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의 시인’ 일촌 김종철의 가려 뽑은 시 63편
“40년 전에 쓴 시들이 마음에 더욱 와닿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2014년 작고한 ‘못의 시인’ 김종철 시인의 작품 중에서 아직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시 63편을 뽑아서 담은 《김종철 시선집》이 출간되었다. 2016년 7월에 문학수첩에서 발간된 《김종철 시전집》은 여덟 권의 시집에 실린 작품들을 한 권으로 묶은 것으로, 시전집의 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 보면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
순례에 올랐다
가장 추운 날
적막한 빈집에
큰 못 하나 질러 놓고
헐벗은 등에
눈에 밟히는 손자 한번 업어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업어 보고
북망산 칠성판 판판마다
떠도는
나는 나는 나는
못대가리가 없는 별
못대가리가 꺾인 별
못대가리가 둥글넓적한 별
못대가리가 고리 모양인 별
못대가리가 길쭉한 별
못대가리가 양 끝에 둘인 별
이 모두가
나 죽은 뒤 나로 살아갈 놈들이라니
―〈나 죽은 뒤〉 전문
이번에 출간되는 《김종철 시선집》에는 문학수첩의 발행인이자 40년 동안 고인의 동반자였던 강봉자 대표가 직접 고른 시 63편이 실려 있다. 강봉자 대표가 평소 좋아하던 작품들이기도 한 이 시들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엮은이 자신은 물론 김종철 시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책 속에 간간이 실려 있는 이미지들은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 차례
서문
재봉
초청
공중전화
개인적인 문제
시각의 나사 속에서
나의 암癌
비
밤의 핵
나의감기
나의 잠
바다 변주곡
겨울 변신기
서울 둔주곡
서울의 유서遺書
떠남에 대하여
베트남의 칠행시七行詩
야성野性
닥터 밀러에게
죽음의 둔주곡遁走曲 ― 나는 베트남에 가서 인간의 신음소리를 더 똑똑히 들었다
만남에 대하여
죽은 산에 관한 산문
이 겨울의 한잔을
딸에게 주는 가을
네 개의 착란
흑석동에서
우리의 한강
아내와 함께
섬에 가려면 ― 오이도烏耳島 1
사람의 섬 ― 오이도烏耳島 5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아내는 외출하고
일기초日記抄
비의 가출 ― 목월 선생을 생각하며
시간을 찾아서 ― 시간 여행 2
오늘이 그날이다 1
겨울 나그네
고백성사 ― 못에 관한 명상 1
청개구리 ― 못에 관한 명상 35
조선간장 ― 못에 관한 명상 37
만나는 법
봄날은 간다
도시락 일기
상추쌈
금 그어진 책상처럼
칫솔질을 하며
못의 부활
첫 티샷을 위하여
독도는 못이다
대팻밥 ― 못의 사회학 3
니가 내 애비다 ― 못의 사회학 10
나 죽은 뒤
거룩한 책
칼국수
손톱을 깎으며
다시 티샷을 하며
유작遺作으로 남다
언제 울어야 하나
버킷리스트
내가 수상하다
부활 축일
제가 곧 나으리다
평생 너로 살다가
절두산 부활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