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 데 루카 Erri de luca

1950년 나폴리에서 태어나 18세에 로마로 이주하여 기계공, 트럭운전사, 미장이로 일했다. 유고 전쟁 당시 보급단의 운전기사로도 활동했다. 1989년 40세의 나이에 20세에 쓴 소설 《지금, 여기서는 아닌》을 출간했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자 등반가이고, 이탈리아의 주요 일간지 《레푸블리카》의 고문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페트라르카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작가’ 에리 데 루카를 수식하는 끝도 없는 찬사들 중 그의 문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말의 고고학자’라는 표현이다. 저명한 성서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성서의 언어가 가진 원래 의미들을 찾아내 성서 속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새로운 규모와 깊이로 재조명해낸다. 단어 하나하나에 지극한 정성을 쏟아붓는 이 작가의 글들을 읽노라면 화초를 키우듯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가꾸면서 시들어버린 단어 하나하나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정성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에리 데 루카는 나폴리 출신의 숭고함을 추구하는 작가다. 아름다운 항구도시로만 알려진 나폴리가 오랫동안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바로 그 시절을 겪어낸 데 루카는 그 자신의 어린 시절을 성장소설에 담아낸다. 때문에 우리는 데 루카의 글을 통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통감하게 된다. 그가 독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분명 잃어버린 순수함이 아니라 되돌아보기라는 뼈아픈, 하지만 지독히도 아름다운 경험이다.

가톨릭 문화의 본산지인 이탈리아에서 성서번역가로 활동하며 ‘뿌리를 찾는 작가’로 칭송받는 데 루카는 매일 오전 한 시간씩 히브리 성경을 읽는다. 주요 작품으로 프랑스 <페미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라파니엘로의 날개》를 비롯해 《식초와 무지개》 《1의 반대말》 《예수의 마지막 소식》이 있고, 히브리어 성경 번역서로 《전도서》 《룻기》 《노아 일대기》 《삼손의 일대기》 《요나》가 있다.

에리 데 루카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