탕을 둔 시인의 상상력은 비장한 풍자나 절망의 토로에서 벗어나 그의 시에 유머의 화법과 희망의 사유를 안겨주었다”고 평했다. \ \ ‘못의 시인’ ‘못 전문 시인’ ‘철물점 시인’ 혹은 ‘못의 사제’ ‘못 시학의 대가’ \ \ 평자는 김종철 시인을 ‘못의 사제’라 할 수 있음은 “인간 개개인이 바로 못과 같은 존재임을, 또한 못 자국과도 같은 무수한 상처와 흔적을 보듬어 안은 채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진지하게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세상의 모든 못과 ‘못의 사제’], 《문학수첩》, 2009년 여름호)이라 진단한 바 있다. \ ― 장경렬,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시인의 의무], 《시인수첩》 2014년 봄호 \ \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인은 “‘못’을 주제로 한 연작에 집중하여 묵상과 자성의 시간을 보낸다. ‘못’과 관련해 시인을 따라다니는 무수한 별칭과 수식어. 왜 하필 못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며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시인은 제4집 《못에 관한 명상》을 시작으로 《등신불 시편》 《못의 귀향》에 이르기까지 못 연작시집을 펴냈다. 그 첫 번째 《못에 관한 명상》이 못의 시학을 열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시한 의미 있는 작품이라면, 두 번째 《등신불 시편》은 불교적인 색채와 ‘구멍의 시학’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전작에서 보여준 기독교적 세계관과 못의 시학과 대조된다. 하지만 이 두 시집은 오히려 하나의 짝을 이루어 조화의 시학을 성취했다는 점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세 번째 《못의 귀향》은 고향 회귀 또는 반본환원으로 못의 존재론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못의 사회학》에서는 그러한 존재론적 탐구와 못의 시학이 하나의 못의 관계학으로 발전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정신, 죄와 참회,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확대하고 심화한다”(김재홍 해설). \ \ 그는 인간 실존의 등가물로 ‘못’을 형상화하면서 집중적인 시적 천착을 시도하게 된다. 말하자면 삶이라는 것이 ‘못’을 박고, ‘못’에 박히고, ‘못’을 빼는 일의 심층적 반복이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중략) 시인이 ‘못’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사는 법’을 성찰하고 자신의 존재 형식을 궁구하며 나아가 가장 심원한 구원의 제의(祭儀)까지 상징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중략) 못의 존재론에서 못의 사회학 혹은 못의 관계론에까지 관심과 시각을 넓힘으로써 그의 시적 탐구는 존재론에서 사회학으로, 사물의 상징에서 신성의 경지로까지 줄곧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 ― 유종호, [호활한 웃음과 따뜻한 성정의 詩人] 《시인수첩》 2014년 겨울호 \ \ 십자가를 짊어진 시인의 일평생 대주제, ‘못의 시학’의 완성 \ \ 유고시집(제8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은, 둘째 딸의 힘을 빌려 작고하기 2주 전까지 미발표 시 한 편 한 편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시인은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시의 달’ 제정, 시인의 마을 조성, 남북시인대회 개최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시전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절두산 부활의 집] 같은 작품은 몸과 마음을 온전히 비워야 나올 수 있는 시다. 피안으로 떠나는 마지막 뱃고동이 울릴 때 이런 시를 읊조릴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시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축복에 예술가의 의지가 결합한 결과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 정끝별 교수의 말대로, 이 시전집에는 “그가 고스란히 통과해냈던 젊음과 가족과 시대와 역사의 음영이 배어 있다”(《시인수첩》 2014년 겨울호). 때로 고해성사에 가깝다가도 촌철살인의 풍자와 일갈이 그려지는가 하면, 일상의 어느 부분을 포착한 깊은 철학적 사유가 펼쳐진다. 김종철 시인의 시세계는 시편 하나하나가 그의 삶 자체이자 그가 살아온 시대이며 인류의 긴 역사에서 그의 시가 개인, 사회, 역사, 철학, 신성사의 층위를 변증법적으로 꿰뚫어냈음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 \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 [등신불] \ \ 등신불을 보았다 \ \ 살아서도 산 적 없고 \ \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 \ 그가 없는 빈 몸에 \ \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 \ 평생을 살다 간다 \ \ ― 본문 569쪽 \ \ 김종철 시인은 2014년 4월 22일 시인협회 회장 취임사에서 “한 줄의 시가 세상을 살립니다”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시를 널리 행복하게 나누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 취지를 이어받아 2016년 7월 1일 오후 5시 서울시민청 신관 지하 2층 태평홀에서 제2회 ‘김종철 시인과의 만남’ 행사가 열린다. 서울대 장경렬 교수가 ‘물의 이미지를 찾아서’란 주제로, 황치복 문학평론가가 ‘못으로 본 세계, 못으로 만든 우주’란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시혼을 담는 그릇’으로서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100년 가교 역할을 할 문예지 《시인수첩》의 제5회 신인상 시상식도 겸한다. \ \ 김종철도 죽는구나! 마지막 김 시인이 쓴 시들은 마음이 아파 읽을 수가 없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쓴 시들이 아주 많다. 나는 그 시들을 지금도 읽을 수가 없다. (중략) 죽는다는 마지막 결의를 품고 그는 아마도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했을 것이다. 어디서나 큰 소리로 분위기를 살리는 김종철 시인에 대해 누구나 그런 소리를 한다. 절대로 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 어디선가 소리를 높이 치켜들고 나타날 것 같은 사람이라고… \ ― 신달자, 《시인수첩》 201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