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문학상>은
‘못의 사제’로 불리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고故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시문학을 응원하기 위해 (주)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시문학상입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

이덕규, 『오직 사람 아닌 것』 (문학동네, 2023)

 

 

이덕규 시인 약력 (연락처 010-3796-2208)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가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시작문학상〉, 〈오장환문학상〉 수상

 

 

㈜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는 제6회 〈김종철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이덕규 시인의 《오직 사람 아닌 것》(문학동네, 2023)이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김종철문학상〉은 ㈜문학수첩과 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에서 ‘못의 사제’로 불리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故 김종철 시인의 시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시문학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제정된 상으로, 올해 제6회째를 맞았다.

그간 심재휘, 이선영, 허연, 양애경, 황인숙 등 알찬 수상자를 배출하며 공정성과 명망을 쌓아온 〈김종철문학상〉은 올해 이덕규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우리 시단의 명실상부한 문학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황인숙, 김병호, 김언, 황인찬 등 4명의 예심위원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 말일까지 출간된 시집 중 우리 시단이 주목하고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할 시집을 엄선하여 8권으로 추린 후 본심에 추천했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세 명의 심사위원(고운기, 김수이, 이혜원)은 지난 2월 28일 오후 광화문 프레스센터 기자클럽에서 본심을 진행했다. 예심에서 추천된 시집들이 각각의 고유한개성을 지닌 채 나름의 뚜렷한 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어, 심사는 예상보다 진지하고 치열하게진행되었다.

막판 두 권의 시집을 놓고 치열하게 각론을 펼치던 심사위원들은 결국 “근원적 세계의 탐사
와 생명을 향한 실천이 내포하는 시대적 의미가 크다”는 판단 아래 이덕규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한편 수상 소식을 전해 받은 이덕규 시인은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시절에 오래된 유물 같
은 빛바랜 이야기들을 내놓은 심정이 서울 한복판에 삽 들고 물꼬 보러 나온 농부 같습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이 시집의 어눌함이 구경거리가 되어서 오늘 우리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춰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하게는 문자를 모르던 시절의 맑고 천진한 어린 시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수상자인 이덕규 시인의 수상 소감, 심사평, 수상 시집 작품론 등은 반연간 문예지 《문학수첩》 하반기호(2024년 9월 30일 출간 예정)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종철문학상〉의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7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본심 대상 시집 목록

강연호, 《하염없이 하염없는》(시인의일요일)

김명리, 《바람 불고 고요한》(문학동네)

김신용,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백조)

김이듬, 《투명한 것과 없는 것》(문학동네)

안정옥, 《부서질 그를 위해 내가 더디 늙었고》(청색종이)

유현아,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창비)

유희경, 《겨울밤 토끼 걱정》(현대문학)

이덕규, 《오직 사람 아닌 것》(문학동네)

 

 

심사평 발췌

“실로 우리 문학사의 흐름에서 20세기는 분명 신기원에 해당한다. 향찰로 노래를 적기 시작
한 때로부터 한글이 본격적인 표기수단 역할을 이어받아 이룩한 문학적 유산 이래, 문물의 혁신적 전환기에 나타난 근대 자유시는 그 신기원의 중심이었다. 그런 시기를 지나 우리는 21세기에 와있으나, 새로운 분위기가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동안, 지금은 땀 흘린 계절이 지나간 자리의 수확을 기다리는 가을이기도 하다. 나는 이덕규의 《오직 사람 아닌 것》을 이 가을 들판에 나온 수확 중의 수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운기, 심사평 일부

“이덕규의 시집은 요즘 시로서는 드물게 흙의 힘을 느끼게 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고
있다. 완상의 대상이 아닌 생산의 장으로서 자연이 지닌 고유한 생명력의 표출이 가능한 것은 시인이 농부로서 흙을 일구고 자연을 살피는 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래 이처럼 노동의 흥과 땀의 향기가 기분 좋게 스며든 시들이 있었던가? 이처럼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삶을 미래의 시간으로 무리 없이 이어놓은 시가 있었던가? 이처럼 삶의 윤리와 미학적 실천이 신선하게 어우러진 시가 있었던가? 이덕규의 시집은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을 꺼내놓게 하는 탁월한 결실이다.
김명리, 이덕규 두 시인 모두 수십 년간 독자적인 시세계를 이루며 진일보를 거듭해 왔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성취를 보여준다. 두 시인 모두 〈김종철문학상〉의 수상자로 적격이지만, 김명리 시인이 보여준 극미(極美)한 서정의 미학 이상으로 이덕규 시인이 보여준 근원적 세계의 탐사와 생명을 향한 실천이 내포하는 시대적 의미가 크다고 보아 이덕규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혜원 심사평 일부

“이덕규의 《오직 사람 아닌 것》은 인간이 현대문명을 건설함으로써 파괴한 것들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수십 년 쌀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이기도 한 이덕규는 이 시집에서 농업의 위기, 농부의 절망, 유린당하고 학살당하는 가축, 동식물의 멸종, 일용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 실직과 파산,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간 소외와 인간성 상실, 토양과 먹거리 오염, 극에 달한 기후 위기 등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망라한다. 한 인간의 삶이 우리 세계의 전체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이덕규는 촌철살인의 통찰과 비판, 사태의 본질을 관통하는 유머와 풍자, 비통함을 품은 담담한 속말, 비극적인 파멸의 풍경 묘사 등을 통해 전한다. ‘오직 사람 아닌 것’을 제목으로 내세운 네 번째 시집에서 이덕규가 간절히 구하는 것은 ‘사람다운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바다에 노아의 방주처럼 떠 있”(〈묵정논〉)는 우리 문명과 우리 인간을 미리 애도하며 이덕규는, “글썽거린다는 것은 같이 살자, 라는 뜻입니다”(〈글썽거린다는 것은〉)라고 말을 건넨다. ‘글썽거리’는 눈망울, “같이 살자”라는 뜻. ‘모두’의 아픔을 ‘나’의 것으로 생생히 느끼는 이 마음은, 지금 여기에서 파괴와 살육의 문명에 어떤 형태로든 동참하고 있는 우리에게 즉시 필요하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이덕규의 이번 시집이 지닌 현실적 효용성(!)과 함께, 이덕규 시인의 성취와 우리 문학의 긴급한 방향성이 잘 맞물려 있다는 판단 아래, 김명리 시집에 대한 아쉬움을 접으며 이덕규의 시집에 한 표를 보탰다. 이덕규 시인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김수이, 심사평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