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가슴에 쏟아진 황홀한 눈빛이었다오”
붉고 단단한 보석처럼 형형하는 루미의 신비스러운 밀어(密語)들
페르시아 문학의 신비파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시성(詩聖)’이라고 불린 메브라나 루미의 시집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유네스코에서 루미의 탄생 800주년을 기념해 2007년을 ‘세계 루미의 해’로 선포할 만큼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루미는 자신의 시를 통해 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세계의 신비로움, 대상에 대해 샘솟는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말들은 입을 통해 귀로 전해지는, 일상적인 대화나 소통의 언어가 아니다.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글자의 껍질을 깨야 하느니
머리카락은 사랑스럽게 보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가리도다
엄격한 형식 속에서 언어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루미의 시는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시인이 축조해 놓은 단단한 언어의 외벽을 만지는 데만 그친다면, 루미의 시가 지닌 진정한 미(美)를 만끽하기란 어렵다. 마치 “글자의 껍질”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듯, 사랑스러운 “머리카락”이 오히려 “아름다운 얼굴”을 가려 버리듯 말이다. 그의 시는 언어라는 테두리를 넘어 더 깊은 내면으로 손을 뻗어야만 가까스로 손끝에 스치는 진리의 옷자락이다.
오라, 우리 서로
영혼으로 이야기하자
눈과 귀로는 비밀인 일들을
우리 서로 이와 입술이 없는
정원의 장미들처럼 미소 짓자
혀와 입술이 없는
생각으로만 이야기하자
신의 지혜처럼 우리의 입을 열지 말고
끝까지 세상의 비밀을 말하자
입술과 혀로 전해지는 흔한 소문들과 달리 신비한 진리는 “입을 열지” 않고 눈빛을 통해야만 전달될 수 있는 “세상의 비밀”이다. 행동이 인식을 앞지를 수는 없듯, 루미의 언어는 눈과 귀를 말들에 가져다 대기 전 이미 마음을 넘어 불식간에 옆자리에 들어차는 언어이다. 이렇듯 피상적인 세계의 단면을 언어로 포착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진리의 일면을 시 속에 오목새김 하고는 영혼으로 속삭이듯, “세상의 비밀”을 읊조리는 루미의 시는 아마 신의 언어에 가장 가깝게 쓰인 인간의 말일 것이다.
시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번역이 너무 좋은 것 같은데 어떤 책의 영문원본을 참고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출처를 알고 싶습니다.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