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일상의 균열을 들여다보는 소설가 8인의 시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연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균열이 생긴 지금, 그 균열의 틈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은 소설집 《코비드19의 봄》이 출간되었다. ‘작가포럼’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소설가 이덕화의 작품을 시작으로, 김지수․김미수․유시연․엄현주․윤금숙․이재연․김경 등 8명의 소설가가 바라보는 코로나 시대 삶의 모습들이 실렸다.
우리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에의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곤 하던 이전의 삶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방향 전환의 국면에 들어섰다. 이 책은 이런 새로운 국면에 대한 인식을 소설에서 한 번씩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소설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할까? 소설집 《코비드19의 봄》을 통해, 바이러스가 삶을 잠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소설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작가포럼’에서 기획한 코비드19 특집에 참여한 소설가들의 작품 중 8편을 고른 것이다.
〈코비드19와의 만남〉(이덕화): 대학교수를 하던 아버지의 느닷없는 월남으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고 꽃제비로 갖은 고생을 하다 겨우 탈북한 소녀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을 받고 입원한 뒤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2020년, 봄〉(김지수): 한 중년 여성의 시선을 통해,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한 괴바이러스에 침입당한 일상의 단면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한 인간〉(김미수):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종족이라고 판단한 신들은 바이러스를 보내 인간을 멸종시키기로 한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본 적이 없는 주인공 엘은 신이 사랑한 단 한 명의 인간인 딸의 희생으로 혼자 지구에 살아남게 된다.
〈명자꽃이 가네〉(유시연): 20년 전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지내는 99세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 일제강점기 탄광 노동자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던 아버지와 딸의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벚꽃 지기 전에〉(엄현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연예기획사에 근무하는 삼십대 중반 여성이 겪는 일상의 변화와 혼란을 그렸다. 오랜 기간 준비한 일이 무산되고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작은 위로를 찾는다.
〈그는 그렇게 갔다〉(윤금숙):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고립된 미국 LA에서 평생을 남편과 반목한 주인공이 남편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렸다.
〈코로나19의 시절 너머〉(이재연): 이 시대의 그림자 같은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적 방황을 하며 새로운 삶의 변화를 시도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4월의 독백〉(김경): 여행사 가이드인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고 아버지 역시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상황을 맞는다. ‘나’는 반목으로 점철된 아버지와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뒤늦게야 아버지의 사랑에 절규한다.
■ 차례
코비드19와의 만남 | 이덕화
2020년, 봄 | 김지수
한 인간 | 김미수
명자꽃이 가네 | 유시연
벚꽃 지기 전에 | 엄현주
그는 그렇게 갔다 | 윤금숙
코로나19의 시절 너머 | 이재연
4월의 독백 | 김경
발문_코비드19로 인한 일상의 균열 | 이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