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무덤

마자린 팽조 지음 | 함유선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9년 10월 15일 | ISBN 9788983923332

사양 224쪽 | 가격 9,8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마자린 팽조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충격적 스캔들, 영아 살해

 

‘한 여인이 갓 태어난 제 아이를 죽이고 냉장고에 사체를 보관했다.

남편이 아이를 발견하기 전까지 아이의 존재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전개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것은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벌어진 프랑스인 영아 살해 사건이다. 이성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렴치한 범죄,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감옥에 갇힌 여인이 남편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인형의 무덤》은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회에 정신적인 충격을 던진 사건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소설로, 프랑스 前 대통령 미테랑의 숨겨진 딸 마자린 팽조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만큼 큰 화제를 일으켰는데, 서래마을 사건의 피의자인 쿠르조 가에서는 책 판매를 중지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쿠르조 가에서 특별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영아의 사체를 냉장고에 유기하는 것 같은 공통점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되는 소재에 얽매이기보다는 저자의 독창성을 납득하게 된다. 그래도 계속되는 세간의 질문에 대해 마자린 팽조는 이렇게 현명히 답한다.

“쿠르조 사건이 나의 소설과 아예 연관성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나를 이 소설을 향한 열정 속에 몰아넣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논쟁은 문학적 사실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오는 것이다. 문학은 항상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것은 언제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럼 왜 냉장고라는 소재를 사용했는지 물을 것이다. 만약 내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사회 현상과 연결됐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더라도 그것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떤 특정한 일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갓 태어난 제 아이를 죽인 여인이 털어놓는 괴물 같은 진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을 향한 독백을 하고 있는 화자(영아 살해범)는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있다. 그녀는 교도소, 깊고 어두운 곳에서 글을 쓴다. 그녀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남편과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법부, 정신분석학자, 멸시를 퍼붓는 대중들이 그 ‘괴물 같은 진실’에 대해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유가 아니다.

  언제, 몇 시에, 어떤 방식으로 했을까, 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의 흔적을 긁어낸다.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친척들, 남편 그리고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몇몇의 정보를 이끌어낸다. 그녀는 어머니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으며,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를 떠났다. 그녀는 놀이를 할 때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곤 했다. 그녀의 놀이는 바비 인형을 고문하고 매장하고 장례를 치러 주는 것이었다.

주인공는 고향을 떠나오면서 자신에게 내제된 악마성이 사라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혐오와 공포로써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남편을 만나고 함께 살면서 오히려 그녀 안의 끔찍한 면들은 극대화되기에 이른다.

 

그녀는 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였는가

-불행에 갇힌 채 서로를 향한 혐오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커플

 

주인공은 남편에 대한 공포 속에 산다. 반대로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산다. 하지만 둘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관계, 애정 혹은 집착을 끊을 수가 없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도마조히즘적인 성격은 너무 강렬한 것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녀는 남편을 붙잡고 있고 그와 같은 수동성은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공격적인 요소가 된다.

이 이야기 안에서 ‘영아 살해’라는 것은 남편에 대한 부정적 행위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남편은 아이가 죽고 나서야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낳고 또 죽일 수 있는데, 그럼으로써 아이는 그녀만의 것이 되며 남편의 존재는 철저히 배제된다. 

 

이 소설에서 형상화된 영아 살해는 일종의 ‘사랑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죽은 아이의 몸을 냉장고에 보관했는데, 냉장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인형의 무덤》 속 영아 살해는 그저 방탕하고 이유 없는 그런 살인이 아니다. 아이를 죽이고, 차갑게 보관한다는 것은 아이가 갖고 있는 완벽함, 아름다움 혹은 순수성 속에서 아이를 영원히 살게 하려는 상징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이다. 그것은 잘못된 사랑이고 병적인 사랑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사랑’에 대한 것이다. 영원한 보호를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으로, 기존의 사랑에 대한 논리가 뒤집어진 것이다.

이 소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사건이 끝내 벌어지게 된 숨은 원인들을 “작가가 영아 살해범 엄마의 입장이 되어 끔찍한 사실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마침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영아 살해라는 말은 병원에서나 법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단어이다. 그 단어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으며 내가 겪은 어떤 현실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는 오로지 나하고 상관없는 사람들이나 쓰는 단어이다.

내 안에서 아이는 영원히 살 것이다. 당신들에게 그 아이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의 특권이다. 당신들이 내게서 빼앗아 가지 못할 내 유일한 특권이다.” -본문 137쪽

리뷰

서평

 

그녀의 새 소설은 대단하다. 경이로울 정도의 대담함, 사랑의 황홀경과 환멸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선보이고 있다.《마리끌레르》

 

작가는 영아 살해범 엄마의 입장이 되어 끔찍한 사실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마침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엘르》

 

《마리끌레르》와의 저자 인터뷰

 

마리끌레르 : 당신이 이 어렵고, 힘든 주제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신은 지금 임신한 상태잖아요.

 

마자린 팽조 : 저는 이미 한 아이의 엄마죠, 그리고 이 소설을 마칠 쯤에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는 단지 이 여인에 대한 미스터리를 밝히려 했던 것뿐이에요. 엄마와 아기 사이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이 존재해요. 그것은 외부와 그 어떤 연관성도 가질 수 없고 다른 이들은 절대로 방해할 수 없는 관계죠.

 

마리끌레르 : 당신 책에 등장하는 그 여인은 아이 갖기를 거부했고 두려워했어요. 그녀에게는 이미 두 아이가 있었는데도 말이지요.

 

마자린 팽조 :  그녀는 자신의 수동성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에게까지 자신의 권력을 펼치는 메저키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그 엄청난 권력을 사랑하지요. 저는 제 자신에게 수차례 물어봤어요. 어떻게 엄마가 자신이 낳은 핏덩이를 죽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 여자가 미쳤거나, 아니면 남편과의 타락한 관계에서 남자에 의해 실행된 것일 수도 있지요. 그를 거부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요. 혹은 그를 상징적으로 죽이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마리끌레르 : 그럼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역시 영아 살해범이라고 할 수 있군요.

 

마자린 팽조 :  그렇죠. 그녀의 행동은 남자에게 복수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남자는 그 어떤 권리도 없어요. 그는 사회적으로 모욕당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렇게 그의 인생은 파괴되는 겁니다.

작가

마자린 팽조 지음

함유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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