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과 순수문학 다시 읽기

강정구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 ISBN 9788983927309

사양 153x225 · 264쪽 | 가격 15,000원

시리즈 현대문학총서 15 | 분야 인문/사회

책소개

이데올로기의 프리즘을 통해 본

한국 현대 ‘순수문학의 뿌리’

황순원과 그의 작품들

 

황순원의 소설에서 순수 관념이라는 내부성은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따라서 형성되고 채워지는 특성이 있다. 이 책은 한국문학에서 논쟁되는 순수/비순수의 이분법적인 인식과 차별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순수 관념의 구조를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적 관념 또는 물 자체에 두지 않고 동시대의 사회 속에서 검토·성찰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논의는 황순원을 비롯한 순수문학계의 주요 문인과 그 작품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문학의 순수문학은 순수하고 절대적인 미적 열정의 발현으로 이해되어온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순수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출현·전개된 1930∼1940년대 시대·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세밀하게 검토하면 상당히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민족주의적·권력대응적이며, 다양한 순수 관념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다층적인 것임이 확인된다. 이 저서는 이러한 순 수문학의 이면을 황순원의 문학을 통해 검토했다.

이 저서는 황순원의 1930∼40년대 문학에서 순수 관념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 나타난 이데올로기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Ⅰ부에서는 주로 황순원의 1930∼40년대 문학적인 순수 관념을 사적(史的)으로 검토했다. Ⅱ부는 1930년대 초반 동요·동시와 두 권의 시집을, 그리고 Ⅲ부는 식민지기·해방기·국가 수립기에 발표된 소설들을 살펴본 구체적인 작품론이다._〈머리말〉에서

 

 

20세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순원을 통해 본 순수문학!

 

황순원은 명실 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로 소박한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을 쓸어내리고 있다. 특히 아련한 첫사랑으로 가슴 시리게 하는 단편소설 〈소나기〉는 그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감동으로 자리매김하며 한국문학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다.

 

순수문학은 문학이 현실 참여나 정치적 개입을 배격하고 문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말한다. 따라서 예술지상주의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문학의 순수문학은 순수하고 절대적인 미적 열정의 발현으로 이해되어온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 순수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출현·전개된 1930~40년대 시대와 사회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검토하면 상당히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민족주의적·권력대응적인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순수문학의 이면을 황순원의 문학을 통해 검토했다.

 

황순원의 문학이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순수문학의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학계의 많은 논의와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작 문학적 순수가 언제부터 나타났고 그 특성이 무엇이냐 하는 점은 거의 언급이 없었다. 따라서 이 책은 1915년생 황순원이 1937년 7월 소설 〈거리의 부사〉를 《창작》에 게재하기 이전에 이미 1931~36년 사이에 동요·동시 48편과 시집 《방가》와 《골동품》을 발표·출간한 시인이라는 점에서 순수성에 대한 논의시기를 이때부터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의 발표시기로 살펴본 황순원 작품의 변천사

 

순수문학의 순수라는 용어는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에 일체의 현실적인 연관으로부터 해방된 정신세계 혹은 세상에 대한 판단중지를 뜻하는 관념이다. 하지만 실제 삶의 현실에서는 1930년대의 시문학파가 보여주듯이 계몽주의·계급주의를 반대하고 미(美)에 대한 열정을 중시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순수 관념은 일체의 이데올로기를 반대하고 넘어서면서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탈(脫)이데올로기의 역설’을 지닌다.

 

《황순원의 순수문학 다시 읽기》는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황순원의 1930~40년대 문학에서 순수 관념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 나타난 이데올로기를 살펴본 책이다.

 

1부에서는 황순원의 문학적인 순수 관념이 1930년대 시문학파의 경향에서 기원하며 이후 현실을 바라보고 구성하는 하나의 환상프레임으로 형성됐고, 1930~40년대 시대·계급·현실 등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따라 상동구조적으로 드러나고 다양하게 변화되었으며, 해방기에서 김동리의 문학적인 순수 관념과 서로 경쟁하는 다층적인 성격을 지녔음을 밝혔다.

 

2부에서는 황순원의 문학적인 순수 관념이 동요·동시에서 일체의 현실적인 연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지향을 지니면서도 현실을 해체·재구성하는 역설적인 태도로 나타났고, 《방가》에서 월트 휘트먼의 문학사상에 나름대로 영향을 받아 존재의 본성 탐구로 표출됐으며, 《골동품》에서 ‘순수=동심’의 논리로 드러났음을 분석했다.

 

3부에서는 황순원의 문학적인 순수 관념이 식민지 시기 발표 소설에서 민중계급과 구별된 부르주아(상층계급)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해방 이후 발표 소설에서 남한 사회로 월남한 중상층 월남인의 좌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대응 양상에서 드러났으며, 국가 건립 직후의 발표 소설에서는 ‘좌익’을 감시·통제하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 좌익이 아니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자기감시를 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표출된 것임을 증명했다.

 

이런 결론에는 황순원이라는 무게 추를 놓고서 한국문학의 순수문학이 지닌 이데올로기를 다시 읽기 하고, 나아가서 순수/참여로 표상되는 이분법적인 인식을 다시 저울질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 평안도 부르주아 출신인 황순원은 1946년 5월 북한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종교·문학·생존의 위협·불안을 느끼고 월남했다. 어쩌면 황순원의 순수는 이런 부르주아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 철저히 떨어져 있어야 했던 당시 상황도 한몫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혀야 했던 황순원이 순수문학을 선택한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황순원의 문학 속에 담긴 더 심오한 행간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1930년대의 황순원 동요·동시 48편에 영향을 받은 작품집으로써 시집 《방가》와 《골동품》을 재해석할 때에, 그가 일생 동안 보여준 순수문학이 기원하고 형성되는 지점과 그 논리가 잘 파악됐다. 이러한 검토는 황순원 순수문학의 기원과 형성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작가론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구사에서 1930년대의 황순원 시에 대해서는 서정주의적인 요소와 함께 민족주의·사회주의·아나키즘적인 면모가 강조됐다. 여기서는 황순원 순수문학의 기원을 그의 동요·동시 48편 중 일부 작품으로 본 뒤에 그 동요·동시의 영향으로 시집 《방가》와 《골동품》에서 그의 순수문학이 형성됐음을 검토했다. _30~31, <1930년대의 황순원 동요·동시와 그 영향>에서

 

황순원의 초기 문학에 나타난 순수는 일체의 현실적인 연관에서 해방된다는 관념을 비교적 일관되게 지니면서도, 동시대의 시문학파와 월트 휘트먼의 영향과 동요·동시의 창작 배경으로 인해서 다양성을 보여줬다. 황순원의 초기 문학에 나타난 순수성은, 그의 순수문학 기원과 그 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인 의의와 가치가 있다. _50, <1930년대 황순원의 초기 시에 나타난 순수성 고찰>에서

 

황순원의 해방 직후 발표 소설 중 〈아버지〉와 〈황소들〉은 조선문학가동맹 좌파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강하게 혹은 약하게 받은 작품으로 기존의 연구사에서 언급해왔지만, 이런 언급에서는 좌파 이데올로기라는 잣대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인물의 의지를 직접 재단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인물의 의지를 중심으로 소설 속의 좌파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면 해석의 방식이 달라진다. 쉽게 말해서 얼마나 좌파 이데올로기를 구현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새로운 핵심이 되는 것이다. _61, <황순원의 초기 소설에 나타난 순수성 재고>에서

 

순수문학은 그것을 주창하는 문인의 대부분이 사회주의·좌익 이데올로기를 비판·부정하는 반계급적인 태도를 지니는데, 해방 직후 황순원 문학 속의 반계급성은 문협 주도 세력이 보여준 것과 그 성격이 다르다. 반계급성은 문협 주도 세력의 문학에서 우익적·보수적인 민족문학 혹은 순수문학을 구성하는 이분법적·상극적인 개념인데 반해서, 황순원의 단편소설집 《목넘이마을의 개》에서는 해방 직후의 남한 사회에 적응하면서 사회주의·좌익과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자기 증명의 한 양상이 된다. _83, <해방기에 나타난 문학적인 순수 관념의 다층성>에서

 

황순원의 동요・동시에 나타난 순수성은 일기나 계절의 변화를 다룬 자연현상 소재의 작품 12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에는 식민지 민중의 혹독한 삶이나 계급모순에 의한 고통을 겪는 인간 대신에 존재의 힘을 가진 자연현상이라는 세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 세계가 현실과 일체의 연관이 없는 미와 열정의 대상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힘이 강하고 그 힘을 발산하는 성향의 존재로 형상화된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_109, <1930년대 초반의 황순원 동요·동시에 나타난 순수 관념의 특성>에서

 

 

1930년대 초중반의 탈계급주의 경향은 황순원이 창작을 시작할 때에 일종의 배경이 된다. 이 점에서 1930년대 초중반의 황순원이 이런 경향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문학적 특성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16세의 청소년이 1931년에 습작에 가까운 창작을 할 때에 동시대의 주요 경향을 일탈·위반하는 특이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극히 힘든 일이었음을 전제한 것이다. _123, <황순원 시집 방가의 재탐색>에서

 

시집 《골동품》은 시집 속의 설명과 판권에 따르면 황순원이 그의 일본 유학 시절인 1935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창작한 시 22편을 묶어서 이듬해인 1936년 인쇄소 삼문사에서 발행한 책이다. 시집 첫 페이지에는 “나는 다른 하나의 실험관이다.”라는 다소 도전적·실험적인 문구가 있어서 그 이전 시집 《방가》,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작품집과 차별성을 지니려는 노력을 짐작게 한다. _139, <황순원 시집 골동품의 동시적(童詩的)인 특성>에서

 

황순원의 식민지 시기 발표 소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인간의 보편성인 순수·서정·모성·동심 등이 강조된 초역사적·초사회적인 논의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역사적·사회적인 맥락을 따져보면 직업·취미, 가문의 분위기, 연애·결혼 등 당대 상층계급의 일상적인 문화를 세밀하게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_178~179, <황순원의 식민지 시기 소설 속의 상층계급과 그 문화>에서

 

해방 이후의 황순원 소설에서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주요 우익 집단의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이 전재민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은 전재민을 바라보는 현실을 구조화하는 무의식적인 것이고, 전재민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전재민이 남한 사회를 산다는 것은 이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된다. 전재민은 주요 우익 집단이 보여준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_199, <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에 나타난 좌우 이데올로기 대응>에서

 

국가 건립 직후에 엿보이는 황순원 소설의 변화는, 이승만 정부가 만 든 ‘좌익’이라는 정치이데올로기 규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밀접하게 대응된다. ‘좌익’이 되어서 국민보도연맹에 가맹된다는 것은, 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것이자 신체의 자유와 생사 여부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서 황순원은 자신이 좌익이 아님을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자기감시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국가 건립 직후의 발표 소설에서 나타난 시·공간적 배경의 변화는 이러한 자기감시와 관련된다. _209, <‘좌익이라는 낙인, 순수라는 수의(囚衣)>에서

 

황순원의 〈별〉이 출간된 1940년 전후의 다른 소설을 참조할 때에, 순수한 아동에 대한 서술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아동의 모습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확인된다. 본래 아동은 비록 어린 나이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가족과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는 현실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별〉 속의 아동 역시 작품 속의 현실에서 가족·사회에 속한 존재이겠지만, 작가 황순원은 이러한 존재를 오로지 죽은 어머니가 아름답다는 그의 믿음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는 자로 재현한다. _232, <황순원 초기 소설 속의 순수한 아동 표상>에서

목차

■ 차례

머리말 06

1부 순수라는 이데올로기와 그 다층성
1930년대의 황순원 동요·동시와 그 영향
순수문학의 기원과 형성을 중심으로 • 12
1930년대 황순원의 초기 시에 나타난 순수성 고찰 • 33
황순원의 초기 소설에 나타난 순수성 재고 • 51
해방기에 나타난 문학적인 순수 관념의 다층성 • 72

2부 1930년대 초중반 문학적 순수 관념의 형성: 동요·동시에서 시로
1930년대 초반의 황순원 동요·동시에 나타난 순수 관념의 특성• 96
황순원 시집 《방가》의 재탐색 • 116
황순원 시집 《골동품》의 동시적(童詩的)인 특성 • 137

3부 1937년 이후 문학적 순수 관념의 전개: 시에서 소설로
황순원의 식민지 시기 소설 속의 상층계급과 그 문화 • 158
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에 나타난 좌우 이데올로기 대응 •181
‘좌익’이라는 낙인, 순수라는 수의(囚衣)
국가 건립 직후의 황순원 발표 소설을 중심으로 • 203
황순원 초기 소설 속의 순수한 아동 표상 • 227

참고문헌 248
부록 260

작가

강정구 지음

춘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문 학박사)을 졸업했다. 평론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차창룡의 시세계〉와 시 〈경마공원〉을 발표하면서 평론과 시작 활동을 시작했다. 편운문학상 평론 부분 본상을 수상했다. 주요 논 저로 〈신경림 시의 서사성 연구〉, 《문학과 서정의 이면》, 《신 경림과 민족문학 다시 읽기》, 《한국근현대문학의 민족 표상》, 《다문화시대의 민족문학》, 《산란하는 현실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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