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 반의 진땀 나는 야구세계

흥미진진한 야구경기를 중계하듯 위트 넘치는 필치로 전하는 캐스터의 리얼 라이프

“야구 중계를 위해서라면 어디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고, 뭐든지 합니다!”

투수전만큼 쫄깃하고 타격전만큼 뜨거운 야구 중계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16년 동안 KBO 프로야구 중계를 전담하며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아온 한명재 캐스터의 에세이가 출간된다. 안정감 있으면서도 시원한 샤우팅과 기억에 오래 남을 인상적인 멘트로 ‘대한민국 NO.1 야구 캐스터’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평탄하고 무사하게 중계방송을 치른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에는 방송에서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던 스포츠 캐스터의 흥미진진한 일거수일투족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야구 전문 캐스터의 시즌은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로 이동하기 이전에 이미 시작된다. 각 팀 선수들의 지난 시즌 성적, 통산 성적과 올해 달성 가능한 기록, 신인 선수들의 정보 등을 미리 정리해 두고 스프링캠프 취재의 콘셉트를 잡는다. 보통 14박 15일의 출장은 대여하는 SUV 차량에 탈 수 있는 인원에 맞춰질 만큼 소수 정예다. 캐스터, 해설위원, 프로듀서, 카메라맨, 아나운서(리포터) 등이 팀을 이루지만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는 각자가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때론 통역요원, 운전기사 등 업무의 경계를 구분할 여유 없이 일당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신없는 출장을 마치고 나면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이 펼쳐지고 캐스터의 일상도 본격적인 출장길로 나선다. 금요일에 다음 주 중계방송 일정이 결정되면 중계할 구장이 수도권인지 지방인지를 확인하고, 3연전 마지막 날 서울에 있는 집으로 ‘귀가’가 가능한지 가늠해 본다. 매번 고속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를 찾아가 낯선 잠자리에 들고,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에 야구장에 출근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만나 취재한다. 방송 시간에 쫓겨 자료와 정보를 정리하고, 중계방송이 끝나고 나면 방송 스태프들과 늦은 저녁으로 쫄쫄 굶은 배를 채운다. 한밤의 회식자리 또한 결국엔 야구와 방송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숙소로 돌아와 재방송되는 야구 중계를 티브이로 보다가 잠이 든다. 정규시즌을 거쳐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캐스터의 고단한 일상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그 와중에 뜻하지 않은 말실수는 모든 언행을 온전하게 영상으로 담아둘 수 있는 시대에 ‘흑역사’로 남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말 한마디는 편파 방송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밥벌이’라는 목적만으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없고, 야구와 방송에 반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직업이 바로 ‘스포츠 캐스터’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상을 무겁고 진중한 단어가 아닌, 마치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되는 야구 경기를 중계하듯 밝고 경쾌하고 위트 있는 필치로 이야기한다. 독자는 야구장을 가지 않아도 야구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야구중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화면으로 전달되는지 경기장이 아닌, 생생한 중계방송의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