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시인의 ‘언어 학교’를 찾아서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시리즈는 고故 김종철 시인의 시 정신과 시 세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는 뜻으로 발간하는 작품론 모음집입니다. 도시 문명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풍자, ‘못’을 인간 실존의 등가물로 형상화하여 포착해 낸 철학적 사유까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통찰을 안겼던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한평생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열정과 신념의 평론가의 눈에 담긴, 시인 김종철의 시 세계

못의 사제의 인생과 작품을 향한 깊이 있는 고찰과 뜨거운 성찰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열정과 신념으로 문학 연구에 매진해 온 장경렬 교수의 평론집 《김종철 시인의 ‘언어 학교’를 찾아서》가 출간되었다. 시는 물론 시조,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날카로운 비평과 통찰력을 담은 평론뿐 아니라 외국 소설과 시를 번역하는 등 한평생 문학에 천착해 온 저자는 우리 시대의 우리 문학과 문인도 꾸준히 지켜봐 왔다. 애정과 비평의 관점으로 저자가 오랫동안 눈여겨 봐온 문인 중 한 사람이 바로 김종철 시인이다.

‘못’을 시의 테마로 삼아 평생 연작시를 꾸준히 발표해 온 고(故) 김종철 시인은 ‘윤동주 문학상(9회)’, ‘정지용문학상(5회)’, ‘박두진문학상(8회)’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서정시의 내질을 깊이 있게 천착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시인과 저자는 시인과 평론가의 관계뿐 아니라, 문학잡지 발행인과 편집위원으로 인연을 쌓으면서 문학을 넘어 인생의 영역에서도 많은 교류를 이어 나갔다. 김종철 시인을 대표하는 ‘못의 사제’는 바로 저자가 언어로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생전에 김종철 시인은 농담하듯 자신을 못의 사제로 임명한 저자에게 “(장 교수가 나를 사제로 임명했으니)추기경”이란 직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시인의 작품뿐 아니라 시인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남다른 폭과 깊이를 자랑한다.

이 책은 저자가 김종철 시인의 작품과 시 세계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 분석하고 고찰한 평론을 모은 평론집이다. 일곱 편의 평론과 평론 앞뒤로 각각 회고록(머리말)과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치의 오차 없는 해체와 융합과도 같은 정밀한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저자의 평론에는 시인과 시 세계에 대한 이해와 비평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시인과 저자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감동을 선사하는 글은 머리말과 보론이다. 작품 밖에서 만나게 되는 호탕하며 인간적인 시인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여러 에피소드와 문우(文友)이자 지우(知友)로 불릴 만큼 시인과의 관계가 남달랐던 김재홍 평론가의 평론에 대한 소고는 평론을 넘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로 읽히기에도 손색이 없다. 시인과 그의 생애에 온기를 불어넣는 저자는 평론 또한 뜨겁게 생동하는 문학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