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유성호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8년 4월 30일 | ISBN 9788983922724

사양 440쪽 | 가격 15,000원

시리즈 현대문학총서 8 | 분야 인문/사회, 비소설

수상/선정 우수문학도서(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8년 3분기 평론)

책소개

서정의 원리에 대한 탐색과 비평적 실천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다섯 번째 평론집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문학수첩, 2008)은 최근 평단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었던 ‘서정’의 원리와 실현 양상에 대해 저자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표현해온 글들을 모은 집중도 높은 평론집이다. 형이상학과 정전의 급속한 와해를 현실화하면서 다가오는 온갖 종언주의(endism)에 몸을 맡기지 않고, 과장된 비관이나 해체를 지향하지 않으면서, 희미하고 모호하고 복합적인 꿈과 욕망의 역학에 대해 깊이 사유해온 저자의 비평적 견해가 집약되어 있다.

저자 유성호는 우리 평단에서, 서정과 리얼리즘의 상보적 관계에 대해 탐색하고 그 결과를 실천 비평에 역동적으로 적용하여 텍스트의 미세한 결들을 읽고 해석해왔다. 그는 그동안 대산창작기금,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저자는 서정시가 항구적 심미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구체적 경험으로부터 분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구체적 경험을 기초로 하면서 이를 상상적으로 초월하는 형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본다. 동시에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자신의 풍요로운 존재론을 구현하는 서정시는, 속도전의 무모함과 자기 소모적 열정으로부터 원초적인 감각과 인지 능력을 동시에 복원시키며, 빛나는 순간의 상상적 탈환을 통해 존재의 가장 본원적이고 궁극적인 형식을 사유하게끔 한다. 이처럼 현상과 본질, 구체성과 보편성, 사물과 내면, 현실과 꿈의 상상적 접면(interface)을 밝은 눈으로 발견하고 표현하고 사유하는 시인들을 일러, 우리에게 삶과 언어의 복합성과 역동성과 신비로움을 내밀하고도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언어의 사제임을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비교적 일관된 비평적 준거를 가지고 쓰인 글들을 담았다.

 

1부에서는 이른바 주제론적 글쓰기를 모았는데, 서정의 원리에 관련하여 최근 우리 시단의 성과에 대한 해석과 평가 그리고 제언을 담았다. ‘서정’이 역사적 개념임을 전제함으로써, 서정의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해석과 표현 기능을 확충해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리를 ‘기억’으로 보고, 그 기억이 고고학자의 시선처럼 현재의 지층 속에 화석의 형식으로나 있을 법한 오래된 질서들을 발견하고 재현하는 어떤 힘임을 살펴보았다. 이 힘을 통해 우리는, 형이상학적 중심의 부재로 특징지어지는 우리 시대의 척박함과 가벼움을 극복해가는 시적 기율과 비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1960년대에 등단하여 이제는 한국 시단의 원로 및 중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에 대한 천착의 결과를 실었다. 허영자, 김종해, 유안진, 김종철, 신달자, 문정희, 이시영 시인이 그들이다. 이는 이미 시력(詩歷) 40년을 훌쩍 넘은 우리 시단의 대표적 중진들을 포괄하는 목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시편은 한결같이 천상과 지상,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의 격절(隔絶)과 그것을 통합하는 커다란 스케일의 상상력에서 완성된다. 또한 이들의 시편은 아스라한 그리움의 형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각별한 미적 경험을 표현한다. 이러한 시간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어떤 궁극적 차원에 대한 사유와 탐색의 과정을 치열하게 보여주는 시사적 실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3부에서는 1970~80년대에 등단하여 현재 한국 시단의 중견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세계를 탐색하였다. 그 목록은 김승희, 최동호, 황지우, 김정환, 도종환, 이재무, 고재종 시인이다. 서정과 인식, 감각과 정신, 기억과 비전을 오가면서 풍요로운 목소리를 일구어온 시인군(群)이라고 할 것이다. 이들의 시편을 통해 우리는 우리 시가 지나치게 연성(軟性)·내성(內省) 편향으로 흐르지 않고, 현실 감각이나 높은 정신의 경지를 욕망하는 형식임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시의 기능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지게 된다. 최근 들어 현저하게 줄어든 시와 구체적인 삶 사이의 미학적 긴장을 회복할 수 있는 시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4부에서는 1990년대 이후 등단하여 지금 절정의 시편들을 써가고 있는 시인들의 시세계를 탐색하였다. 엄원태, 복효근, 반칠환, 송종찬, 문태준, 박종국, 유홍준 시인이 그들이다. 대부분 서정의 본령을 충실히 지켜가는 중견의 언어들이다. 이들은 지난날의 구체적 경험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그 경험을 표현하는 선명한 감각을 통해 깊은 시적 자의식(自意識)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억이 퇴행적이고 자족적인 복고적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감각을 풍요롭게 재구성하는 움직이는 운동 형식임을 증언한다. 물론 기억은 동일성의 감각에 의해 발원되고 구축되는 시적 언어의 편재적(遍在的) 원리이기는 하지만, 이들에 이르러 그것은 사물의 이면에 존재하는 오랜 시간의 파동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시의 본원적 충동임이 남김없이 밝혀진다.

 

결국 이 책은 이러한 시의 미학적 기능과 위의(威儀)에 대한 믿음을, 구체적인 시적 사례들을 통해 살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목차

[제1부] 

013·서정의 옹호

031·존재의 깊이를 경험케 하는 서정의 다양한 몫

051·서정과 리얼리즘

061·분화와 통합, 내적 결속과 외적 확산의 이중주

       – 젊은 시인들의 언어적 지형

082·질병, 시적 존재의 어둑한 거처

094·생에 대한 심미적 관조가 머무는 곳

       -‘역(驛)’의 상상력

[제2부]

107·어머니의 휠체어 – 허영자의 신작시

119·천상에서 굽어보는 지상의 빛 – 김종해의 신작시

133·‘시’를 통해 가 닿는 존재의 궁극 – 유안진론

154·따뜻한 감성과 지적 치열성의 결속 – 김종철론

174·‘격정과 상처’에서 ‘사랑과 치유’로

       – 신달자의 시세계

190·‘시’라는 언어적 육체로의 귀환 – 문정희론

204·서술성과 서정성의 결속을 통한 구체성의 시학

       – 이시영론

[제3부]

221·다성악으로 울리는 야성의 상상력

       – 김승희 시집 『냄비는 둥둥』

235·자기 표현을 넘어서는 ‘시’의 정신적 차원-최동호론

250·현실 초월 의지에서 ‘다른 생’의 욕망으로 – 황지우론

271·미학과 정치의 통합을 통한 시적 ‘당대(當代)’의 구현

       – 김정환론

288·고요로 짠 ‘시간의 그물’

       – 도종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296·동일성의 ‘기억’에서 타자성의 ‘유목’에 이르기까지

       – 이재무론

312·사물의 파동을 바라보는 격정과 친화의 시선

       – 고재종 시집 『쪽빛 문장』

[제4부]

327·타자들을 통해 ‘진정한 현존’에 이르는 길

       – 엄원태의 근작들

346·서정의 심화를 통한 근원적 생의 형식 탐구

       – 복효근 시집 『목련꽃 브라자』

366·기억의 원리로서의 서정 – 반칠환 시집 『누나야』

374·생의 저지대를 응시하는 낮은 목소리

       – 송종찬 시집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389·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 문태준의 신작시

401·색깔의 연금술 – 박종국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

419·‘죽음’의 흔적으로 바라본 생의 형식들

       – 유홍준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작가

유성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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