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너밖에 없구나, 와인

맛과 향으로 남겨지는 날들의 기록

앤디 킴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24년 3월 22일 | ISBN 9791193790069

사양 115x183 · 224쪽 | 가격 11,500원

분야 에세이

책소개

‘와인 까막눈’, 6년 만에 ‘와인 부심’ 넘치는 프랑스에서 ‘와인 기사 훈장’을 수상하다!
드라이브 길에 만난 보랏빛 포도 물결에 인생을 건 엉뚱한 몽상가의 좌충우돌 성장기

친밀한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보내거나 늦은 밤에 홀로 어두운 거실에 있을 때 와인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각인시켜 주기도 하고, 위안을 선사하기도 한다. 와인이 우리 입안에 들어오기까지, 작은 씨앗에서 향기로운 맛과 향을 지닌 영롱한 액체가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의 인연이 엮여있을까?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다섯 번째 책은 와인을 감별하고,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는 ‘와인 스페셜리스트’의 애환을 담았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삶의 궤적을 지녔다. 학창 시절부터 교칙과 규범에 의문을 품고, 겉으로는 반항하지 않았지만 늘 엉뚱한 상상을 하며 다른 삶을 막연하게 동경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희망을 실현하듯 성인이 된 그녀가 찾은 곳은 프랑스의 아비뇽이었다. 유학이나 사업 등 체류할 때 파리 등 대도시를 선호하는 한국사람들과 달리 남부의 작은 도시를 거주지로 선택한 결정은 나중에 ‘와인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는 필연이 되었다.

그녀가 전혀 생경한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인연 또한 엉뚱하기 짝이 없다. 4년 동안의 직장 생활에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자 MBA 과정을 이수할 것인지 이직을 준비할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머리를 식힐 의도로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우연히 들른 와이너리의 포도밭에 매료되어, 와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한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 국립 와인 대학교(와인 국제 경영 마케팅 과정)에 지원하고 나서 정확히 6년 후 그녀는 프랑스에서도 손꼽히는 아펠라시옹(프랑스 정부가 인증한 와인 생산지)인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에서 수여하는 와인 기사 훈장(Échansonnerie des Papes)을 받으며 프랑스 와인 업계에서도 전문가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 책에는 와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자가, ‘와인 종주국’이라 불릴 만큼 와인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춘 프랑스에서 와인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와인 기사’가 되기까지 겪은 고단하면서도 유쾌하고, 때론 애처로우면서도 남다른 노력과 끈기가 넘쳐나는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와인을 심사하고 발굴합니다”
숱한 필연과 우연으로 빚어진 매혹의 와인과 인생을 찾아나선 스페셜리스트의 세상탐사록

‘와인 스페셜리스트’는 대중에게 직업명이 아직 생소하다. ‘소믈리에’, ‘와인메이커’ 등 레스토랑이나 와이너리(포도농장)에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이들과 달리, 와인 스페셜리스트는 소비자들이 모르는 영역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와인을 구입하기 전까지, 생산‧유통 과정에서 와인 업계의 온갖 종사자들을 만난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방방곡곡 와이너리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고, 유럽‧아시아‧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의 기업체와 와인페어 현장을 찾아가 와인을 소개한다. 이처럼 와인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으면서도, 각 나라별‧문화별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있어야 하고, 생산자 및 판매자를 설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마인드 또한 갖추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저자는 틈틈이 와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하기 위해 저자는 크게 두 가지 난관을 넘어서야 했다. 우선 와인을 마실 줄만 알 뿐, 지식이 전혀 전무한 상태였기에 체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했다.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 국립 와인 대학교부터 입학해 기초를 밟았다. 나이만이 걸림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식사할 때 자연스레 와인을 접하기도 하고, 와인메이커를 가업으로 잇고 있는 프랑스의 대학생들은 저자와 출발점이 달랐다.

프랑스의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일도 큰 문제였다. 특히 프랑스 와이너리와 여러 나라의 기업체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은,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아온 저자에게도 풀지 못한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저자는 와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는 자세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면서 성장해 나간다. 와인 콩쿠르 현장에서는 한 병의 와인에 담겨있을 수많은 우연과 필연을 예상해 보며 와인과 인생에 대해 성찰해 보고, 수명을 다한 포도나무의 상반된 운명(‘올드 바인’ 와인을 생산하는 나무, 어린 묘목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뽑히는 나무)을 통해 수십 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문화와 언어가 서로 다른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 쉽지 않은 매개자 역할에 힘들어 하면서도 “실제로 훌륭한 포도송이를 길러낸 것은 햇살, 바람, 습도 그리고 지금도 포도밭에서 활기차게 제 역할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과 동식물들”(195쪽)을 떠올리며 자신이 맡은 일에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세상에 모두가 만족할 와인은 없지만,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와인 중 누군가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와인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저자는 자신이 발굴하는 와인이 누군가에게 ‘인생 와인’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프랑스에서도 와인 전문가로 인정받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본연의 맛을 형성하기 위해선 숙성이 필요한 상태의 와인’으로 여기며 매일을 와인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나날들로 생각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본문 중에서

“눈빛 교환하더니 금세 사라지던데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심해지면 휴게소의 콘돔이 가장 먼저 동이 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도로에서 한참 동안 언성 높이며 싸우던 앞뒤 차주가 갑자기 눈이 맞아서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나 여러 번 충돌한 끝에 합의점을 찾는 것조차 너무 프랑스 와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세대에 걸쳐 와인 양조를 계승해 온 유명 와이너리도 가족 간의 불화 끝에 맛이 평년과 다른 와인을 내놓아 혹평을 듣기도 하고, 결국은 화해한 후에 기존과는 색다른 방식으로 빚은 와인을 선보이며 “역시 명성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_33~34, <아주 프랑스적인 와인 심사법>에서

 

타인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태도는 와인 콩쿠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콩쿠르에 자신의 와인을 출품한다는 건, 심사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프랑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 절대적일 수 없죠. 내 와인은 내가 잘 알아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출품한 거예요.”

이러한 태도로 콩쿠르에 와인을 출품한 와인메이커가 제법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_56, <타이밍 이즈 나우>에서

 

와인은 테루아Terroir(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모든 자연 환경, 기후, 지리, 재배 요인을 말함)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 간다. 즉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제 마음대로 삶을 살아갈 수 없듯이 포도나무도 온전히 제 뜻대로 영양분을 충분히 빨아들이고 포도송이를 맺을 순 없을 것이다. 매년 똑같은 포도송이를 틔울 순 없다. 어쩌면 한낱 인간인 내가 와인을 100퍼센트 알게 되는 날은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모른다고 조바심 느낄 필요도, 남들의 기준에 너무 민감할 필요도, 앞으로 얼마나 배워야 할까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_151, <100퍼센트의 와인>에서

 

와인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존재 가치가 생성된다. 헤어 디자이너는 낯선 이를 만날 때 머리 스타일을 보고 그 사람의 성향을 떠올려 보고, 미술심리상담사는 누군가 그려 놓은 그림을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가늠해 볼지 모르겠다. 직업의 특성이 일상생활에서도 발현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추측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점이 되는 건 머리 스타일도, 그림도 아닌 ‘사람’이다. 와인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가격이 차이나는 싸구려 와인과 최고급 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누구와 어떻게 이 와인을 마시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_182~183, <와인 전문가의 숙명 같은 멍에>에서

목차

■ 목차

프롤로그_맛과 향으로 남겨지는 일들 … 6

1장. 와인은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
나부터 심사하고 나를 달래줘야 하는 그날, 와인 콩쿠르 … 15
아주 프랑스적인 와인 심사법 … 23
4년 차 무기력한 직장인이 발견한 와인의 효능 … 35
와인과 함께 울며 웃으며 부대끼기 … 44
타이밍 이즈 나우 … 51

2장.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와이너리
야생동물들의 신입 직원 군기 잡기 … 63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열혈 초보자와 일 많은 와이너리 … 74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 … 81
신념은 작은 씨앗에서 만들어진다 … 93
심상찮은 와이너리의 진짜 주인 … 106
포도밭 한가운데서 들리는 우주의 음악 … 116

3장. 포도나무는 100퍼센트의 와인을 허락하지 않는다
포도밭에서 만난 이상한 새집 … 129
35년 후 포도나무가 마주하는 두 개의 운명 … 135
100퍼센트의 와인 … 144
오늘 하루의 힘 … 153

4장. 와인을 팔수록 사람을 알아갑니다
‘피칭’의 궁극적인 목표 … 165
‘와인 전문가’의 숙명 같은 멍에 … 174
커뮤니케이션에도 숙성이 필요해 … 184
서로의 벽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방법 … 196
와인 셀러, ‘와인 기사’가 되다! … 208

에필로그_‘본연의 맛을 형성하기 위해선 숙성이 필요한 상태’의 와인 … 219

작가

앤디 킴

어린 시절부터 엉뚱한 상상을 즐기던 기질이 발현된 것인지, 다른 언어로 일상을 사는 내 모습이 궁금해 프랑스 아비뇽으로 훌쩍 떠났다. 4년 넘게 직장인으로 살다가 매너리즘에 빠져 색다른 길을 모색하던 차, 우연히 마주한 프로방스의 포도밭에 반해 무작정 프랑스 국립 와인 대학교(와인 국제 경영 마케팅 과정)에 지원해서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7년이 지난 현재 프랑스 내 각종 와인 콩쿠르의 심사를 맡고 있으며,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와인을 발굴하거나 신상 와인을 개발하는 마케터이자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를 매료시키는 완벽한 와인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각자의 영혼을 깨우는 ‘인생 와인’이 있다고 믿으며 프랑스 및 유럽의 와이너리와 국제 와인페어 현장을 오가고 있다. 2022년 와인 기사 훈장(샤토뇌프 뒤 파프의 기사단인 Échansonnerie des Papes에서 수여)을 받으며 프랑스 와인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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