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5년 첫 시집을 낸 이희숙 시인이 9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이다. 인생론적이면서 존재론적인 지향성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시를 쓴다는 일이 이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 대안임을 강조한 이번 시집 <고호 가는 길>에는 ‘돌아올 수 있는 다리’, ‘어머니’, ‘갈대’, ‘지하철, 어시장에서’, ‘그 날이 오면’ 등 6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모천(母川)회귀와 자아성찰
우선 이번 시집에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서의 고향 모티프가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고향 모티프에서 비롯된 현실인식은 분단의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과 결합되어 비극성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러나 실상 시집 제목 ‘고호 가는 길’이 시 ‘돌아올 수 있는 다리’의 부제라는 점과 연관시켜 보더라도 이러한 비관적 현실인식은 보다 근원적 화해를 바라면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적 땅으로서 통일된 고향을 그리고 있다.
이 고향 모티프와 함께 드러나는 것은 모천회귀로서 부모와 자식, 손자 등 가족사적 그리움과 사랑의 정감이 관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와 손자손녀들의 대조적인 생명현상과 그 모습 속에서 인간사의 소멸과 생성,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의 원리가 시 편편마다 녹아들고 있어 시집의 인생론적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희숙 시집을 관류하는 또 다른 특징은 자아에 대한 탐구와 함께 삶에 대한 존재론적인 성찰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성찰을 통해 세계의 자아화, 자아의 내면화를 추구하고 있어 서정시의 본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현실의 참담한 모습 또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등 폭력의 시대, 위험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비극성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에는 한 인간존재로서의 한계성과 무력성을 기독교적 신앙심을 통해 구원받고자 사는 종교적 신념과 갈망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종교적 구원과 예술적 구원은 이희숙의 삶과 시가 지향하는 지향적 궁극적 목표이자 이데아인 것이다.
I. 시간의 섬II. 무면허 내 인생III. 허공으로 난 길IV. 별의 감옥V. 빈 들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