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파파약사)

대학병원에서 야간당직약사로 일하면서 처음, 약을 짓는 사람이 됐다. 병원 약제부에서 처방전만 보면서 근무하다 소아과 개인병원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옮겼고, 직접 손님들에게 약을 건네기 시작했다. 울면서 떼쓰는 아이들 속에서 진땀을 흘리고, 가루약 흩날리는 조제실에서 안구건조증을 달고 살면서, 다시는 소아과처방을 받는 약국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결국 소아과병원 근처에 약국을 개국한 지 10년을 앞둔 약국장이 됐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제는 아빠의 마음으로 약을 건네고, 같은 부모의 시선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가끔은 당황하며, 어떨 때는 상처도 받지만, 그런데도 나를 찾아오는 이들과 그들이 데려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약을 짓다가 지칠 때는 글을 짓고, 글을 짓다가 막힐 때는 다시 약을 지으면서, 처방전에는 없지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김정호(파파약사)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