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보그> 공모전 심사를 마무리하며

(아래 글은 심사위원들을 대표해서 박은영 위원이 쓴 심사평입니다.)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문자보다는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AI가 인간의 작업을 지배하는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과 창의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도 작금의 현실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도 어린이들의 세계를 만들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이카보그> 공모전 심사는 얼마나 상상을 유발시키면서 이야기를 전달하였는가, 얼마나 독창적으로 표현 하였나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각 이야기구간별로 심사와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동일인의 이중 선정을 피하였습니다. 좋은 작품이 많이 접수되었으나, 이야기구간별 편차가 심해 경쟁이 치열했던 이야기구간에서는 아까운 작품들이 많이 낙선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히 감상하기 위한 그림이 아닙니다. 목적성을 갖는 이미지입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그림이라도 내용과 동떨어졌거나 그 역할이 모호하면 안 될 것입니다. 또 이야기의 전달과 상상의 유발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 속 일러스트레이션의 중요한 요건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케 할 뿐만 아니라, 글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새로운 상상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달에 너무 충실하면 자칫 상상이 결여되어 그저 기술에 그치는 그림이 될 수 있고, 상상에 너무 치우치면 그림이 산으로 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안배가 중요하며, 특히 상상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공모된 작품들 중, 상상의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상상은 구도에서, 형태에서, 색감에서, 재료에서 표출되며 이는 독창적인 표현방법으로 이어집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컨셉에 맞는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작가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예술장르의 백미입니다. 특히나 AI시대,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창의적 표현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모된 그림 중, 디지털에 의한 기계적 표현이나 웹툰의 영향으로 인한 만화적 표현이 다수 있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창적인 표현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의 실험과 훈련에 의해 습득할 수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독특한 기법이 창출하게 됩니다.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그런 시도는 독창적 표현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창의적 표현 못지않게 독특한 시각도 중요합니다. 이는 실상에서 벗어나 축소, 확대, 강조, 삭제 등의 형식으로 구도에서 발견됩니다. 잘 그린 그림이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잘 그린 그림을 실제와 동일하게 자세히 묘사한 그림이란 착각을 하며 실상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실제와 똑같이 그려진 그림은 컴퓨터가 더 잘 그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좋은 그림이란 독특한 구도와 창의적인 표현으로 자신만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어린이들의 고무줄 같은 유연한 사고는 상상을 유발케 하는 독특한 구도를 탄생케 합니다. 기존 고정된 인식과 차원을 달리하면서 심리적인 시각이 레이아웃에 반영됩니다. 자신만의 구도로 구성된 그림이 선정에 유리했던 이유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의 함양은 손의 훈련에서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다양한 직접적 체험과 더불어 문학적 소양이 만듭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상황을 머리에서 그리며 부지불식간에 상상을 훈련하게 됩니다. 풍부한 문학적 소양은 글을 이해하고, 생각을 확장시켜 새로움을 창출하는 기본적 자질이 됩니다. 사진이나 다른 그림을 따라 그리는 행위, 특히 만화를 따라 그리는 행위는 절대 지양하기를 권합니다. 따라 그리기는 손기술은 늘지 몰라도 상상과 표현을 제한하고 생각하는 힘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AI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고유성을 우월하게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주역으로 커나가길 응원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영

<이카보그> 일러스트 공모전 수상작

온라인 전시회

문민준(10세)
박소훈(12세)
김태영(8세)
정건일(12세)
정주은(13세)
정려원(8세)
양혜지(8세)
김부일(9세)
김하음(11세)
안시우(10세)
최윤지(12세)
황규연(9세)
류서현(10세)
신효주(12세)
선세현(9세)
김도연(12세)
윤은채(8세)
이채연(13세)
박지윤(12세)
임태은(12세)
이승민(8세)
여채연(13세)
윤나원(11세)
김성재(13세)
윤소담(12세)
석민경(11세)
심소은(11세)
안시울(11세)
석민정(8세)
차시은(13세)
윤예린(11세)
박시연(10세)
김태린(11세)
이연오(1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