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미스터 리

권리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7년 5월 21일 | ISBN 9788983922441

사양 354쪽 | 가격 9,800원

분야 국내소설

수상/선정 우수문학도서(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7년 문학)

책소개

‘미스터 리’와 함께 권리가 돌아왔다

『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눈부시게 등장한 권리가

3년 만에 장편소설 『왼손잡이 미스터 리』를 들고 우리 곁에 나타났다!

 

화가를 꿈꿨으나 미술학원에서 손등을 그리라고 했는데 손바닥을 그렸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고 때려치운 소녀,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도 “내 소설이 붕어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문창과 대신 사회학과를 지망한 소녀, 문학회에 가입할까 하다가 담배 연기 자욱한 동아리방에서 ‘후까시’만 잡는 선배들이 싫어 그만뒀다는 대학생, 25살에 화려하게 등단했지만 언제나 변방에 남고 싶다고 말했던 작가, 권리가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2004년 『싸이코가 뜬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후, 단편 소설이 주류 행세를 하는 문단의 변방에서 칩거하며 완성한 소설이 바로 『왼손잡이 미스터 리』이다.

탈북자 ‘미스터 리’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왼손잡이 소년 미로를 내세워 편향과 모순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꼬집는다. 권리 특유의 유쾌 발랄 신랄한 문장을 구사하며 뒤죽박죽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의 타래를 풀어 간다.

언뜻 보면 추리소설 같기도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니고, 우주선도 등장하니 SF 같기도 하지만 SF도 아니며, 분단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러내 놓고 통일을 꿈꾸는 것도 아닌, 좌․우 남․북 동․서 질서․무질서가 혼재돼 뒤엉킨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랄한 입담으로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대략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한 ‘미아장’이란 여관에는 왼손잡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할아버지 우익을 시작으로 중졸 학력의 아들 민호와 대학원까지 나온 며느리 은유, 그리고 손자 미로와 손녀 미아가 살고 있다. 미로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한 끝에 오른손잡이로 ‘전향’을 했지만, 미아는 누가 뭐라든 꿋꿋하게 왼손을 쓴다.

우리네 일상사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들 가족 앞에 어느 날 ‘미스터 리’라는 ‘미스터리’한 남자가 나타났다가 돌연 사라지고, 이어 신문기자 이준이 나타나 그를 기묘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하며 행적을 쫓는다. 이준의 이야기가 하나의 가지를 이루며 현실을 쫓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 리와 미로는 꿈의 세계, 현실이 반영됐으나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거울 같은 세계 속에서 조우한다. 모든 것이 반대로 되어 있는, 이를테면 왼손잡이들의 세계인 그곳에서 이들은 더 이상 소외나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왼손잡이들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른손잡이는 경멸을 받는다. 그러나 미스터 리와 미로는 이 환상세계에서조차 구원받을 수 없다. 현실과 완전히 반대인 이런 세상은 또 하나의 편향된 현실일 뿐이므로. 이쯤에서 작가는 말한다. ‘왼손잡이라고 해서 오른손잡이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권리는 한국 소설계, 비평계의 답보와 정체와 한눈팔기를 청산하도록 해 줄만 한 신성이다”라는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말처럼, 권리는 새롭다. 물론, 이제는 ‘새롭다’는 말조차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새로운 시도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권리는 특별하다. 그녀의 소설은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그 형식은 저항이 아니라 환멸이다. 권리는 진지함을 쿨하게 드러내는 언어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80년대를 겪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진보가 있었나 회의가 들어요.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사회 참여는 당위죠. 하지만 고지식한 불나방은 싫어요. 지금 세대는 쿨하고, 너무 진지한 것은 놀림감이 되기 쉽죠. 부시를 보세요. 너무 진지해서 우습잖아요.” 라고.

해설을 쓴 평론가 방민호는 『왼손잡이 미스터 리』의 두 주인공인 미스터 리와 미로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게임 속에서 만나 사랑하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삶이 서로를 비추는 것, 그 거울 같은 대조와 병치와 몽타주가 이 소설의 핵심적인 창작 비법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말로 비속한 현실의 조인트를 기분 좋게 걷어차고 있는 권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한국인들은 자유와 인권이 흘러넘치는 세상이 된 것 같은 환상 속을 유영해 왔다. (……) 날마다 증폭되어 가는 물질적 성장의 부피만큼 어디선가 고통의 질량이 증가하리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잖은가? 오른손을 잃어버린 왼손잡이 미스터 리가 우리의 비속한 의식체계를 들여다보고 있잖은가? 질서와 상식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하지는 않았는가? 이 두꺼운 맹목은 우리조차 파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악덕인 것을.

끝없는 모순으로 뒤범벅된,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가는 끝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을 건다. 질서와 상식이 지배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권리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권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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